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투어가 올 상반기(1~6월) 국내 숙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메르스 악재 속에서도 호텔·리조트·펜션 등 국내 숙박 판매객실 수가 전년대비 39% 성장했다. 숙박형태로는 호텔과 펜션이 전년대비 44%, 39% 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모바일시대로 접어들며 당일예약서비스가 급증한 점,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관광객이 늘면서 신규호텔이 증가하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숙소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진 점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호텔이다. 모바일시대와 중국여행객의 급증이 호텔산업을 호황으로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을 통한 당일예약서비스에 할인율을 제공하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공실률을 줄여 수익률을 높였다. 물론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관광객 증가도 호텔사업의 성장세에 일조했다.
경복궁 내부를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뉴스1 DB
펜션이나 모텔사업도 급성장세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숙소를 선택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데다 요즘 젊은 세대의 인식변화가 펜션이나 모텔사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모텔은 과거처럼 행여 누가 볼까봐 ‘후다닥’ 뛰어들어가는 장소가 아니다. 연인 혹은 친구와 편하게 쉬고 데이트를 즐기는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최근 국내 숙박산업은 특급호텔이 대중 속으로 들어오고 모텔 등의 음지문화가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진화하고 있다.
◆ 호텔의 변화, ‘특급’에서 ‘대중’으로
# 부산 소재의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김정철 과장(가명)은 영업과 홍보업무 때문에 서울 출장이 잦은 편이다. 큰 프로젝트가 있을 때 간혹 장기간 서울에 머무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1박이나 2박에 그친다. 회사규정상 출장 시 숙박비 한도가 7만원이어서 그동안 모텔에서 숙박을 해결했지만 최근에는 호텔을 이용한다. 당일예약 호텔을 6만~8만원에 판매하는 모바일서비스를 알게 되면서 김 과장에게 일어난 변화다. 김 과장은 최근에도 역삼역 인근에 위치한 아그리나호텔(옛 파고다)을 6만8000원에 이용했다.
이처럼 그동안 가격이 비싸 일반서민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호텔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며 고객유치에 나섰다. 특히 가격할인이 적용되는 모바일기기를 통한 숙박예약이 급증세다.
호텔 더 디자이너스 동대문. /사진=머니투데이 DB
호텔스닷컴이 지난해 자사서비스를 통해 이뤄진 호텔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숙박 예약건수 중 모바일을 통한 예약비중이 25%에 달했다. 또 호텔스닷컴이 최근 발표한 ‘2014 호텔가격지수’에 따르면 호텔스닷컴 고객들이 모바일기기를 통해 숙박을 예약한 건수도 전년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3~4성급 호텔 예약이 지난해 이뤄진 모바일 총예약의 80%를 차지했으며 지난 4분기 성수기에는 모바일기기를 통한 접속률이 전체 트래픽의 50%를 넘어섰다.
◆ 고속성장 속 치열해지는 숙박산업
이처럼 호텔이 가격경쟁을 펼치는 것은 점점 치열해지는 숙박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국내 호텔의 객실점유율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수를 대조해보면 국내 숙박산업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호텔은 규모와 시설을 기준으로 3등급부터 특1급까지 5등급으로 나뉘고 매년 객실점유율 통계가 집계된다. 객실점유율이란 호텔의 수급을 살펴볼 때 가장 기초가 되는 자료로 객실점유율이 100%일 경우 빈방이 없다는 뜻이다.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 /사진=뉴시스 김정환 기자
각 호텔 등급별로 차이는 있지만 호텔이 호황기를 누린 지난 2012년(82%)을 정점으로 객실점유율은 하락세를 맞았다. 지난 2013년 75.2%에서 지난해에는 간신히 70%를 넘어서는 데 그친 것.
반면 호텔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외국인관광객은 아이러니하게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2013년에는 2010년보다 38%나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400만명을 돌파했다. 반면 관광호텔의 객실 수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15.7%(약 1만1000실)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처럼 호텔객실이 늘어난 것보다 한국방문 외국인이 훨씬 더 많이 증가했음에도 객실점유율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 호텔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며 “요즘은 시설이 좋은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등이 많이 늘어나 고객이 분산됐다”고 설명했다.
청량리 여인숙촌. /사진=뉴시스DB
◆ 모텔의 변화, ‘저질’에서 ‘고급’으로
숙박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끈 것은 모텔이다. 호텔보다 수준이 낮은 모텔이 외국인관광객을 품게 된 이유는 모텔이 점점 진화하며 고급화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동안 다소 퇴폐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모텔이 야놀자, 여기어때 등의 숙박업소 ‘O2O서비스’(Online To Offline)를 등에 업고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하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한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 실용성을 중시하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숙소를 선택하는 젊은 세대의 인식변화가 더해지면서 모텔산업은 전성기를 맞았다. 젊은 층이 모텔을 선호하는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다.
데이트를 하며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찜질방을 가는 비용보다 저렴하다. 여기에 질 또한 훌륭하다. 좋은 욕조에 입욕제도 있어 쉬기 좋고 깨끗한 시설에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호황 속에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전성기를 맞이한 국내 숙박산업의 진화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때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리며 경제성장과 맞물려 호황기를 누렸던 국내 숙박산업이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겪었던 불황기에서 벗어나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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