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삼성맨' 출신인 전 서준희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이 BC카드의 조종간을 잡았다. 고객정보 유출사태, 수익성 악화 등 뒤숭숭한 카드업계 상황에서 선임된 서 사장이 BC카드의 구원투수가 될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전략 및 자산운용, 보안, PB사업 등 핵심요직을 두루 거치며 성공적 성과를 이뤄낸 전문경영인이다. 다양한 경력을 갖춘 서 사장이 BC카드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사진제공=BC카드
◆KT 강조한 서 사장, 행보에 관심집중


지난 3월26일 취임한 서준희 BC카드 사장은 취임사를 대신해 전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주주가치 우선 경영 ▲KT그룹과의 시너지 창출 ▲임직원이 행복한 회사 만들기 등 3대 주요 경영방침을 밝혔다.

서 사장은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 주주가치 우선 경영을 실현하겠다"며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11개 회원사 및 국내외 제휴 고객사, 카드회원, 가맹점 등의 가치 향상이 이를 위한 핵심 구성요소"라고 말했다.

특히 서 사장은 "그룹사 공유가치인 '1등 KT그룹 만들기'에 BC카드가 앞장서야 한다"며 KT그룹과의 시너지 창출을 강조했다. 이 같은 서 사장의 발언은 BC카드가 KT의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KT그룹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세간의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KT와의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BC카드의 新전략, 승부사 될까

서 사장은 이강태 전 BC카드 사장이 지난 2월 임기 1년여를 남겨두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으로 발탁됐다. 카드사 출신이었던 이 전 사장에 비해 카드업계 근무경력이 없는 서 신임사장의 영입은 BC카드의 새로운 전략 중 하나로 풀이된다.

이강태 전 사장은 이석채 전 KT 회장이 직접 채용한 인물로 BC카드의 모바일카드사업부문 강화를 위해 영입됐다. BC카드는 KT에 매각된 후 모바일카드사업에 심혈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카드시장의 성장은 한계를 맞았고 카드업계에서 모바일카드에 대한 기대치도 한풀 꺾인 상태다. 이에 따라 BC카드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규회원사 확보등 영업력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BC카드가 지난해 신규회원사로 유치한 현대증권이 지난 2월 에이블카드를 출시했고, 업계 반응도 긍정적이다. 또한 여타 증권사들도 신규 먹거리로 자체 체크카드사업에 관심을 높이고 있어 삼성증권을 거친 서 사장의 경험이 BC카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평이다.

서 사장은 삼성증권 부사장 출신으로 특유의 추진력과 기획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삼성증권의 PB사업을 2005년 1월부터 총괄하면서 4년 가까운 기간동안 불모지에 가깝던 한국 증권사의 자산관리모델을 만들었다. 서 사장이 이끈 삼성증권은 해외 투자은행을 제치고 국내 최우수 프라이빗뱅크로 숱한 상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서 사장은 금융권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전략통'으로 통한다. 특히 최근 보안이슈가 민감한 카드업계 분위기 속에서 그의 에스원 경력은 BC카드에 큰 도움이 될 수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26일 서준희 BC카드 사장이 첫 출근을 했다. /사진제공=BC카드
◆삼성 DNA, BC카드에도 통할까

서준희 BC카드 사장의 또다른 수식어는 '정통 삼성맨'이다. 서 사장 내정 전, 업계에서는 한때 BC카드 사장으로 KT그룹 내부출신 인사설이 나돌기도 했다. 최근 KT가 손자회사였던 BC카드를 KT캐피탈에서 분리해 흡수하면서 KT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내부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던 것.

하지만 최종 낙점은 삼성출신인 서 사장에게로 돌아갔다. 업계에서는 황창규 KT 회장이 평소 친분이 있는 서 사장에게 비씨카드 사장직에 지원해보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사장과 황 회장의 공통점은 '삼성 DNA'를 가졌다는 점이다. 서준희 사장은 1954년생으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삼성증권 이사, 삼성생명 전무, 삼성증권 부사장, 에스원 대표이사를 지내고 직전에는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을 맡았다.

BC카드 관계자는 서 사장의 선임 배경에 대해 "금융분야의 전문역량과 삼성그룹 CEO로서 성공적인 성과를 이뤄낸 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출신의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한 이후 그룹과 계열사의 요직이 하나둘씩 삼성맨으로 채워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 사장의 BC카드 사장 내정 발표 이전에도 김인회 전 삼성전자 상무가 그룹 재무실장 자리에 앉은 데 이어 부동산개발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 사장으로 최일성 전 삼성물산 상무가 임명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과도한 삼성맨 영입이 자칫 이석채 전임 회장의 낙하산 인사논란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 사장이 이 같은 오명을 벗고 BC카드를 어떻게 꾸려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서준희 사장 프로필
▲1954년 경남 통영 ▲경남중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 ▲에스원 대표이사 사장 ▲삼성증권 전무/부사장 ▲ 삼성생명 전무 ▲한국투자금융지주 본부장/부사장 ▲삼성증권 이사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