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이 세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장기간 이어진 침체터널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지만 정작 저축은행업계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올 1분기(1~3월) 흑자를 기록한 것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더 이상 쌓지 않는 등 일회성 요인이 주효하게 작용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나아진 점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8월부터 TV 방송광고를 대폭 제한하는 ‘저축은행 방송광고에 대한 자율규제’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이에 저축은행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할부·리스사가 주로 취급하는 오토론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물론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또 스마트폰 대중화 기조에 발맞춰 자체 모바일 앱을 출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스마트폰에 눈 돌리는 저축은행
저축은행은 비대면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 앱을 선보였다. 그간 마케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방송광고가 대폭 제한됨에 따라 스마트폰을 활용한 고객 확보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지난 몇년 사이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됐지만 적금·대출 등 장기간 금융서비스가 주를 이루는 저축은행 특성상 모바일금융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모바일 앱을 통한 대응이 일정수준의 경쟁력을 발휘할 거라는 판단 아래 자체 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KB저축은행은 최근 영업점 방문 없이 스마트폰으로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KB착한대출’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은 회원가입 없이 공인인증서, 신용카드, 휴대폰 등을 이용한 본인인증 만으로 KB저축은행의 신용대출상품인 KB착한대출, KB착한전환대출의 한도와 금리조건을 한번에 조회하고 본인에게 적합한 상품을 신청할 수 있다. 또 공인인증을 통한 대출약정이 가능해 대출 전과정을 스마트폰만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같은 날 대신저축은행도 신용대출과 관련된 모든 업무가 가능한 ‘대신저축은행 스마트뱅킹’ 앱을 선보였다. 대신저축은행은 앞으로 주식매입자금대출(스탁론)과 예적금담보대출, 예금상품 가입, 자금이체, 제증명서 신청 등 다양한 뱅킹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도 모바일 앱을 적극 활용하는 곳은 JT친애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 SBI저축은행 등이다. JT친애저축은행은 업계 최초로 자동송금서비스 기능을 구현한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기존 거래고객이라면 본인인증 절차만으로 대출한도 조회와 자동송금까지 한번에 해결이 가능하다. 또 고객이 추가대출 신청부터 송금서비스까지 상담원과의 통화 없이 한번에 대출받을 수 있도록 대출승인 자동녹취시스템(ACS) 기능을 도입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한투 S-스마트’ 앱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다이렉트 상담기능과 수신상품 조회기능도 있다. SBI저축은행의 ‘SBI 스마트뱅킹’은 예금·대출기능 및 체크카드 발급이 가능하다. SBI저축은행에 따르면 매달 신규대출 고객 중 10%가 모바일 앱을 통해 유입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저축은행이 대출 루트를 확보하기 위해 모바일 앱 개발에 열을 올리는 추세”라며 “앞으로 방송광고가 본격적으로 제한되기 시작하면 이 같은 앱 개발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성장동력 발굴 ‘총력’
최근에는 온라인전용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구체화해가고 있다. 또 복합할부금융이 사실상 폐지수순을 밟으면서 먹거리 규모가 커진 자동차 금융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저축은행도 늘고 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SBI온라인주택대출’을 출시하고 주택담보대출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업계에서 온라인으로 담보대출을 취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SBI온라인주택대출은 대출신청에서부터 송금까지 모든 대출절차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 상품은 아파트를 비롯해 현재 보유 중인 주택 시세의 최대 95%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약정금리는 최저 3.75%이며 대출한도는 가계대출이 100만~6억원, 사업대출은 100만~10억원이다.
이와 동시에 SBI저축은행은 최근 승용차·상용차·건설기계 구입 및 운영자금을 대출해주는 SBI오토론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최저이율 연 6.5%, 상환기간 최대 72개월이 적용된다. SBI저축은행은 오토론 상품 출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밖에 HK·아주저축은행 등도 오토론을 취급 중이다. HK저축은행은 현재 취급하는 오토론이 총여신의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저축은행 역시 전체금융 중 25% 규모의 오토금융 상품을 취급한다.
투자은행(IB) 관련 업무로 눈을 돌리는 저축은행도 늘었다. 현대저축은행은 지난 4월 IB본부를 신설해 신종자본증권 분야로 사업영업을 넓혔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2013년 IB본부 출범 당시 7명에 불과하던 구성원을 2년 만에 18명까지 늘리며 규모를 키웠다.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실시하는 업체도 있다. OK저축은행은 각 점포마다 경차 및 오토바이를 배치해 내점이 어려운 고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서울 주요거점에 4개 출장소를 오픈하는 등 공격적으로 영업점을 넓히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의 접근성을 키워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