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코리아 측은 파문이 촉발된지 20일이 지나서야 “리콜 등을 고려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각기 다른 사양으로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 등지에서 팔린 모델의 세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히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하종선 변호사가 지난 6일 폭스바겐·아우디 배출가스 조작 2차 소송 진행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훈식 기자
◆국내수입차량 '조작 꼼수' 밝혀질까
환경부는 지난 1일 유로6 기준으로 제작된 차종인 골프와 아우디A3, 제타, 비틀 등 3종의 신차와 1종의 운행차량, 그리고 유로5 차종인 골프 신차와 티구안 운행차량 등 총 7종에 대해 실내에서 진행되는 인증시험 절차에 들어갔다. 폭스바겐 차량이 미국과 유럽에서처럼 질소산화물 저감장치(LNT)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꼼수를 부렸는지 조사에 착수한 것.
우선 지난해 말부터 수입된 유로6 기준 차량은 이와 같은 꼼수가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유로6모델의 경우 문제가 불거진 EA189엔진이 아닌 새 엔진, EA288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에 이러한 꼼수는 쓰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엔진이 다르더라도 위와 같은 꼼수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인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엔진의 모델명이 아닌 ‘질소산화물 저감장치(LNT)에 내장된 성능 조작 프로그램’”이라며 “국내에 수입된 폭스바겐 차량 중 LNT가 장착된 유로6모델, 타입 EA288 디젤엔진 모델이 미국과 같은 꼼수가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EA288엔진이 장착된 2016년형 디젤차량의 미 환경보호청(EPA) 인증을 잠정 보류키로 한 점도 이러한 가능성을 높인다. 폭스바겐은 EA288 디젤엔진은 배출가스 조작으로 문제된 EA189 디젤엔진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해 왔으나 2016년형 차량의 인증을 보류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수입된 유로5모델의 경우 ‘LNT작동 통제를 통한 배출가스 조작’은 없다. LNT가 아예 장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모델에 LNT가 장착되지 않은 이유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환경규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출시된 모델에 LNT 소프트웨어 조작 꼼수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우리나라의 배출가스 규제는 유로5로 미국의 티어2(Tier2)보다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량의 범위가 4배 이상 높아 굳이 LNT를 장착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NT가 없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수입된 유로5모델에 문제가 없다고 단정짓기는 이르다. 환경부는 LNT는 없지만 배출가스저감장치(EGR)를 통해 다른 꼼수가 쓰였을지도 모른다고 보고 이에 대해 집중 조사를 하고 있다. EGR은 연소된 배출가스를 엔진 연소실로 재유입해 엔진내 산소공급을 줄이고 배기온도를 낮춰 결과적으로 질소산화물 발생을 줄이는 장치다.
실제로 디젤차를 운용하는 일부 소비자는 개인 차원에서 EGR을 이용한 꼼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불법 ECU 맵핑을 통해 LNT나 배출가스저감장치(EGR)의 작동을 통제해 출력과 연비를 높이기도 한다.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왼쪽)과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코리아 사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일반 증인으로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수정 기자
◆‘리콜’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돼야 할까. 우선 환경부의 조사결과에 따라 ‘꼼수’를 사용한 것이 증명된다면 폭스바겐은 정부에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국회 환경노동 위원회 소속 이석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 위반 과징금을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문제는 과징금 부과 이후의 개선조치다. 조사결과에 따라 일반적으로 출시한 차량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실시하는 시정조치(리콜)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만약 국내에서도 미국과 같은 꼼수가 쓰였다는 가정 아래 폭스바겐 측이 소프트웨어를 정상화하는 리콜을 실시한다면 이 리콜에 소비자들이 순수히 응할 리 만무하다. 차량의 연비와 출력이 감소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모든 소비자가 리콜을 받도록 강제할 근거도 없고 신차 구입 후 4년이 지나면 받아야 하는 자동차 정기 검사에서도 디젤차량에 대해 실주행조건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검사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일부 소비자의 경우 ECU맵핑을 통해 EGR과 LNT를 고의로 통제시키기도 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보상 없이 리콜에 응할 소비자는 없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따라서 리콜되지 않는 차량의 배출가스는 ‘불특정다수’의 피해로 남을 수밖에 없다.
폭스바겐 측이 소비자 보상에 대대 일절 언급하지 않자 국내에서는 잇달아 소송도 제기됐다. ‘폭스바겐 및 아우디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사기로 인한 매매계약 취소 및 매매대금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법무법인 바른은 폭스바겐 측이 배기가스 저감장치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행동이 민법 110조에서 정한 기망행위에 해당해 차량 구매대금을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이 배출 허용 기준을 준수하지 못한 사실을 알면 차량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계약은 취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매매계약 취소에 따른 대금 반환 요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각 3000만원씩 손해배상을 예비적으로 청구했다. 또 해당 차량을 중고로 구매한 경우나 문제가 되는 차종이 아니어도 브랜드 가치 하락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른 소속 하종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대기환경보존법 위반과 소비자 기망행위가 명백하고, 독일 폭스바겐 및 아우디 본사가 이를 시인하고 사과하며 해당 차량을 리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폭스바겐이 자체적으로 소비자에게 손해배상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그 금액은 기대에 못 미칠 것이기 때문에 이번 소송에 같이 참여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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