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편의점업계는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동네 슈퍼마켓 등 약자를 물리치고 난 현재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위드미 등 강자끼리 파이를 나눠먹어야 해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자금력과 유통망이 워낙 잘 갖춰진 상황이라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차별화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편의점업계는 다른 업체와 차별화를 꾀함과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로 패션업계에서 널리 쓰였던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 편의점업계에도 착륙해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사진=뉴시스 안현주 기자
◆ 매장 근처 지나가면 ‘할인’ 알람이…
각 편의점업체가 가장 공을 들이는 콜라보레이션 마케팅 전략이 있다. 바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기반에 둔 모바일전략이다. 모바일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각 업체는 구매를 유도하는 보조기능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편의점업체 중 모바일 강화전략을 가장 활발히 펼치는 곳은 세븐일레븐이다. 모바일쇼핑 앱 상품 구매 및 선물하기 할인쿠폰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온라인상의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뱅크월렛카카오’서비스를 통해 모바일결제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는 편의점의 주 이용고객인 20~30대 젊은 층이 소셜미디어·온라인정보를 활용해 저렴한 구매방법을 검색하고 비교하는 쇼핑패턴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아울러 지난해 12월부터는 세븐일레븐 앱과 전자지갑 ‘시럽’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받은 고객이 편의점 근처에 오면 자동으로 할인쿠폰이나 기획상품정보를 푸시알람으로 보내주는 비콘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4000여개 점포에서 이를 실시하는데 이용인원이 하루 12만명에 달할 정도로 호응도가 높다.
CU도 지난해 6월부터 스마트폰에 ‘CU 멤버십 앱’을 설치한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즉석 할인쿠폰을 자동 팝업으로 띄워주는 ‘팝콘 쿠폰서비스’를 시행한다. 매장에 들어선 지 3~5초 안에 어떤 상품을 할인받을 수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어 추가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GS25는 최근 옥션과 제휴를 맺고 자사상품을 팔고 있다. 온라인몰을 직접 만드는 대신 제휴를 통해 효과를 보려는 전략이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 ‘GS25 드림콘’이라는 모바일쿠폰도 판매한다.
/사진=임한별 기자
◆ “스타여 우리에게 힘을 보태줘”
이외에도 편의점업계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배우나 가수 등 스타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품의 긍정적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시작된 편의점업계의 스타마케팅은 당초 PB상품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활용됐지만 이제는 제품과 이미지가 맞는 스타와의 결합을 통해 상생효과를 거두는 데 집중한다.
편의점업체 중 최초로 상품에 연예인 이름을 직접 적용한 곳은 CU의 전신인 훼미리마트다. 이 업체는 지난 2007년 11월1일 ‘소녀시대 삼각김밥’을 출시했는데 단 4주 만에 누적판매량 200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한달 뒤인 12월에는 GS25가 ‘김구라의 세상씹기’라는 안주류 제품을 출시하면서 스타마케팅에 가세했다. 이 제품도 출시 40일 동안 5만4000개가 팔려 당시 자체 판매 베스트 3위를 차지했다.
GS25가 2010년 10월 선보인 ‘김혜자 도시락’은 출시 1년 만에 200만개 판매를 돌파한 후 지난해 말까지 5년 동안 총 4530만개나 팔렸다. 이는 전국민 10명 중 9명이 구매한 양이다. 이 제품은 출시 6년 차에 들어선 현재도 SNS 등을 통해 ‘마더혜레사 도시락’이란 별칭을 얻는 등 인기를 구가 중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상품이 증가하는 추세다. 편의점업체들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늘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GS25가 지난해 9월 방송인 홍석천과 협업을 통해 내놓은 ‘홍라면’ 2종은 출시 1주일 만에 10만개 이상 팔리면서 용기면 가운데 최단기간 판매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개수는 450만개로 ‘김혜자 도시락’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런 성과에 따라 올해 홍라면 시리즈를 스파게티로 확대하고 김혜자 도시락도 10여종으로 늘릴 계획이다.다른 편의점업체들도 스타마케팅에 가세했다. 미니스톱은 인기가수 포미닛을 모델로 한 탄산수와 생수를 출시하고 방송인 윤택의 이름을 딴 마른안주류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편의점 스타마케팅 상품은 ‘혜리 도시락’이다. 세븐일레븐이 지난달 12일 선보인 이 제품은 귀여운 먹방으로 관심을 받은 인기 댄스그룹 걸스데이의 멤버인 혜리를 내세운 것으로 출시 3주 만에 판매량 50만개를 돌파하는 등 ‘대박상품’으로 인정받았다.
◆ 카페·공연장으로 변신하는 편의점
편의점업계는 단순하게 물건을 파는 곳에서 탈피해 공연이나 식사, 편히 쉴 수 있는 카페 등의 공간을 마련하며 다른 경쟁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일종의 ‘숍인숍 콜라보레이션’이다.
이 같은 전략을 가장 활발히 펼치는 곳은 바로 CU다. CU마로니에공원점에서는 올해 4월부터 아마추어 뮤지션을 위한 무대지원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유공간을 활용해 2~3평 남짓한 소형무대를 마련하고 거리공연을 위한 앰프, 마이크, 조명 등 일체의 공연장비를 지원한다.
CU동숭아트점은 매장 내 약 8㎡ 남짓한 공간을 활용해 소규모 모임이 가능하도록 회의용 테이블, HDTV 등을 설치해 미팅룸을 운영 중이다. CU덕성여대학생회관점은 입지 특성에 맞춰 여대생들을 위한 스터디룸과 함께 파우더존, 피팅룸(탈의실)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도시락을 중심으로 한 푸드 스토어와 복합편의공간을 콘셉트로 한 ‘도시락카페 1호점’(KT강남점)을 오픈, 운영중이다. 직장인 중심으로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매년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보다 여유 있는 취식공간과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복합편의공간으로 진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편의점업계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영토 싸움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앞으로 우리 주변에 있는 편의점이 어디까지 변신할지 기대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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