'도전형' 표철민씨부터 '나이 잊은' 정한택씨까지…특별한 그들의 인재상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핵심 키워드인 창조경제. 박근혜 대통령은 "기존 경제는 땅에서 광물자원을 캐내어 경제를 발전시켰다면 창조경제는 '사람'에게서 창의성을 끌어내어 경제를 발전시킨다"고 창조경제를 역설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결국 창조경제의 핵심 자원이자 발전 동력은 사람, 즉 '창조인재'임을 알 수 있다. 창조인재라는 자원은 광물과는 달리 아무리 끌어내도 고갈되지 않고 환경오염과 같은 부작용도 없으며, '수확체감의 법칙'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2013년 현재, 이 시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창조인재의 선구주자들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 <머니위크>는 창간 6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대표 창조인재를 찾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의 자문을 얻어 창조인재상을 5가지 키워드로 구분한 후 각 영역별로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최고의 인물 5명씩, 총 25명을 선정했다.

청년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주는 동시에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고 있는 '2013 창조인재 25인'을 지금부터 만나보자(각 인재상에 선정된 인물들은 또 다른 인재상에도 포함되는 경우가 많지만 편의상 가장 대표성을 띠는 분야로 선정했음을 밝힌다).

 
◆스펙초월 인재
- 광고 아트디렉터 이제석(31·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 패션 디자이너 최범석(36·지아이홀딩스 대표)
- 기업인 조성진(57·LG전자 사장)
- 셰프 박효남(52·밀레니엄 서울힐튼 상무)
- 작가 송호준(36)


지방대 출신의 광고천재라 불리는 이제석 대표와 동대문시장 출신 중졸 디자이너로 유명한 최범석 대표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두 사람 모두 자신을 모델로 한 드라마가 방영됐다는 점이다. 이는 이들의 인생 스토리가 그만큼 각별했음을 나타내는 증표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대표적인 30대 신진 스펙초월 인재라면 조성진 사장과 박효남 상무는 밑바닥부터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른 50대 대표 스펙초월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용산공고를 졸업한 후 LG전자(당시 금성사)에 입사, 1년 견습기간을 거쳐 정식 직원이 된지 36년 만에 LG전자의 생활가전사업 총괄 CEO에 선임된 조 사장. 오른손검지 두마디가 없는 신체적 불리함과 중학교 졸업장, 조리사 자격증만 가지고 있었음에도 주방보조에서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총주방장(상무)에 오른 박 상무. 이 두 사람은 스펙파괴에 있어 신화적인 인물로 불린다.

세계 최초 1인 인공위성 제작 및 발사(2013년 4월19일)에 성공한 송호준씨는 앞서 언급한 네사람과는 성격을 조금 달리하는 새로운 형태의 스펙초월 인재로 구분 지을 수 있다. 고려대 전기전자전차공학부를 졸업한 그를 두고 스펙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지만 송씨는 인공위성 전문기관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 그저 크리에이터스 프로젝트에서 지원을 받는 예술가다. 그럼에도 그는 국가적인 최첨단 기술투자를 요하는 인공위성을 개인도 만들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해 그 안에서 예술과의 융합, 정보를 공유하는 소통 등을 창출해내며 진정한 창조인재로서의 가치를 발현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남들이 의구심을 품은 일을 설득시킬 수 있는 사람. 창조경제 시대가 새롭게 요구하는 스펙 초월 인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인물이 송씨라고 말할 수 있겠다.

◆융합형 인재
- 환경디자이너 윤호섭(70·국민대 명예교수)
- 만화가 이원복(67·덕성여대 석좌교수)
- 과학자 권성훈(38·서울대 교수)
- 통섭 전도사 최재천(59·이화여대 석좌교수)
- 기업인 허민(37·위메프 대표)

융합형 인재로 선정된 5명 중 4명이 현 대학교수인 점이 우선 흥미롭다. 학문 전반의 이해와 그것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융합형 인재에게는 어쩌면 교수라는 직업이 제격인지도 모르겠다.

아울러 30대 중반부터 70세까지 선정된 창조인재들의 연령대 역시 다양하게 분포된 점 역시 눈에 띈다.

각각의 융합 분야를 살펴보면 ▲윤호섭 교수는 광고 디자인과 환경을 ▲이원복 교수는 만화와 역사를 ▲권성훈 교수는 의학과 공학을 ▲최재천 교수는 문과와 이과를 조화롭게 이루는 것을 추구했다.

유일한 기업인 허민 대표는 앞서 언급한 이들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통섭 스타일의 인재라기보단 학과 초월 스타일의 멀티 플레이어로 보는 편이 더 어울린다.

비운동권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이름을 알린 허 대표는 2001년 네오플을 설립해 '던전앤파이터' 게임으로 성공가도에 올랐다. 2010년에는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를 설립한 뒤 2011년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를 창단해 야구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중간엔 버클리 음대를 졸업했으며, 최근에는 직접 미국 독립리그 야구단에 투수로 입단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야말로 분야를 넘나들며 성공을 거듭하고 있는 '괴짜' 창조인재라 할 만하다.

전혀 다른 분야를 섭렵 중인 허 대표가 이 다음에 어떤 식으로 서로 다른 카테고리 안에 있는 영역을 엮어 새로움을 창조해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도전형 인재
- 벤처기업협회장 남민우(51·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 기업인 한경희(49·한경희생명과학 대표이사)
- 기업인 최종일(47·아이코닉스 대표)
- 기업인 표철민(27·위자드웍스 대표이사)
- 전 배구선수 김재만(삼성화재 신논산지점장)

융합형 인재에 교수들이 많았다면 도전형 인재에는 기업인(벤처인)이 많이 분포됐다. 아무래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속한 상태에서 스스로 새로운 도전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힘든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의 무기를 가지고 히트작을 만들어 낸 케이스는 한경희 대표와 최종일 대표를 들 수 있다. 한 대표는 스팀다리미를, 최 대표는 '뽀로로'라는 희대의 걸작을 만들어 낸 주인공들이다. 지나온 과정은 사뭇 다르다. 한 대표가 국제기구 사무원, 호텔리어, 교육 공무원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면 최 대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한 우물만을 파온 인물이다. 중요한 건 두 사람 모두 한 분야의 최고가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래 도전형 창조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인 인물도 있다. 작은 장사로 시작해 국내 굴지의 벤처기업가가 되기까지 무한도전의 인생으로 유명한 남민우 대표는 현재 벤처기업협회장, 대통령 소속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어 제2의 남 대표가 탄생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유일한 20대인 표철민 대표도 주목할 만하다. 젊은 나이지만 벌써 창업 경력만 10년이 넘는 베테랑 도전형 인재다. '위젯' 사업으로 성공하다가 스마트폰시대 도래 등으로 뼈저린 실패를 맞본 후 '솜클라우드' 앱을 개발, 해당부문에서 '에버노트'를 누르고 1위를 탈환했다. 최근 비즈니스위크 아시아를 대표하는 젊은 기업가 25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소 낯선 이름의 김재만 지점장은 지난 1995년 삼성화재 배구단 창단멤버로 촉망받던 배구선수였다. 무릎부상으로 예기치 않게 선수생활에서 은퇴했고, 이후 삼성화재 보상팀 직원으로 전업했다. 전공도 다르고 업무능력도 부족했지만 끊임없는 도전으로 입사 5년째 되던 해 삼성화재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자타공인 최고의 직원이 됐지만 10년차에는 영업사원으로 변신해 활약했다.

 
◆글로벌 인재
- 가수 싸이(36)
- 영화감독 봉준호(44)
- 난타 제작자 송승환(56·PMC프로덕션 예술총감독)
- 크리에이티브디렉터 박서원(35·빅앤트인터내셔널 대표)
- 패션디자이너 임상아(40)

글로벌 인재부문은 예술적 영감이 뛰어난 인물들이 주를 이뤘다. 가수 싸이와 봉준호 감독은 그동안 세계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한국 음악과 영화라는 콘텐츠 하나로 전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대표적 인물들이다.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은 UCC 역대 조회수 1위를 기록했으며, 봉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개봉 전부터 유럽과 미국 등 167개국에 수출되며 호평을 받았다.

연예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인물, 송승환 감독과 디자니어 임상아씨. 아역배우 출신인 송승환 감독은 한국형 넌버벌 퍼포먼스의 효시로 손꼽히는 <난타>를 제작, 1997년 10월 초연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해 아시아 작품으로는 최초로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전용관을 두고 공연을 했다.

뮤지컬배우이자 가수로 활동하던 임상아씨는 돌연 뉴욕 파슨스아트스쿨에 입학했다. 이후 <보그>지 패션어시스턴트를 거쳐 가방 디자이너로 변신, 할리우드 스타들이 열광하는 '상아백'을 런칭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유명한 박서원 대표는 과감하게 경영권을 버리고 광고시장에 뛰어든 인물이다.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세계 유수의 광고제에서 잇달아 수상, 세계 광고계에 한류 열풍을 일으킨 선구주자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스펙초월 인재로 선정된 광고 천재 이제석씨가 몸담았던 우리나라 광고회사가 바로 박 대표의 회사다.

 
◆평생학습 인재
- 전 서울대 교수 정한택(91)
- 1호 여성 토목기사 손성연(53·CNC종합건설 대표)
- 미술 해설가 윤운중(46)
- 영단어 저자 이희발(77)
- 김원곤(59·서울대병원 교수)

다섯가지 창조인재 부문 중 평균연령이 가장 높다. 특히 전체 창조인재 25인 중 최고령자인 정한택 전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단연 눈에 띈다.

정 전 교수는 올해 91세의 나이로 가을 학기 방송통신대 일본학과에 입학, 이 대학 최고령 신입생이 됐다. 평생을 배움과 가르침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100세 시대' 평생교육의 선구자로 불린다.

정 전 교수가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인물이라면 정반대의 과정으로 평생학습의 길을 걷고 있는 인물이 바로 이희발씨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영어공부를 시작해 영어 단어 암기 비법서를 출판해 화제가 됐다. 유학은 물론이거니와 대학도 다니지 않았기에 더욱 놀랍다. 일제강점기에 유년시절을 보낸 이씨는 '찢어지게' 가난한 형편 때문에 어릴 때부터 남의 집 머슴살이를 했다. 이에 학교는 꿈도 꾸지 못했지만 매일매일 영어를 공부한 끝에 4권의 책을 낸 영어전문가가 됐다. 아직도 그의 열정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늦은 나이, 외국어 정복에 나선 대표주자로 김원곤 교수를 빼먹으면 섭섭하다. 50대에 4개 외국어 정복에 도전했다는 김 교수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지하철에서 사전을 펼치고 공부에 몰두하는 등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4개 외국어를 정복하는데 성공했다. 공부뿐만 아니라 운동에도 몰두, '몸짱' 누드집을 내며 지와 체를 모두 평생학습하는 대표인물로 떠올랐다.

대한민국 여성 토목기사 1호로 꼽히는 손성연 대표는 여성 평생학습의 표본이다. 결혼과 육아로 고민 중인 요즘 여성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케이스로 충분하다. 결혼 후 육아에 매진하면서도 건설 현장조사 등 아르바이트를 시작, 서른 중반에 건설사에 재취업하고 마흔에 자기 사업장을 차리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대한토목학회 여성기술위원장과 대한토목학회 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평생학습 인재 중 유일한 40대인 윤운중씨는 축구선수에서 삼성전자 연구소 연구원으로, 다시 미술 해설가로 활약하다 음악을 접목시킨 콘서트마스터로 변신하며 '원 소스 멀티 유저'의 대표인물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배움거리를 찾아 갈망하고 있다는 윤씨는 진정한 이 시대 평생학습 인재의 젊은 기수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