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경제학자로 잘 알려진 존 메이너드 케인스. 지난 1930년 케인스는 100년 후 세계를 예측한 에세이 <우리 손주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을 발표했다. 책에서 그는 먼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것을 넘어 한가롭기까지 한 견해를 들려준다. "경제 문제는 인류의 영원한 문젯거리가 아니다"는 말과 함께 100년 후에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 사라지고 잘사는 법을 터득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4배에서 8배가량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당 근무시간도 약 15시간으로 단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그나시오 팔라시오스-후에르타 교수(런던정경대)는 이러한 케인스의 예측에 대해 현재 관점을 논해볼 필요를 느꼈다. 전세계를 움직이는 대표 경제학자 10명으로 구성된 이른바 ‘예측 드림팀’을 구성, 자신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케인스가 시도했던 장기 예측 과제에 도전할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새로운 부의 시대>다. 일과 임금의 미래, 심화되는 불평등, 중국과 인도의 경제적 발흥,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위기와 회복의 사이클, 기술의 혜택, 기후 변화의 장기적 영향 등 10명의 스타 학자들이 짚어낸 이슈와 예측들이 담겨있다.


대런 애쓰모글루(MIT 경제학과)는 이전 책에서 보인 관심을 확장시켜 '권리혁명의 확대'만이 미래에 산적한 위협들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실적은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면서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앵거스 디턴 교수(프린스턴대 경제학과)는 에이즈를 비롯한 각종 질병의 종말을 전망하며 건강 분야는 물론 인류의 삶 전반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러면서도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이 책에서 미래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입장을 표방하는 안드레우 마스-콜레이 장관(카탈로니아 자치정부 경제지식부)은 세계의 빈곤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앞으로 인류가 난관에 부딪친다면 그것은 환경이나 에너지 등 경제적 요인보다는 전쟁과 갈등 같은 사회적·생물학적 요인 때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운동에 몸담았던 존 E. 로머 교수(예일대 경제학과)는 가장 과격한 주장을 내세웠다. 지구 온난화를 정치 문제로 규정하면서 '이 문제를 모르쇠로 일관하며 기회주의적으로 대처하는' 보수주의자들의 태도를 비판한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유지된 자유방임주의와 개인주의 이데올로기를 크게 흔들기 위해서는 아마도 많은 실업과 부의 파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 10명이 케인스와 동일하게 관심을 보인 주제는 바로 '기술 혁신에 따른 생활수준 및 건강·수명의 향상'이다. 대부분 케인스의 관점을 지지하며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 10명의 경제학자 모두가 공통적으로 그 중요성을 강조한 주제는 바로 '기후 변화'다. 지구 온난화가 큰 문제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10명의 경제학자는 기후 변화가 인류에게 얼마든지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로버트 J. 실러 지음 | 알키 펴냄 | 1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