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Auction)는 다수의 제시에 의해 형성되는 판매를 말한다. 지금은 아파트·빌라·단독주택·토지 등의 부동산부터 미술품, 골동품, 와인, 사업권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경매가 이뤄진다. 심지어 유명인과의 점심식사를 경매에 부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하우스세일(House Sale)을 통해 몇세대에 걸친 수집품을 경매에 출품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온다. 우리나라는 아직 오프라인상에서 경매가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농수산물 등의 도매시장에서는 일상적으로 경매가 이뤄지지만 이외에는 부동산, 미술품, 연예인들의 소장품을 통한 자선경매가 대부분이다.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경매에 얽힌 뒷얘기도 풍부하다. 경매시장에서 벌어진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


 

/사진=머니투데이 DB

◆ 역사상 최초 경매는 ‘결혼’

기록이 남아 있는 역사상 최초의 경매는 고대 메소포타미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확한 시기를 알 수는 없지만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기원전 7000년경부터 문명이 발달했음을 감안하면 인류역사와 그 발자취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서구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Herodotus)는 <역사>(Historia) 관습편에서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결혼풍습을 소개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경매다.


이 지역에서는 1년에 한번씩 혼기가 찬 여자들을 한곳에 모은다. 그러면 남자들이 주위를 둘러싼다. 이어 경매인이 한사람씩 여자를 앞세워 경매에 부친다.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첫번째로 경매에 부쳐지고 그다음으로 예쁜 여자가 나오는 식이다.

경매 결과 아무도 원하지 않는 처녀의 경우 여자 측이 남자에게 지참금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진다.

◆ 황제 자리도 경매에 부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서구역사상 2200년을 존속하며 이름을 떨친 로마제국은 경매가 매우 성행했다. 전쟁을 통해 노획한 각종 전리품이나 노예 등은 경매를 통해 시민들에게 배분됐다. 심지어는 ‘황제’ 자리도 경매에 오른 적이 있다.

서기 193년 황제위에 오른 페르티낙스는 각종 경비와 군사예산을 삭감하는 등 개혁을 단행하다 친위대에게 살해당했다. 이후 권력을 잡은 친위대는 황제를 경매방식으로 선발했다.

당시 전 황제의 장인이었던 플라비우스 술피키아누스와 부유한 로마 원로원 의원이었던 디디우스 율리아누스는 서로 가격을 제시(명목상은 기부금)하며 경쟁했다. 마침내 황제 자리는 친위대 1명당 6250드라크마를 내기로 한 디디우스 율리아누스의 차지가 됐다. 당시 화폐가치를 알기는 어렵지만 적은 금액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경매를 통해 황제가 된 그의 치세는 길지 않았다. 디디우스 율리아누스는 제위에 오른 지 2개월 만에 도나우 사령관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에 의해 살해당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 ‘69년 만의 전쟁’ 처칠 vs 히틀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것은 지난 1945년이다. 세계의 운명을 놓고 벌어진 싸움에서 양대 세력을 대표하던 사람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아돌프 히틀러 전 독일 총통이다. 문명세계의 운명을 손에 쥔 전쟁이 끝난 후 69년이 지난 2014년, 이들의 자존심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묘하게도 같은 달인 11월 영국 런던의 크리스티경매소와 슈롭셔의 멀록스경매소에서 각각 처칠과 히틀러의 그림이 경매에 오른 것. 이어 12월에는 처칠의 유화작품 15점이 소더비에서 경매에 부쳐졌다.

처칠은 지난 1915년부터 1950년까지 500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다. 히틀러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화가지망생이었다.

가격만 보면 이 그림전쟁의 승자는 처칠이다. 지난해 12월 소더비에서 처칠이 직접 그린 ‘차트웰의 금붕어 연못’이 180만파운드(약 31억원)에 낙찰됐다. 반면 히틀러가 25세 때 그린 ‘뮌헨의 옛 시청과 등기소’ 수채화는 지난해 11월 뉘른베르크의 경매장에서 13만 유로(약 1억8000만원)에 팔렸다.

◆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만화책

경매시장은 원칙적으로 2차시장, 즉 중고시장이다. 예전에는 구하기 쉬웠고 가치가 별로 없던 물건이 수십년이 지나면 구하기 어려워진다. 당연히 이런 물건이 경매시장에 등장하면 매우 비싸게 팔린다.

그런 물건 중 하나가 바로 만화책이다. 지난해 8월 인터넷경매사이트인 이베이에 따르면 1938년에 나온 <액션 코믹스> 1호 1권이 320만7852달러(약 32억6000만원)에 팔렸다. 슈퍼맨이 처음으로 등장한 <액션 코믹스> 1호는 발간 당시 가격이 10센트에 불과했다. 현존하는 책은 100여권으로 추정된다.

<액션 코믹스> 1호는 ‘만화계의 성배’로 불리며 경매에 나올 때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만화책’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미국 등에서는 집을 수리하거나 낡은 서적 뭉치 속에서 이 만화책을 발견해 ‘돈벼락을 맞았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 뭐든지 파는 온라인경매시장

인터넷시대가 열리며 경매시장 또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저변을 넓혔다. 온라인경매의 특징은 다양한 상품이 판매된다는 점이다. 생활용품이나 고가의 귀중품은 물론, 유명인의 사인부터 게임 아이템, 영화에 등장했던 소품, 미사일 엔진 등까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가끔 외신 등에 보도되는 것처럼 식빵을 굽고 보니 탄 자국이 마치 예수처럼 보이는 토스트, 판매자가 귀신이 봉인됐다고 주장하는 유리병, 고장 난 타임머신과 같은 기상천외한 것들도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영국 런던에 사는 7살짜리 남자아이가 이베이를 통해 해리어전투기를 구매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소년은 당시 제트아트항공이 이베이를 통해 내놓은 해리어전투기를 발견하고 ‘즉시 구매’ 버튼을 눌렀다. 이 해리어전투기의 가격은 11만3000달러였다. 그러나 한화로 1억3000만원이 넘는 전투기를 갖고 싶다는 소년의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아버지가 전화로 사정을 설명하자 판매사인 제트아트항공사가 거래를 취소해줬기 때문이다.

이후 이 소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당시 외신은 이 소년이 매우 실망했을 것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