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석 대표를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요리를 아는 CEO’가 될 것 같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오너 셰프로 일하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비전 있는 외식 기업으로 키워내고 있는 훌륭한 경영인이기 때문이다. 
좋은 퀄리티의 일식 코스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난 <아리노마마>는 처음에는 15평 규모의 작은 매장에서 시작했다. 오픈하자마자 순식간에 월매출 7000만원을 찍고, 1년 6개월 만에 3호점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아리노마마>로 외식업 CEO 첫 발 내딛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자신의 사업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외식사업 기획안을 여러 차례 제출하기도 했다. 선택한 사업이 수산물이 중심인 일식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정 대표는 요리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수산물에 관해서는 예리한 미각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생선회를 먹을 때면 어떤 생선인지 눈 감고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수산물 유통 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 덕에 어린 시절부터 밥상에 늘 생선과 해산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자신의 사업을 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업종은 이자카야, 메인메뉴는 쿠시야키와 사시미였다. 호주 유학시절 만난 일본인 친구들을 통해 일식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두게 됐고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준비 기간 동안 내로라하는 유명 꼬치구이집을 벤치마킹하고 지인들로부터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그리하여 2012년 10월 첫 가게인 <아리노마마>를 오픈하게 된다.
<아리노마마> 1호점은 지하철 양재역 4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주상복합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고 그만큼 월세도 비싸다. 

정 대표는 자릿세가 비싼 점포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입지에 과감히 투자했다. 점포는 49.59㎡(15평) 규모로 작은 편이었지만 공간을 알뜰하게 활용해 수용 인원을 48석까지 늘릴 수 있었다. 

고객 연령대가 낮은 홍대 앞 보다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춘 강남 오피스 상권을 선택한 까닭은 객단가가 높은 일식인 만큼 직장인 손님에게 더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영업은 순탄하게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팅 손님이 생길 정도로 성황을 이뤘고 단기간에 월매출 7000만원을 달성했다. 탄력받은 <아리노마마>는 과감하게 사업을 확장한다. 이듬해 2호점을, 그리고 그 다음해에 3호점을 연이어 오픈한 것이다.

◇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일식 코스요리
<아리노마마>의 최대 경쟁력은 퀄리티 높은 일식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대로 구현한 점이다. 가장 주문율이 높은 ‘디너코스 B’는 3만3000원에 11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메뉴다. 두툼하게 썰어낸 모둠사시미를 비롯해 신선한 해산물, 나베, 스키야키, 튀김 등을 푸짐하게 구성했다.

손님의 80%가 코스메뉴를 주문할 만큼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생화, 금박으로 꾸민 섬세한 플레이팅도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이자카야에서 ‘분위기 좋은 일식당’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에는 이 코스요리 구성이 이바지한 바가 크다.

특히 푸짐하면서도 정갈한 점심 코스요리가 대치동 주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동네에 마땅한 점심 모임 장소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아리노마마>를 찾으면 되겠다”는 주부 고객이 많다.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점심 먹을만한 곳이 백반집과 최고급 한정식집으로 양극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 성실·신용을 바탕으로 단가는 낮추고 품격은 높이다
단품 위주로 판매하는 이자카야는 2차 이후, 즉 저녁 8시 이후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리노마마>에서 코스 메뉴를 정비한 이후에는 초저녁부터 저녁식사를 겸한 술손님 방문이 늘어 운영 효율이 한결 좋아졌다. 일식 코스요리를 주력으로 판매하게 된 것은 이미지 제고에도 한몫했다. 비즈니스 접대나 가족 모임을 할 수 있을 만큼 일식당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음식점에서 단순히 ‘저렴함’만 내세우려면 얼마든지 판매가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음식의 품격이 높아지면 손님의 품격도 높아진다’는 소신이 있었다.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단가를 낮추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 대표는 부친이 운영하는 수산물 유통회사에서 활어를 공급받기 때문에, 광어나 도미 같은 기본적인 횟감을 저렴하게 확보하기 유리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매일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장을 보며 그날 물량이 많이 풀린 생선을 찾아다녔다. 

새벽시장에는 품질과 선도가 뛰어나지만 한시적으로 가격이 떨어진 생선들이 있다. 이때 특이한 생선이나 제철 생선을 평소의 80% 이상 싸게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고,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른 것들이기 때문에 손님에게 메뉴를 추천하며 주문을 유도하기도 쉬웠다.


이자카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류 판매다. 정 대표는 사케를 한 번에 100박스 이상 주문함으로써 구매 단가를 낮췄다. 사케의 경우 병당 가격이 높아 신용이 없으면 대량으로 발주를 넣기 힘들다.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고 결제일에 맞춰 정확하게 결제해온 정 대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매월 사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판매를 촉진하고 사케 판매량이 많은 만큼 다시 대량 구매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그 결과 소비자로부터 ‘<아리노마마>는 퀄리티 높은 음식과 사케를 좋은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하며 외식기업 CEO로 변모
<아리노마마>는 다른 집보다 일찍 열고 다른 집보다 늦게 닫는 집이었다. 처음에 정한 영업시간은 새벽 네시까지였으나 퇴근 후 한잔 하러 온 인근 상인들을 상대로 새벽 여섯시, 일곱시까지 영업하는 날도 많았다. 한두시간이지만 월매출로 계산하면 무시 못 할 매출이었다. 

하루에 서너시간밖에 못 자는 날이 계속됐으나 피곤한 줄도 모르고 일했다. 탄탄한 상품력과 경영 수완으로 순풍에 돛 단 듯 매출이 뛰었고, 사업 확장의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정 대표는 과감하게 2호점, 3호점을 연달아 오픈했다. 

첫 점포를 오픈한 지 1년 6개월 만에 강남권에 3군데 점포를 운영하게 되면서 사업 규모가 크게 확장됐다. 특히 3호점은 330.58㎡(100평) 규모의 대형 일식당이었다.

사업 확장을 결심한 순간, 정 대표는 오너 셰프에서 외식기업 CEO가 될 수 있었다. <아리노마마> 1호점을 운영할 때는 정 대표가 음식부터 접객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 했지만, 사업을 확장하면서 전문 일식 셰프를 영입했고 점장을 채용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신이 하던 일을 다른 직원에게 맡겨야 한다. 하지만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일수록, 접객에 자신 있는 사장님일수록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유능함이 오히려 사업 확장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다. 유능하니 직원의 능력이 눈에 안 차고 결국 자기 손으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정 대표는 “큰 외식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실력 있는 인재를 찾아 일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분야의 전문가는 반드시 있으니, 업주는 가게 밖으로 나와서 경영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요리도 맛있고 서비스도 좋은데 작은 규모에만 머물러있는 음식점 업주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외식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목표
정 대표는 운영상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직원 관리’라고 답했다. 요식업은 특히 이직률이 높은 업종이다. 단순히 보수가 적기 때문만은 아니다. 똑같은 월급을 받는 서비스직이라도 특급 호텔이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한 브랜드라면 근속비율이 높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정 대표는 장사가 아닌 사업을 하려면 실력 있는 직원들이 탄탄하게 받쳐 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아리노마마>에서 일한다는 것이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아리노마마>를 ‘입사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로 이어졌다. 

서비스직이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비전을 갖고 회사와 함께 커갈 수 있도록 직원을 배려했다. 직원이 지치지 않게끔 보수나 휴무일을 늘리는 것은 물론, 정기적으로 워크샵을 진행하고 전문가를 초빙해 CS 교육도 받게 했다.
<아리노마마>는 ‘있는 그대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미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음식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변심하지 않고 초심을 지키겠다는 정 대표의 각오도 담겨있다. 

정 대표에게는 <아리노마마> 하면 누구나 ‘괜찮은 집’, ‘맛있는 집’으로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주는 집으로 키우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앞으로도 지켜간다면 머지않아 그 소망이 현실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