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디플레 파이터’를 선택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1%대 기준금리시대가 열렸다. 예상보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며 디플레이션(deflationㆍ지속적인 물가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금리인하 배경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금리인하는 내수회복이 생각보다 미약했기 때문에 이뤄졌다. 회복 모멘텀 하락이 너무 오래 가면 성장잠재력 저하로 연결될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금리인하를 통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1.75%로 낮췄다. 은행권 예금·대출금리도 속속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예금고객과 대출고객 사이에 희비가 엇갈린다.

◆자산관리 패러다임 바꿔야
 
5년 전 은퇴해 아내와 함께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씨(56·가명)는 예상치 못한 기준금리 인하소식을 듣고 가슴을 쳤다. 은퇴 전 주식 등 투자와 거리를 뒀기에 안전하고 친근한 예금만 고집해왔는데 갈수록 떨어지는 금리 때문에 고민이 깊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권 예금금리도 인하 초읽기에 들어갔다. 2% 수준을 힘겹게 유지하는 정기예금금리가 속속 1%대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 후반대의 금리를 적용하는 곳도 있다.
 
자산관리전문가들은 이제 예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간신히 1~2%의 이자가 적용된다 해도 사실상 세금을 제외하면 손에 남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저금리시대를 겪어온 선진국의 자산관리 패턴을 고려해 연금과 투자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원금보존형 ELB(파생결합사채)나 ELD(주가지수연동예금), 안정적인 수익과 절세효과가 있는 연금상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성아 하나은행 대치동골드클럽 PB팀장 역시 연금 및 주가지수연동상품을 ‘저금리시대 효자상품’으로 추천했다. 이성아 PB팀장은 “현재 3% 중반의 공시이율이 적용되는 즉시연금이나 5~7%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이자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ELT(주가연계신탁) 상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일러스트레이터=임종철

‘예금’만 고집하는 경우라면 0.1%라도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온라인예금이나 상대적으로 은행권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상품 가입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정기예금금리는 평균 2.48%, 정기적금 금리는 평균 3.22%다. 비록 3%대의 정기예금은 사라졌지만 조흥저축은행(2.911%), 참저축은행(2.9%) 친애·대명·유니온저축은행(2.8%) 등에서 2% 후반대의 예금을 찾을 수 있다.
 
하반기 금리인상을 고려해 머니마켓펀드(MMF) 등의 초단기상품 활용도 추천된다. 김인응 지점장은 “하반기에 들어서면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해 실세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1년 이상 정기예금은 당분간 보류하고 MMF 등 유동성 자금으로 운용하다가 금리인상 추이를 본 후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보유 여부 따라 웃음·한숨 교차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시장에는 훈풍이 살랑인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있던 가구라면 금융부담이 낮아져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낮은 금리는 전세난을 가중시켜 세입자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전·월세거래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40%를 돌파했고 지난 1월에는 43.5%로 치솟았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하로 전세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전세의 월세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증금을 은행에 맡겨봤자 예금이자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안정적으로 소득을 확보하기 위해 월세로 몰릴 수 있어서다. 이러한 가운데 품귀 직전인 전세물건은 더욱 ‘귀한 몸’이 돼 가격이 치솟을 우려가 높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전세 매물이 갈수록 귀해져 매매가격을 위협하는 상황이 된다면 ‘깡통전세’보다 가급적 보증부 비율이 높은 반전세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대출자나 신규 주택구입자에게는 ‘바닥’에 근접한 대출금리를 잘 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김인응 지점장은 “이번 금리인하 효과가 반영되는 시점에 장기고정금리로 묶는 것이 시장 변동성의 리스크를 줄이는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기존대출자라면 가급적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기를 권한다. 당초 2.8~2.9%로 출시될 예정이었던 이 상품의 대출금리는 금리인하 효과로 2% 중반대로 하락할 전망이다. 대신 대출조건이 까다롭다. 대출받은 지 1년 이상 지나야 하고 최근 6개월 내에 연체한 기록이 없어야 한다.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대출잔액 5억원 이하인 경우만 가능하고 1순위 담보로 설정할 수 있는 은행권 대출이어야 한다. 또한 고정금리로 전환하기 위한 대출상품인 만큼 현재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에 한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