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주부 박은영씨(39·가명)는 지난해 인근의 소형아파트(84㎡)를 구입하지 않은 걸 땅을 치고 후회하는 중이다. 해당 아파트가 1년 전만 해도 3억5000만원 수준에 거래됐는데 올 들어 4억원선으로 올랐고 6월 중순 기준 4억2000만원 안팎에서 매매가 이뤄진다. 박씨는 “세입자로 사는 게 힘들어 지난해부터 매입할 주택을 알아봤는데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바람에 그때 구입하지 못하고 미룬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2.경기도 광명시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주부 최윤미씨(33·가명)는 최근 주택 구입에 관심을 갖는 남편이 영 못 미덥다. 최씨는 “이미 주택가격이 상당히 올라서 지금 구입하는 건 막차를 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싸늘하던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주택거래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과연 부동산시장에 다시 봄이 온 것일까.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잠깐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인디언 서머(Indian summer) 시즌일까.

 


◆올 하반기에도 불안한 상승

 

올 상반기 전국의 아파트 시가총액이 약 50조원 증가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6월 현재 전국 아파트 706만6644가구의 시가총액은 약 2071조5483억원으로 전년대비 2.43%(49조2131억원) 증가했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해 말 대비 15조8052억원이 증가해 상승을 견인했다.

 

‘가격·거래·공급’의 트리플 상승세다. 올 상반기 주택시장은 상승의 삼박자가 고루 갖춰지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택시장의 봄날이 앞으로도 이어질까.

 

주택산업연구원은 ‘2015년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을 통해 가격·거래·공급의 트리플 상승세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인상과 가계부채라는 리스크 요인이 있음에도 불안한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 하반기 또는 내년까지는 이러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금리인상이라는 불안요소가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 인지하고 있는 데다 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것도 아니기에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며 “서울에서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부동산시장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승추세로의 전환’이냐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자문부 부동산전문위원은 “연내까지는 거래량이 증가하고 시장이 개선되는 움직임이 이어지겠지만 이것이 추세적 상승이냐는 점에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령화에 따라 “오는 2019년부터 집값이 연평균 1~2%씩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 이상)에 진입함에 따라 주택 구입여력이 있는 젊은층은 줄고 소득이 줄어든 노인들은 주거면적을 줄이거나 주택매매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다.

 

/사진=뉴스1 손형주 기자


◆외곽·오래된 주택 ‘빨간불’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돌지만 지역·상품에 따른 온도차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서울 및 수도권은 한동안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더라도 지방의 경우 내년 이후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신규 분양아파트의 입주가 본격화되는 2017년 이후 지역적으로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역별 수급 모니터링체계를 강화해 공급과잉에 따른 주택시장 재침체 문제를 사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33만4160가구 중 지방 분양물량은 21만2355가구다. 전년대비 34.4% 급증한 수치다. 이에 앞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지방에는 총 76만7369가구가 공급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방의 과잉공급이 지방 주택시장의 열기를 급속히 냉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2~3년새 2만가구가 넘게 진행된 서울의 재건축이 완료되면 외곽으로 나갔던 가구들이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는 점도 외곽의 낙폭을 더욱 키울 수 있는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 책임연구원도 “신도시·택지지구나 교통 등 호재가 있는 지역은 대부분 선호하는 곳으로 가격하락의 위험이 적지만 외곽에 대형평수라면 앞으로도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구주택 및 주택 유형별 양극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과거의 ‘부동산불패시대’에는 새 아파트뿐 아니라 낡은 아파트도 동반상승했지만 이제는 시장이 달라졌다는 진단이다. 이남수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처럼 집값이 폭등하는 시대가 지나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며 “외곽의 오래된 주택은 리모델링이 어려워 노후화된 상태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빌라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감가상각이 빠르게 진행되므로 자산가치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명숙 고객센터장은 “실거주 목적에서 주택구매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고칠 것 많은 낡은 주택보다 당장 살기 좋고 평형도 적당…한 새 아파트의 중소형 주택에 관심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단 지난 4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됨에 따라 가격이 과도하게 올라가는 신규 분양아파트는 경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