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근로자의 날(금요일)부터 5일 어린이날(화요일)까지 월요일 하루만 휴가를 쓴다면 가까운 해외로도 나갈 수 있는 황금연휴가 탄생한다. 이 기회를 놓쳤다면 5월 말 석가탄신일(25일) 연휴를 기다리면 된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와 항공업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2015 해외여행 트렌드 전망’을 보면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을 포함한 5월 첫째주 연휴기간에 해외여행을 다녀오겠다는 의견이 57.6%나 됐다. 답변자 중 절반 이상이 해외여행 계획을 세운 것이다. 우호적인 환율과 유가하락 덕분에 비용부담이 다소 줄었고 저비용항공사(LCC)의 서비스 확대로 해외여행이 더 가깝게 다가온 점도 한몫 했다.
소비침체 속에서도 여행업계는 호실적을 냈다. 모두투어는 지난 2007년 이후 최대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파크투어의 지난 3월 항공권 송출은 국내 포함 총 34만명으로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날씨가 좋아지는 4월과 두번의 황금연휴를 맞이하는 5월에는 더 좋은 실적이 기대된다.
특히 인터파크투어 실적이 해외여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내 저비용항공사가 한몫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증가로 국내선이 전년대비 50% 이상 성장했기 때문이다.
◆LCC, 10년 만에 대형사 위협
‘나를 위한 사치’에 과감히 투자하는 젊은 세대가 늘면서 여행업계가 전반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그중에서도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은 저비용항공사가 단연 돋보인다. 몇년 전만 해도 저비용항공사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서비스가 부족하고 안전도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0년 사이 저비용항공사는 기존 대형항공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공항공사가 발표한 지난해 항공사별 국내선 여객수송실적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 여객 수송분담률이 사상 첫 절반을 돌파(51.25%)했다. 올해에는 6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27.3%)이 전년대비 3.2%포인트 감소하고 아시아나항공(21.4%)이 0.8%포인트 증가한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기존 대형항공사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가가 50% 이상 급락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크게 반등했지만 유가가 다시 오를 경우 주가전망은 다시 어두워질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선택기준이 이미 크게 변하고 있다. 항공시장동향 보고서의 ‘항공여행객 행동특성 설문조사’를 보면 저비용항공사를 선택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항공운임의 경제성(65.3%)이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다. 뒤이어 다양한 운항스케줄(11.9%)과 여행상품에 포함돼서(7.7%)라는 답변이 나왔다. 반면 대형항공사를 이용하는 이유는 항공사 이용의 편리함과 서비스, 신뢰 등이 꼽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국내선에서 저비용항공사가 대형항공사 대비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국내선 탑승객 중 절반 이상이 저비용항공사(53.9%)를 선택했다. 주로 1시간가량의 단거리 여행이 대부분인 국내여행의 경우 높은 서비스에 대한 효용보다는 저렴한 가격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도 한국을 여행할 때는 저비용항공사를 훨씬 선호(54.6%)했다. 저비용항공사의 주 외국인고객은 일본인(75.5%)과 중국인(66.1%)이었다. 이들은 저가 단체관광으로 한국을 찾는 경우가 많은 데다 저비용항공사들이 적극적으로 중국어, 일본어 등을 지원하는 등 서비스 개선에 나선 것도 한몫했다.
국내 주요 저비용항공사는 올 1분기 국내선 점유율 기준으로 ▲제주항공 15.4% ▲에어부산 11.9% ▲티웨이항공 10. 4% ▲진에어 8.7% ▲이스타항공 7.5% 순이다.
앞으로 저비용항공사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최소 5개 기업이 저비용항공사의 설립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에어부산을 운영 중인 아시아나항공은 제2의 저비용항공사를 추가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제2의 저비용항공사인 ‘서울에어’를 출범해 인천발 단거리 노선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몇 노선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젠 장거리 노선 노린다
저비용항공사는 국내선에 이어 국제선에서의 점유율도 급증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제선 점유율이 10%를 넘어섰다(11.5%). 불과 4년 전 2.3%의 점유율에서 5배나 시장을 넓힌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희소식이지만 기존 대형항공사에겐 그만큼 위협적이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는 올해 12월쯤 중장거리 노선인 김포-호놀룰루 취항을 계획 중이다. 진에어는 현재 저비용항공사 중 유일하게 장거리 중대형항공기(B777-200ER) 1대를 보유 중인데 올해 동일 기종 2대를 추가 도입한다고 밝혔다.
에어부산도 오는 2018년부터 싱가포르, 호주, 하와이 등 장거리 취항을 계획 중이다. 제주항공은 이번 4월에만 부산발 국제선 3개 노선(오사카, 후쿠오카, 타이베이)을 신규 취항했고 올 연말까지 항공기 3대를 도입해 총 22대를 보유할 예정이다. 장거리 노선 취항을 위한 포석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국내 저비용항공사가 미국·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비행할 날이 머지 않았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세계 항공시장에서 저비용항공사의 시장점유율은 날로 커지는 추세다. 2013년 기준 점유율이 23%로 늘었고 상대적으로 근거리 여행이 많은 유럽은 32%로 커졌다. 일부의 우려와 달리 저비용항공사의 정시 운항률도 기존 대형항공사에 비해 오히려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서비스나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보고서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럽 최대의 저비용항공사인 아일랜드 국적의 라이언에어(Ryanair)가 엄청난 계획을 발표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다는 유럽과 미주간 대서양 노선에 편도요금 15달러의 항공서비스를 오는 2020년쯤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서비스 비용이 추가되면 200달러 수준이 예상되지만 기존 항공요금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기존 항공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가성비 높은 여행을 꿈꾸는 독자에게는 꿀 같은 뉴스지만 기존 대형항공사에게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주식투자자라면 대형항공사보단 저비용항공과 관련된 국내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해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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