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를 신청한 최 사장의 퇴임은 얼핏 보면 만성적자기업 코레일에 부임, 구조적 적폐를 해소해 흑자기업으로 전환시키고 아름답게 떠나는 뒷모습으로 비춰진다.
“최초의 영업흑자를 달성한 일은 영원히 기록될 것”, “노조와 신뢰 및 소통을 바탕으로 구조적인 적폐를 해소하고 경영혁신을 추진한 것은 새로운 희망”이라는 등의 말로 포장된 그의 퇴임사 역시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는 데 급급했다.
속사정을 아는 이들은 이 장면을 씁쓸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가 달성했다는 흑자전환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허수가 많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이룬 흑자는 수익성 개선보다는 역사·인천공항철도 등 핵심자산 매각과 연관돼 있다. 장기적 사업밑천을 팔아 이룬 흑자는 코레일에 남은 이들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노사간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구조적인 적폐를 해소했다는 부분도 실상을 알고 보면 비정규직 비중을 늘리고 자회사 노조 구성을 방해해 갈등의 표출을 억제했을 뿐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 사장이 코레일을 떠나며 이제 문제는 명료해졌다. 기업 미래에 대한 고려 없이 단기적 성과 내기에 급급했던 경영을 책임질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 ‘단기성과’의 공은 최 전 사장이 가져가지만 차후 이로 인해 나타날 코레일의 여러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결국 국민의 몫으로 전가됐다.
대전총선시민네트워크 등 시민단체가 최 전사장의 비례대표 공천을 반대하며 “공천을 강행한다면 지역사회 여론을 모아 반새누리당 전선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공공재와 다름없는 공기업을 자신의 야망 달성을 위한 도구로 삼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행태를 보인 공기업 사장은 한두명이 아니다. 올 초 인천공항 수하물 대란과 대규모 결항이 발생한 제주공항의 미흡한 대처도 구조적으로 ‘정치권으로 떠난 사장’ 때문에 심화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치권만 넘보는 낙하산 인사가 국민에게 직접적인 폐해를 끼치고 있다는 얘기다. 떠나버리면 아무 책임이 없어지는 사장임명구조 자체가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어찌 됐든 코레일은 머지않아 새 사장을 맞을 것이다. 공기업 경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진정으로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할 사람이 임명되기를 기원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