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일본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 사이에서는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 KDB산업은행 도쿄지점은 기존 이자 중심의 영업방식에서 탈피해 항공기금융 등 대체투자처의 비중을 대폭 늘리며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는 중이다.
◆산은, 특수금융으로 수익체계 개선
산업은행이 일본 도쿄에 태극기를 꽂은 것은 지난 1969년 11월. 당시 산업은행 최초로 해외사무소를 열면서 도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1991년 10월 해외지점으로 전환되며 현재의 기반을 다졌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현재 산업은행은 단순히 일본 현지 금융시스템 적응 차원을 넘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채비를 끝마쳤다.
현재 산업은행 도쿄지점이 취급하는 주요업무는 ▲대출업무 ▲무역금융 ▲유가증권 ▲자금조달 등이다. 해당 업무의 능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기업금융Ⅰ, 기업금융Ⅱ, 자금·서무, 회계·결제, 기획·통할 등 총 5개팀에 총 21명의 직원을 배치했다.
휴게실에서 휴식 중인 직원들.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눈에 띄는 점은 자금운용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이자수익률에 의존하는 체계가 아닌 특수금융 위주의 운용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에 진출한 대다수 금융사는 교포를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담보대출, 아파트담보대출 등 대출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산업은행 도쿄지점의 대출자산은 ▲2012년 4억5100만달러(5100억원) ▲2013년 4억4700만달러(5060억원) ▲2014년 3억7800만달러(4280억원)로 매년 줄이는 추세다. 손수철 산업은행 도쿄지점장은 “과거에는 대출영업만으로 충분히 높은 수익률이 보장됐지만 최근에는 (대출)금리가 낮아져 수익률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이 가운데 일본계은행들과 무리하게 금리경쟁을 하는 것은 자칫 수익률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신 산업은행 도쿄지점은 특수금융을 통한 독자적인 수익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한다. 항공기금융이 대표적인 예다. 산업은행 도쿄지점의 대출자산(9월24일 기준) 중 항공기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41.9%로 절반에 육박한다.
항공기금융은 항공사가 신규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후 SPC를 통해 다른 기관투자가들에게 항공기를 담보로 투자를 받는 금융리스의 일종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건당 거래규모가 크기 때문에 다른 대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항공기금융에 대한 심사능력 등 풍부한 노하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재 일본에 진출한 국내은행들은 거의 취급하지 못하는 분야다.
산업은행 도쿄지점 직원들.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하지만 산업은행 도쿄지점은 산업은행 본점의 항공기금융파트 인프라를 적극 활용, 먼저 본점에 자문을 구해 리스크 요인을 정확히 파악한다. 이후 내부적으로 한차례 더 검토작업을 진행하는 식으로 상품을 취급한다.
이밖에도 산업은행 도쿄지점은 대출자산 내역 중 ▲신디케이티드론 19.3% ▲선박금융 18.2% 등으로 특수금융의 비중을 늘리며 수익구조를 재편했다. 항공기금융(41.9%)을 포함한 특수금융의 취급비중은 전체 대출자산 내역 중 79.4%에 이른다.
최근에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대비해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규모를 줄이는 대신 단기로 자금운용이 가능한 무역금융 비중을 늘리며 리스크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산업은행 도쿄지점의 유가증권 자산은 ▲2012년 1억6600만달러(1880억원) ▲2013년 1억4800만달러(1680억원) ▲2014년 1억3000만달러(1470억원)로 매년 줄고 있다. 반면 무역금융 비중은 ▲2012년 2억8800만달러(3260억원) ▲2013년 3억6500만달러(4130억원) ▲2014년 4억5500만달러(5150억원)로 증가하는 추세다.
손 지점장은 “최근 금융시장에는 중국경기둔화 우려와 아시아 금융위기설까지 투자자 심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뉴스가 대부분”이라며 “여기에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행할 경우 세계경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자산운용과정에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 상태”라고 밝혔다.
<인터뷰> 손수철 KDB산업은행 도쿄지점장
“일본 유동성 활용한 저금리조달 확대 노력”
/사진=머니위크 한영훈 기자
- 자금을 조달할 때는 현지조달을 활용하는 편인가.“그렇다. 현재 일본 금융시장은 일본은행(BOJ)의 금융완화정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확보된 상태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저금리조달이 가능하다. 더욱이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의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현지서) 낮은 금리책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이밖에도 일본 및 한국기업의 적극적인 예금유치 역시 자금조달에 큰 도움을 준다.”
-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주로 대형은행과 거래하나.
“그렇지는 않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메가뱅크(초대형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은행 등으로 자금조달처를 확대해 리스크를 분산시킨다. 메가뱅크와 거래할 경우 거래과정이 체계적이고 안정된 시스템을 갖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형은행과의 거래만 고집하면 자칫 끌려가는 입장이 돼 정작 중요한 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같은 금리로 조달이 가능할 경우 지방은행과의 거래를 늘리면서 균형을 맞추는 중이다.”
- 한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지원도 활발한 편인가.
“그렇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조달해온 자금을 활용해 한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지원을 우선적으로 실시한다. 일본 내 시장에 진출한 국내은행들과 산업은행은 신용등급격차 때문에 조달금리 차이가 크다. 따라서 사무라이CP 등 단기자금조달을 활용해 유동성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하나은행 도쿄지점에 필요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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