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이 지난 21일 서울 중학동 더케이트윈타워 내 K뱅크 준비법인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준비상황점검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아이디어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올 하반기 출범을 예고했던 인터넷은행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내부에서도 '올해 출범은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인터넷은행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선 은행법 개정, 기존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실정이다.
◆카카오, '대기업 집단' 지정… 은행법 국회표류 걸림돌

인터넷은행 출범에 가장 큰 걸림돌은 국회에 계류 중인 은행법이다. 은행법은 IT기업 등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의 4%까지만 보유할 수 있어 IT기업 주도의 인터넷은행 참여에 한계가 있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를 한국투자금융이 맡고 있는 이유도 이른바 ‘금산분리’ 조항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의 선두주자인 카카오은행은 KT가 주도하는 K-뱅크와 같은 신세가 됐다. 카카오가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다음달 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집단’ 기준에 충족돼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경영권을 행사할만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은행법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을 제외한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보유한도를 4%에서 50%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상호출자제한기업도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50%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은행법 개정안을 추가 발의한 상태다. 금융당국도 IT기업 주도의 인터넷은행을 출범하기 위해 은행법 통과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지난 21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설립준비 사무실에서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경영할 수 있도록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은행법이 개정되면 국민들이 원하는 인터넷은행이 출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중은행과 ISA·계좌이동제 경쟁… 수익사업 요구

금융당국은 오는 7월 은행법의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한다. 은행법이 통과되면 금융위의 본인가를 받고 6개월 이내에 영업을 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이 안정적인 시스템을 연말까지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K뱅크는 최근 우리은행 자회사 우리에이아이에스와 전산시스템 개발을 착수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말 시스템통합(SI)업체를 선정할 계획이고 4월부터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최소 수개월을 투자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데이터 및 전산설치 규모가 적어 시간을 감축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올해 전산 구축을 완료하긴 어려워 보인다.

인터넷은행이 기존 대형은행들과 영업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도 난관이다. 최근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와 계좌이동제가 맞물리면서 고객 유치를 위한 기존 은행들의 영업경쟁이 치열해졌다. 인터넷은행의 특화서비스인 중금리대출도 기존 은행들이 저축은행 등과 손을 잡고 모바일 상에서 중금리대출을 판매하는 중이다. 아울러 영업점을 벗어나 인터넷뱅킹만으로 고객들이 금융거래할 수 있도록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개혁을 추진하면서 인터넷은행에 카드·보험·일임형ISA를 취급하도록 영업환경을 열어줬으며 중금리대출의 출시를 독려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미 많은 은행들이 높은 모바일 환경에 맞춘 서비스와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 인터넷은행이 온라인영업에 우위를 선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은행을 차별화를 갖춘 수익사업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대 인터넷은행장은 누구?

인터넷은행이 본인가를 받으면 초미의 관심사는 1대 인터넷은행장이 된다. 인터넷은행장은 누가 될까.

국내 은행들이 은행장을 선출하는 조건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은행장은 금융위가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시중은행의 경우 사외이사를 비롯한 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장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은행장 후보를 추천해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최종 선임한다. 
인터넷은행도 시중은행과 같이 지분을 가진 주주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그러나 IT기업이 최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지 않는 한 적은 지분을 가진 주주들과 상의해 은행장을 선임하는 데도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K-뱅크는 KT, 우리은행, 현대증권 등 총 21개사가 지분을 갖고 있으며 자본금은 2500억원이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최대주주이며 카카오, KB국민은행, 우정사업본부 등 11개사가 자본금 3000억원을 갖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금융당국이 다른 산업에도 23년 만에 첫 은행업 허가를 내주는 것을 의미한다"며 "은행업 개정안이 통과되면 거대한 빅데이터 정보를 활용한 금융서비스와 다양한 금융상품 출시로 은행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