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생명
또 통신·IT업계에 금융을 접목한 핀테크가 확산되면서 IFA 시장은 보다 활성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핀테크 활성화로 앞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아가 IFA가 도입되면 금융사 입장에선 자사가 팔고 싶은 상품을 적극 팔기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이 핀테크 활성화 및 IFA 도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재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삼성 금융계열사 재편설이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의 ‘새판’이 짜일 것으로 관측된다.
◆사람 대신 하는 핀테크기술 속속 도입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생명이 컴퓨터가 고객맞춤 컨설팅을 진행하는 ‘컨설팅 영업지원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 삼성SDS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고객정보를 토대로 컴퓨터가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자동으로 선별한다. 설계사가 나이·성별 등 기본적인 고객정보를 태블릿PC에 입력하면 고객의 상황에 맞는 자료와 답변이 자동으로 제공되는 식이다. 이는 단순한 재무설계 및 보험컨설팅을 자동화시스템으로 표준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온라인보험 채널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부터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온라인 전용상품을 지속적으로 개정·추가하는 등 온라인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보험업권의 무게 중심이 대면채널에서 온라인채널로 옮겨가면서 설계사 조직으로 시장 입지를 지켜온 삼성 계열 보험사들도 더 이상 전통적 설계사채널을 고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삼성페이는 금융권에 무서운 속도로 스며들었다. 삼성페이는 신용카드를 탑재하면 휴대폰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다. 간편 카드결제기능으로 모바일 카드결제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자동금융거래단말기(ATM), 입금서비스 등을 추가하며 은행권까지 넘나들기 시작했다. 신용카드사 주도의 결제시장 판도가 삼성페이 등 이 주도하는 판으로 바뀌었고 오히려 그 판에 카드업계가 들러리를 서는 모양새다.
증권업계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삼성증권 역시 자체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해 이를 활용한 사모펀드와 랩어카운트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문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자 성향에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설정하고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투자가 진행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금융투자는 사람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객관적인 투자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증권사 영업맨들이 설자리가 좁아진다.
◆삼성카드∙증권 역할 축소…삼성생명∙자산운용 키우나
이런 이유에서 삼성금융계열 재편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인공지능컨설팅시스템, 온라인보험, 로보어드바이저, 모바일 지급결제서비스 등의 핀테크기술이 활성화되면 금융상품 판매를 위한 조직이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핀테크 시스템이 대부분의 상품판매를 대체할 전망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삼성페이가 삼성카드 역할을 대신하고 IFA 도입 이후 삼성증권은 펀드슈퍼마켓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또 금융당국의 규제완화에 힘입어 삼성자산운용의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의 입지가 축소되는 가운데 삼성그룹이 삼성생명 중심으로 금융업을 재편하고 삼성자산운용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시각이다.
삼성그룹에서 실질적 금융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화재·삼성자산운용·삼성SRA자산운용의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각각 71.9%, 11.2%, 14.9%, 98.7%, 100% 보유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업의 수입을 늘리려면 외부 영업조직인 IFA의 역할이 중요해질텐데 삼성생명∙화재 판매자회사(외부 영업조직)가 IFA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다만 IFA 도입 관련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다. 독립보험대리점(GA)이 IFA 등록절차를 거쳐 보험은 물론 투자상품을 팔지,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금융상품판매조직이 탄생할지 미지수다.
◆판매자회사 설립, IFA 대비 차원?
현재 IFA 판매 대상상품은 펀드와 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상품, 예금, 연금 등이 유력하다. 관건은 보험상품의 포함 여부다. IFA에 보험자문을 허용하면 보험설계사의 업무영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점이 딜레마다. 특정 금융사에 속하지 않은 IFA가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관리하면 보험설계사의 일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기존 보험설계사의 자리를 위협하는 GA업계가 IFA 진출을 타진하는 것도 변수다. GA는 금융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여러 보험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IFA와 닮았다. 나아가 GA가 IFA시장에 진출하면 판매보수뿐만 아니라 자산관리를 통해 추가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보험사와 소속 설계사는 이래저래 밥그릇을 뺏길 처지에 놓인 셈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출범시킨 판매자회사들이 IFA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GA업계 한 관계자는 "전속설계사 채널을 가진 보험사들이 적자를 감안해서라도 판매자회사를 설립한 것은 IFA 도입 시 업종을 변환해 IFA업에도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동시에 대형GA에 대한 방어도 가능해 보험사로서는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형 GA라는 표현 대신 판매자회사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측은 이 같은 의견들을 전면 부인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IFA제도 등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며 "채널 다각화를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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