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서 부품소재 기업으로 변신한 제일모직이 삼성그룹의 모태였던 화려한 과거사를 접고 삼성SDI로 흡수합병하는 빅딜을 단행한다. 두 회사는 오는 7월1일 합병을 단행할 예정이다./사진제공=뉴스1 최영호 기자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이 확정되면서 삼성그룹의 추가 사업재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학, 건설 등에서의 사업 재편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 부문을 축소하거나 정리하고 과감한 투자로 미래 성장엔진이 될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삼성은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했다. 이어 11월에는 사업 연관성이 낮은 삼성에버랜드의 급식 및 식자재 사업을 분할해 삼성웰스토리를 신설했다. 건물관리 사업은 관계사인 에스원에 양도했다.


10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총 23억달러(약 2조4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코닝에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43%를 넘기는 대신 코닝의 지분을 7.4% 확보하며 대주주가 됐다. 또 이번에는 제일모직을 삼성SDI에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이번 연매출 10조원, 자산규모 15조원의 거대 부품 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외에도 삼성은 올해 삼성테크윈의 반도체 관련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부품사업부문을 사업관련성이 높은 삼성SDI 또는 삼성전기로 이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일본 도시바와 합작했던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로지(TSST) 지분 49%를 옵티스에 매각하는 사업조정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이나 건설, 중화학 분야에서도 계열사 간 사업재편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삼성벤처투자 등 금융 계열사들 사이에서 경영 효율화를 노리는 사업조정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건설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 등 4곳은 올해 삼성이 전사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마하경영’에 발맞춰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말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하면서 합병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7.8%를 확보하면서 제일모직에 이어 2대주주에 올랐다.

중화학 계열사들의 합병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SDI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와 금융을, 이부진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이서현 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을 경영하는 3세 구도가 구축되고 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며 “마하경영은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기초부터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하는 것처럼,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 초일류 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