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무섭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가 부각된 지난 6월부터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코스피를 떠나는 상황이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위원들이 연내 금리인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함에 따라 이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또 중국기업들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MSCI EM)지수에 새로 편입되면서 국내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도 우려된다. 외국인들의 수급이 코스피의 방향성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짚어봤다.


◆ 금리인상·MSCI지수에 흔들리는 ‘외국인’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 7월부터 11월19일까지 7조25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상반기에 유럽과 일본의 양적완화로 글로벌 유동성 파티를 즐기며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최근 지난해 연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은 외국인의 매매동향과 궤를 함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코스피지수가 1800선까지 떨어졌을 당시 외국인은 이달에만 4조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빼냈다. 지난 5개월간의 전체 누적 순매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반면 코스피지수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2000선을 넘나들던 지난 10월 외국인은 72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처럼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미국의 금리인상이다.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될 때까지 연방준비제도(Fed)는 12월 금리인상에 대한 확실한 신호를 주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점차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흥국 자산인 국내주식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자산을 선호한 것이다.

실제 외국인의 일별 코스피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물가상승률과 고용지표의 발표에 따라 매수와 매도가 엇갈렸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기자회견이나 연설마다 “물가와 고용상황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시장이 불안해한 점은 금리인상 ‘시점’이지 ‘실행’ 여부가 아니었다. 달러가 등락을 반복하는 와중에도 계속 강세기조를 유지한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강달러는 원화가치의 하락을 뜻하고 외국인들이 보유한 국내주식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외국인들이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막기 위해 코스피시장을 팔아치운 것으로 분석된다.
또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중국 ADR(미국시장에 상장된 증권)이 MSCI EM지수에 편입되면서 국내주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점도 외국인의 이탈을 부추겼다. 전세계에서 MSCI EM지수를 추종하는 펀드규모는 대략 1조5000억달러(약 1742조원)에 달한다. 이 중 MSCI EM지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펀드는 지수에서 국내주식 비중이 줄어들면 기계적으로 국내주식을 팔게 되는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MSCI EM지수 재편이 이미 지난 1월부터 예견된 사항이기 때문에 국내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로 인한 충격은 적을 것으로 본다. 또한 재편일인 11월30일 국내 증시가 출렁인다면 이를 기회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영성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도이치 사태와 지난 3월 삼성SDS, 제일모직의 K200 특례편입 등의 사례를 볼 때 지수 관련 이벤트성 충격은 다음날 시초가에 상당수 복구했다”며 “이번 지수변경 조치는 MSCI가 지난 1월부터 공지한 상황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돌아올 외국인… 내수주·바이오 ‘주목’

떠난 외국인이 다시 돌아오려면 달러 강세가 완화돼야 한다. 지난 10월 외국인이 잠시 순매수로 돌아섰던 것도 미국의 경기지표가 엇갈리며 금리인상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1200원선을 바라보던 원·달러 환율은 이때 1121원까지 떨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월18일(현지시간) 공개된 10월 FOMC 의사록은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을 한층 덜어주며 달러 강세를 완화시켰다.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Fed 위원들이 다음 회의 때까지 금리인상을 위한 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시장의 강한 기대를 자제시키기 위해 자동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의 근원소비자물가지수(CPI)가 Fed의 목표치에 도달했고 실업률이 5% 수준을 이어나가는 것에 미뤄 12월 금리인상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달러 강세가 완화되는 이유는 이미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험상 실제 금리를 인상한 이후 오히려 달러가치가 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 자금이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유럽계 자금은 아직 국내증시에 들어올 여지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중앙은행(BOJ)은 통화완화정책을 꾸준히 유지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 확대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캐리트레이딩(금리가 낮은 곳에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 기회가 늘어났고 이것이 한국과 같은 신흥국증시로 흘러들었다”며 “일본과 유럽의 조달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한국의 캐리트레이딩 기대수익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실적기반이 안정된 내수 대표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제약·바이오업종도 눈여겨보길 권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대외적인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내수주 중에서 실적기반이 안정된 오리온, 농심 등 대표주에 주목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은 제약·바이오업종에서도 꾸준한 실적이 나오는 종목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낮춰준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