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한 가운데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 관심이 쏠린다. 통합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기준 매출 33조7000억원, 총자산 39조7000억에 달하는 기업으로 덩치가 커졌다. 자산규모 면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이은 그룹의 주축회사로 거듭났다.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통합 삼성물산 주가에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자 증권가는 이 회사의 주가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일단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장기적인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차익실현매물이 나오면서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뉴시스 임태훈 기자

◆'삼성 지주사' 성장성 부각
오는 15일 통합 삼성물산으로 사명이 바뀌는 제일모직은 지난달 31일 17만8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제일모직은 합병일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24일 13만1000원이던 주가가 31일 35.9% 뛰었다.


합병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지난달 27일 이후 과거 삼성물산 주식에 대한 거래가 중단된 것이 수급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으로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주가를 끌어올린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제일모직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 첫날인 지난 1일에는 차익실현매물이 늘어나 전 거래일 대비 8000원(4.49%) 내린 17만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그러나 합병 다음날인 지난 2일 제일모직은 전 거래일보다 3500원(2.06%) 오른 17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4%대 하락세를 보였으나 하루 만에 반등한 것.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그룹 지주화작업의 시작”이라며 “앞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본격화되면 제일모직의 성장성이 또 부각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통합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이 4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이 공식 합병한 첫날의 주가는 약세였지만 시가총액은 22조9500억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다섯번째로 높았다. 삼성전자(159조8194억원), 현대차(32조2704억원), 한국전력(31조1353억원), SK하이닉스(25조433억원) 다음으로 큰 규모였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거래가 정지된 옛 삼성물산에 대한 신주가 오는 15일 재상장된다. 옛 삼성물산의 시총 7조5000억원이 더해지면 시가총액이 약 30조4500억원으로 높아진다. 통합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이 SK하이닉스를 제치고 한국전력 다음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큰 규모가 된다. 더구나 통합 삼성물산의 시총이 한국전력을 넘어서 3위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엇갈린 주가 전망
증시전문가들은 제일모직 주가에 그 가치가 대부분 반영돼 있다며 장기적으로 통합 삼성물산의 주가가 우상향을 그릴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몇몇 부정적인 신호에도 기업 펀더멘털이 여전히 양호한 편이고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사업 등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작업들이 합병 이후에 본격적으로 추진돼 지분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자회사를 두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후 지분가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건설과 패션 등 기존 제조업 수익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평가한다.

전용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이 역사적 주가순자산비율(PBR) 최하단 0.55배로 거래정지돼 제일모직의 밸류로 이전될 수 있고 추가 지배구조 개선안이 등장할 것”이라며 “신사업 확장과 시너지 창출을 위한 본격적인 사업재편도 예상돼 상장전 매수를 권한다”고 말했다.

또 전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가치가 5조원으로 평가되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도 적지 않다”며 “앞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대안투자로 제일모직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통합 삼성물산은 오는 2020년까지 총 60조원의 매출 달성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건설은 16조2000억원에서 23조6000억원, 상사는 13조6000억원에서 19조6000억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또 패션은 1조9000억원에서 10조원, 레저와 음식은 2조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매출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바이오분야에서 1조8000억원의 매출을 추가로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반대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높아질 우려가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까지는 합병 기대와 적은 유통주식수를 바탕으로 급등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오는 15일 신주가 상장되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존 삼성물산 주주의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제일모직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상승으로 매도를 원하는 기존 삼성물산 주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급에 따른 주가 상승은 재상장일을 전후해서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며 “신규 순환출자 물량도 6개월 내에 매각돼야 하기 때문에 재상장일을 전후한 투자 시 신중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목표가 최대 30만원

현재 거래가 정지된 옛 삼성물산 주식은 오는 15일 제일모직 주식으로 교부돼 시장에서 거래될 예정이다. 앞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식 교환비율은 1대 0.35로 결정됐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액 60조원 목표를 청사진으로 내세운 통합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장 이후에 20만원대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사들은 합병 상장 후 목표가를 22만원에서 최대 30만원으로 추정한다. 제일모직의 현재 주가가 17만원대에서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추후 합병 시너지를 감안해 20만원 선은 훨씬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국내 12개 증권사가 합병 승인 이후 내놓은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목표가격은 평균 26만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