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을 통해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신임 회장은 저성장·저금리시대 돌파구로 해외진출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4월29일 취임식에서 “전통적인 수익원의 한계에 부딪힌 지금의 환경에서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국내시장에서 수익확대가 쉽지 않아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동남아지역은 인건비가 싸고 이익률이 높아 새로운 시장으로 유망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은행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지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전략도 눈에 띈다.

◆국내시장 포화단계 ‘해외로’

국내 은행들이 해외진출 카드를 꺼낸 이유는 국내시장이 포화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등 국내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경영상황이 악화된 것도 국내 은행들이 해외진출에 드라이브를 건 요인 중 하나다.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지난 2011년 말 39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4조9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비이자이익 역시 같은 기간 8조6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 등 3대 은행지주사 기준으로 보더라도 비이자이익은 4조1000억원이었던 전년보다 9.3% 감소했다. 순이자마진(NIM)은 1.79%로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1.98%보다 0.19%포인트 낮았다. 역대 최저수준이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가 정책금융을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은행들이 부담을 떠안게 되자 사업환경이 더욱 열악해졌다.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정부가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1·2차 한도를 합쳐 최소 3000억원의 은행권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은행들이 해외진출을 새로운 먹거리로 지목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은행들은 3개국에 162개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난 2013년 34개국 152개에 비해 3개국, 10개 네트워크가 늘었다. 네트워크별로는 해외법인의 경우 총 45개로 41개였던 전년보다 4곳 증가했다. 지점은 63개에서 64개로 1곳 많아졌다. 해외사무소도 지난 2013년 48개에서 53개로 늘었다.

금융당국도 해외진출을 독려한다. 은행권에 켜진 ‘빨간불’을 모른 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사 ‘삼진아웃제’를 올해 안에 폐지할 예정이다. 금융사가 ‘기관주의’ 3번을 받을 경우 제한됐던 해외진출, 신규사업 진출규제가 풀리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에 관한 규정도 일부 개정된다. 해외 현지법인 및 국외지점 신설계획에 대한 금융위의 신고수리를 받은 경우에는 해외직접투자 심사를 생략한다. 지금껏 은행법과 외환거래법 양쪽에서 해외직접투자 심사를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은행법 신고를 생략할 수 있다. 금융위는 오는 13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신시장으로 유망한 ‘동남아’

특히 동남아지역은 국내와 달리 순이자마진이 커 수익을 올리기에 적합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은 1% 중반대로 추락했다. 반면 동남아 금융시장은 5~6% 수준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지점 개설에 따른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때까지 국내에서는 3~4년이 걸리는 반면 동남아지역에서는 1~2년이 소요된다.

농협은행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수익원 발굴 등을 위해 해외지점 수를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베이징과 하노이사무소의 지점전환을 추진하고 잠재력이 큰 인도에 올해 안에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또 국제금융 중심지인 홍콩과 동남아 신흥시장인 캄보디아,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에 신규 주재원을 파견해 지점 설립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은 영국·중국·캄보디아·홍콩법인을 비롯해 해외지점 10곳 등 총 18곳의 해외네트워크를 운영한다. 지난달 미얀마 건설부 산하 특수은행인 주택건설은행(CHDB)을 대상으로 은행업무 전반, IT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해외은행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카드·캐피털 등 계열사들도 해외진출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주력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소유한 하나금융지주의 해외네트워크망도 눈에 띈다. 하나금융은 24개국 135곳의 해외망을 구축했다. 현지법인은 14곳에 달하고 지점은 91곳, 지점과 출장소 22곳, 사무소 8곳이다. 이 중 아시아에 99개 지점을 운영하는 등 미주(26곳)나 유럽·중동(10곳)보다 더 큰 비중을 뒀다.

기업은행 역시 국내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한 동남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지점을 대폭 확충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사무소를 열었다. 또 인도 뉴델리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중국 외 지역에서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동도 주요사업지로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캄보디아로도 영역을 넓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를 설립해 소액대출기관으로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는 2017년 예금 업무 등 자격을 취득한 뒤 은행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영업이 포화상태에 직면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는 것뿐”이라며 “특히 동남아는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한 데다 이익도 많이 남길 수 있어 주목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M&A 통한 진출, 수익 가속화

국내 은행들은 단기간에 글로벌부문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해외진출을 꾀한다. 기존과 같이 해당 지역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사무소→지점→현지법인’ 순서로 진출하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한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 지분 40% 인수를 승인 받았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0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리디트은행(BCC) 지분 41.9%를 인수해 2대주주에 올랐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0년 5월 중국 지린은행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13년 미국 BNB은행 지분을 손에 넣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2013년 지분을 인수한 소다라은행과 현지 우리은행 법인의 최종합병을 승인받았다. 올해에는 필리핀 현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