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과 <베테랑>, 쌍1000만을 탄생시킨 극장가의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 시즌이 돌아왔다. 청명한 날씨와 황금 연휴가 함께하는 추석은 여름시즌 못잖은 격전의 장이다. 올해는 사극과 코미디, 휴먼 드라마 등 가족관객을 노린 추석 흥행공식에 충실한 작품이 장르별로 포진했다. 특히 남남콤비의 활약이 돋보인다.

◆최고의 '남남콤비'는?


믿고 보는 송강호에 1200만 <베테랑>의 유아인,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까지 세 흥행메이커가 뭉친 <사도>는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작품이다.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넣어 죽인 조선왕조의 비극 임오화변(壬午禍變)을 밀도 있는 정통사극으로 풀었다. 팽팽하게 날을 세운 '영조' 송강호와 '사도' 유아인 부자 외에도 문근영, 전혜진, 김해숙, 진지희, 박원상, 소지섭 등 묵직한 배우들이 뭉쳤다. 절제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이 최고 강점. TV드라마로 자주 접한 이야기지만 연기 대결을 보는 맛이 색다르다.

이에 맞서는 설경구, 여진구 콤비의 <서부전선>은 한국전쟁 휴전을 3일 앞두고 일급 비밀문서를 잃어버린 국군 병사와 우연히 비밀문서를 발견한 북한군 병사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전쟁이란 비극 속에 적으로 만난 평범한 농부와 소년의 우정을 그렸다. 얼핏 전쟁 블록버스터를 연상시키지만 실상은 훨씬 웃기고 가볍다. <7급 공무원>, <해적> 등을 집필했던 천성일 작가의 연출 데뷔작으로 추석 휴먼 드라마를 표방하고 유머와 감동, 액션을 버무렸다. 설경구, 여진구의 29살차 콤비 플레이가 은근히 쫀쫀하다.


권상우와 성동일은 코믹추리액션 <탐정:더 비기닝>으로 뭉쳤다. 4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권상우가 열정만은 최고인 추리마니아이자 고개 숙인 가장으로서 만화방 주인이 돼 오랜만에 유쾌한 코미디를 선보인다. 성동일은 후배에게 밀려난 전설의 광역수사대 형사로 권상우와 콤비를 이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시리즈물을 노린 추석 코미디의 1탄. <쩨쩨한 로맨스>의 김정훈 감독은 이들이 미궁에 빠진 부녀자 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웃음과 추리로 엮어냈다. 아옹다옹하던 두 사람이 아내에게 구박받는 애환에 공감하며 의기투합하는 과정이 짠한 웃음을 자아낸다.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추석의 색다른 선택이 될 수 있다. 첫 만남에서 술을 마시고 서로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1부와 2부로 풀어내 독특한 재미와 감흥을 안긴다. 앞서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먼저 베일을 벗은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가장 강렬한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란 평과 함께 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취중 열연을 펼친 정재영, 속을 알 수 없는 여인의 오묘한 매력을 그린 김민희의 호흡도 흥미롭다.


◆반격 나선 외화 추석 라인업
액션, 재난영화, 코미디 등 외화 추석 라인업은 차별화된 장르와 재미를 내세워 반격에 나섰다. 액션물 <메이즈 러너:스코치 트라이얼>은 지난해 전세계에서 3억4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메이즈 러너>의 속편이다. 전편의 거대한 미로에서 탈출해 또 다른 세상 '스코치'에 도착한 러너들의 사투를 그린다. 전작이 국내에서도 281만 관객을 모은 데다 10~20대의 지지가 상당해 2년 연속 추석 알짜 흥행에 성공할지 기대가 쏠린다. 최근 한국계 출연 배우인 이기홍과 어엿한 훈남 배우로 성장한 토마스 브로디 생스터가 한국을 찾아 일찌감치 프로모션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에베레스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난영화이자 휴먼 드라마, 산악영화로 관객몰이에 나선다. 극한의 환경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산악 대원들이 극한 상황에 맞서는 이야기를 묵직하게 그리면서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운 스케일과 액션을 놓치지 않았다. 제이슨 클락, 조슈 브롤린, 제이크 질렌할, 키이라 나이틀리, 샘 워싱턴 등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에 맞서는 <인턴>은 인터넷 패션회사를 이끄는 30살 여성 CEO가 70살 인턴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직장 코미디.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사장님 앤 해서웨이와 노년의 통찰력을 지닌 양복차림 인턴 로버트 드 니로의 조합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달콤한 로맨스에 일가견이 있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세대초월 공감 코미디에 도전했다.
어린이 관객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풍성하다. <더 매직:리틀톰과 도둑공주>는 150년간 사랑받은 유럽 명작 동화를 원작으로 한 어드벤처물. 키가 작아 형들에게 놀림 받지만 용기만은 거인급인 리틀톰이 마법에 걸린 거대한 나무로 위기에 처한 왕국을 구하러 나서며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다.


<레전드 오브 래빗:불의 전설>은 무림고수로 거듭난 토끼 투가 전설 속 무림 불꽃의 신비한 힘으로 세상을 정복하려는 악당 군단에 맞서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디테일한 묘사까지 놓치지 않은 다양한 동물 캐릭터와 실사같은 CG가 어우러졌다는 후문이다. 홍진영이 홍보대사를 맡아 친밀도를 높였다.


<뮨:달의 요정>은 사라져버린 달과 태양을 되찾기 위한 달의 요정의 신비롭고 환상적인 모험을 담은 판타지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라푼젤> 등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2014 도쿄 애니메이션 어워드 페스티벌 등 유수의 어린이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도라에몽 시리즈의 극장판 탄생 35주년 기념작 <극장판 도라에몽:진구의 우주영웅기>도어린이 관객을 맞이한다. 우주를 배경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비밀 도구와 스펙터클한 대결이 펼쳐진다. 1969년 첫 선을 보인 뒤 50년간 사랑받고 있는 시리즈의 저력이 기대된다.

김현록 스타뉴스 기자 roky@mtstarnews.com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추석합본호(제402호·제4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