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DB
보험시장에서 ‘유병자 간편심사보험’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이후 유병자에 대한 심사가 완화되면서 보험사들은 잇따라 유병자 간편심사보험을 내놓았다. 올해 보험업계는 유병자보험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자보험 봇물

유병자 간편심사보험은 당뇨병·고혈압·뇌혈관질환 등으로 인해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웠던 사람도 무심사나 전화심사 등 간단한 질문과 심사를 거쳐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3개월 이내 입원·수술·추가검사 의사소견, 2년 이내 입원·수술, 5년 이내 암 진단·입원 및 수술이력 등 3개 해당사항만 없으면 가입할 수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AIA생명·라이나생명·동양생명 등이,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흥국화재 등이 유병자보험을 출시했다. 다음달 초에는 한화손해보험이 유병자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교보생명, 농협생명, 흥국생명, DGB생명, KDB생명 등도 유병자보험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앞 다퉈 유병자보험을 출시하는 이유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을 출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보험개발원이 유병자전용 보험요율을 개발, 개별 보험회사에 제공토록 하는 한편 위험률조정한도를 완화 유병자에 대한 적정보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먼저 금융당국의 정책에 발맞춘 현대해상은 지난해 9월 ‘모두에게 간편한 건강보험’을 내놓고 현재까지 약 5개월간 10만건, 76억원어치를 판매해 돌풍을 일으켰다.

삼성화재가 지난달 출시한 ‘간편하게 건강하게’도 한달이 채 되지 않아 초회보험료 25억원, 판매 건수 2만1500건을 기록했다. 신상품 출시효과를 감안하고도 성공적인 실적이란 평가다.

해당 상품의 높은 판매실적에 후발주자들은 기존 유병자보험 상품보다 보장이나 가격경쟁력을 강화해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가장 최근 유병자보험 ‘수호천사누구나간편한건강보험’을 출시한 동양생명은 가입연령폭을 생보업계 최대인 80세까지로 확대했다. 뇌출혈·심근경색증 등 2대 질환에 대한 진단금은 10년 만기 갱신을 통해 100세까지 보장받도록 했다.

흥국화재도 지난달 유병자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늦게 유병자보험시장에 뛰어든 만큼 특정 보장에서 보장금액을 최대로 높였다. 상해사망 시 5000만원, 질병 수술 시 50만원, 상해수술 50만원 등 보장금액을 업계 최대로 설정하고 가입연령은 손보업계 최저인 40세로 낮췄다. 반면 3대 질병(암·뇌질환·심장질환) 발생 시 진단금이나 수술비 지급에 대한 담보를 제외해 보험료가 업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 되도록 설계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기존에 가입할 수 없었던 고령자나 유병자 가입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도 보험사의 수익에도 도움이 되는 상품이란 점에서 보험사의 새로운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출시되는 유병자보험 상품들은 보장이나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려 기존상품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정 금액 한해 정액보장 가능 

하지만 유병자보험에 가입하기 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유병자보험은 애초부터 기존의 일반 건강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기피대상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보험보다 보험료가 2배 가량 비싼 편이다. 

또한 유병자보험은 통원치료를 보장하지 않는다. 입원이나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결국 의료비 지출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실손보험처럼 의료실비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 입원·수술비용도 정액제로 지급된다. 

따라서 보험에 가입하기 전 건강상태를 미리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건강상태에 따라 일반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증 고혈압 환자의 경우 일정 혈압을 유지한다면 일반보험 가입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 환자가 일반보험에 가입할 경우 약 복용에 대한 유병자 할증비용만 추가돼 유병자보험보다 보험료가 훨씬 저렴해진다.


반면 뇌졸중 경험이 있는 환자가 같은 질병을 재차 보장 받으려는 경우나 당뇨병과 고혈압 증상이 함께 있는 복합 질환자 등은 일반보험 가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유병자 간편심사 보험 가입을 고려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