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험 사기, 추돌유도·손목치기 등 수법 다양… 가입자에 ‘부메랑’
보험사기가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업계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365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적발금액인 333억800만원에 비해 9.6% 증가한 수치다. 생보업종의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257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무려 37.4%나 늘었다.
손해보험업계의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3만8144명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4만83명에 비해 4.8% 줄어든 수치. 그러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503억5400만원으로 지난해 2246억1800만원에 비해 11.5% 늘었다. 2503억5400만원의 보험사기 적발금액 중 자동차와 관련된 보험사기는 1493억8200만원에 달했다.
보험사기의 유형으로는 사고내용조작(20.3%)이나 허위과다입원(11.2%)의 적발금액 비중이 높았다. 고액의 입원일당 보험금을 노린 이른바 '나이롱 환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손보업계는 보험사기 급증의 원인으로 내수경기 악화를 꼽았다. 경기가 어려워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보험사기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 등으로 조금만 아파도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허위진단이나 입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직적인 보험사기 일당이나 전문꾼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의자해·손목치기 등 조심해야
가장 많은 보험사기가 발생하는 분야는 자동차사고. 손보업계와 금융당국은 고의자해와 고의사고, 고의추돌유도, 손목치기 등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의자해는 피해차량 근처에 숨어있다가 일부러 사고를 당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1>에서처럼 횡단보도 옆 전봇대 뒤에 숨어있던 보행자가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는 차량에 고의로 뛰어드는 것을 말한다. 고의자해 사기자는 주로 보행자가 소리를 쳐서 사고발생 사실을 차량 운전자에게 알린다.
또한 주변사람을 동원해 사고사실에 대한 목격자를 확보한다. 특히 10대 중과실사고의 약점을 이용해 경찰신고 없이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하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고의자해로 의심되는 사람과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보행자와 접촉한 차량 부위와 보행자의 피해부위를 정확히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 또한 보행자의 정확한 정보를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경찰과 보험사의 조사를 받을 때에는 운전 중 사람과 접촉한 느낌이 없었다는 점 등 고의사고가 의심되는 부분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
고의사고와 유사한 보험사기 수법으로는 고의추돌이 있다. 고의추돌은 차선을 변경한 후 특별한 이유없이 급제동해 뒤따라오는 차량의 추돌을 유발하는 것이다.
고의추돌은 가해차량이 차선을 변경한 이후 급제동한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의추돌은 차량에 여러명이 탑승하며 사고현장에서 뒷차 운전자가 사고에 대한 과실이 더 많은 것을 강조한다. 차량의 수리 없이 신속한 합의와 보험처리를 요구한다. 만약 고의추돌과 유사한 수법의 사고를 당했다면 앞차량의 급제동 사유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손목치기는 좁은 골목길 등에서 달리는 차량에 손목을 일부러 접촉하고 보상명목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것을 말한다. 손목치기를 사기수법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사고 발생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위해 일부러 크게 소리친다.
이를 통해 차량을 멈추도록 하고 주변사람을 이용해 사고사실을 확인시킨다. 또한 유독 사고처리와 관련한 법규 및 절차를 잘 알고 있으며 병원치료비 등의 합의금을 현장에서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극히 경미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사 사고접수를 강요한다.
횡단보도 고의자해 블랙박스 영상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유투브 영상 캡처
◆보험사기 늘면 손해는 가입자에게
보험사기가 늘면 손해를 보는 곳은 어디일까. 일차적으로 보험사의 손해가 늘어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보험료 인상을 불러와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사기로 인해 지급된 보험금은 총 1493억8200만원이다. 지급되지 말아야 할 보험금 1493억원이 지급됐다는 얘기다. 이 기간 국내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3.54%에 달한다. 손보사들은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만약 1493억원의 보험금 누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만큼 손해율은 떨어졌을 것이고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결국 보험소비자 본인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라며 "보험사기도 주의해야 하지만 교통사고 후 무리한 보험금 청구가 결국 보험가입자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기 대처요령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사고를 당했을 때는 보험사와 경찰에 신속하게 사고를 접수해야 한다. 또한 사고현장과 충돌부위를 촬영하고 목격자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험사기를 당하는 피해자는 대부분 사고 후 정신없는 상황에서 불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정신이 없다고 해도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고의 과실을 무작정 인정하면 안된다. 면허증이나 자동차등록증, 과실을 인정하는 확인서 작성 등을 강요하면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또한 보험사기꾼들은 주로 사전에 공모하거나 진단서 발급이 쉬운 병원을 이용해 치료비를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병원은 보험회사가 지정한 병원이나 제3의 병원을 이용해야 한다.
사기꾼들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을 표적으로 삼는 만큼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골목길에서는 서행운전하는 등 방어운전을 하는 것이 좋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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