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중소기업 임원을 끝으로 은퇴한 박모씨(61)는 회사를 그만둔 후 자괴감에 빠졌다. 재직 중에는 바쁜 회사 생활로 은퇴 후의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은퇴를 하고 보니 노후에 국민연금 외엔 변변한 소득조차 없는 상태. 그나마 있는 재산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 한채뿐이다. 그런데 최근 옛 부하직원 김모씨를 만나 그가 창업한 회사에 기술경영컨설턴트를 맡아줄 것을 제안 받았다. 비록 받게 될 급여는 재직 중에 벌었던 금액에 비해 3분의1도 안 되지만 박씨는 재취업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마음이 놓인다. 이제부터라도 노후에 쓸 자산을 치열하게 준비할 생각이다. 


박씨의 노후준비는 어떻게 하는 게 효율적일까. 박씨처럼 재취업을 한 앙코르시니어의 경우 당분간 소정의 소득이 발생하면서 기존 은퇴자들에 비해 숨통이 트인다. 국민연금 수령 전 은퇴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에 빠질 위험에서도 어느 정도 비껴나있다. 기존 은퇴자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자산을 금융상품과 부동산에 조화롭게 배분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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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으로 기초 쌓기
가장 먼저 노후 자금 시나리오부터 써보자. 노후자금은 가정과 개인 사정에 따라 제각기 달라 정확히 얼마라고 얘기하기 어렵지만 통상 은퇴 전 생활비의 60~70%를 준비하는 게 좋다. 보험개발원이 제시한 은퇴가구당 필요 최소생활비는 월 196만원, 적정생활비는 월 269만원이다. 기나긴 노후를 돈 걱정 없이 보내려면 매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필수적이다.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하되 부족예상액은 개인연금으로 보충해 설계해 보자.

▷국민연금 수령 늦춰 '더 받자'


국민연금을 수령할 나이가 된 앙코르시니어의 경우 최대 5년까지 수령을 연기할 수 있는 ‘연기연금제도’를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수령시기를 늦추면 1년마다 약 7.2%씩 연금액이 늘어난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시대에 7.2%의 수익률이라면 상당한 고수익이다. 또 60세를 넘더라도 ‘임의계속가입제도’로 가입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65세에 이를 때까지 임의로 계속 가입하겠다고 신청하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는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단정할 수 없지만 생활비가 부족하지 않고 소정의 수입이 꾸준히 들어오는 앙코르시니어라면 국민연금 수령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이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연금은 세제비적격이 ‘적격’


개인연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재취업한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다면 소득공제되는 연금저축보험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앙코르시니어는 회사에 오래 다니기 어렵거나 창업을 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앙코르시니어에게는 세제비적격 상품이라 불리는 연금보험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다.

연금보험은 소득공제 혜택이 없는 대신 향후 과세되지 않은 연금액 그대로 지급된다. 단, 10년 이상 유지해야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으로 은퇴준비 든든하게

개인연금 등 금융자산은 안정적이긴 하지만 자본수익이 없다. 이자수익만 있을 뿐이다. 주식이나 펀드, 변액보험의 경우 가치 하락에 따른 위험도 도사린다. 좀 더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며 자녀에게 일부 재산을 상속해주고 싶다면 실물자산인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보자.


잘 고른 수익형 부동산은 여전히 매력적인 자산으로 꼽힌다. 임대수익과 자본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 물론 미래가치가 없는 부동산은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자본수익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이런 위험이 상존하긴 하지만 임대수익이 이자수익보다 높고 여기에 자본수익까지 챙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본수익 따져봐야

우선 부동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은 아파트(재건축)를 비롯해 땅, 상가, 오피스텔, 단독주택(다세대 다가구) 등으로 분류된다. 이 중 주거용이 아닌 투자용 아파트가 미래에도 자본수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면 과감하게 처분하는 게 좋다.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도 임대수익률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다. 예컨대 오피스텔에 2억원을 투자해 세입자에게서 매월 100만원의 월세를 받아 연 6%의 수익을 얻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3년 동안 월세를 받다 처분할 때 투자금액 2억원에 대한 손실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투자한 오피스텔의 시세가 3000만~5000만원이라도 가격이 떨어진다면 자기 돈으로 월세를 받은 셈이 된다. 임대수익보단 자본수익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김창수 KEB하나은행 서압구정 골드클럽 PB센터장은 “수익형부동산은 말 그대로 결국 수익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익률을 올리려면 건물 안에 사는 임차인, 월세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런 것들을 관리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김 센터장은 “수익형부동산은 공실의 위험과 월세를 못내는 세입자 리스크를 함께 갖고 있다”며 “건물을 관리해본 경험이 있다면 관리비용과 리스크, 정기예금 대비 얼마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상세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인태 신한PWM PB팀장은 “뜨는 상권에 대한 정보는 시시각각으로 변해 이미 과거의 정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언제 변할지 모르는 정보에 귀 기울일 게 아니라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변 교통·편의시설 등을 살펴보고 정책의 흐름이나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인 매물인지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 팀장은 “매입 후에는 건물 관리도 재취업의 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사실 고액 자산가 중에서도 관리가 어려워 빌딩 매매를 포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관리 어렵다면 리츠·펀드 고려

부동산을 직접 관리할 자신이 없다면 부동산전문 투자신탁(리츠)이나 부동산 펀드에 주목하자. 소액으로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나 리츠는 직접 매매보다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도 나이가 들수록 건물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부동산 간접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추천했다.

한승우 KB국민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어르신이 직접 수익형 부동산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꼭 부동산을 소유하기보다는 부동산 펀드나 리츠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권했다. 한 팀장은 “상품에 따라 수익형부동산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도 있지만 관리비용과 공실위험 등을 감안하면 부동산 펀드나 리츠가 이런 부분을 헤지(손실 회피)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용 부동산은 끝까지 보유

주거용 부동산은 끝까지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이 사는 집이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자산만으로 은퇴설계를 하는 데는 한계와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은퇴자금이 조기에 고갈되면 자신의 집을 주택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제4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