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군청. 하늘에서 본 곡성 1004 장미공원. /자료사진=뉴시스

퇴근해 귀가하던 40대 가장이 아파트 20층에서 뛰어내린 대학생과 부딪혀 둘 다 숨졌다. 숨진 40대 가장은 만삭 부인, 6세 아들과 함께 귀가하다 이 같은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오늘(1일) 광주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5월31일 오후 9시48분쯤 북구 오치동 한 아파트 20층 복도에서 투신한 A씨(26)가 이 아파트 입구를 지나던 양모씨(40)를 덮쳤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양씨는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이날 새벽 결국 숨을 거뒀다.
숨진 양씨는 전남 곡성군청 홍보실 소속 7급 공무원으로 인기리에 개봉 중인 영화 '곡성'을 활용해 보도자료 등을 작성, 곡성을 홍보하는데 앞장섰다. 2008년 9급 공채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양씨는 2012년 처가가 있는 곡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위에서 늘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던 양씨는 사고 당일에도 야근을 하다 귀가가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현장에는 오는 8월, 출산을 앞둔 만삭의 부인(34)과 6세 아들이 함께 있었다. 곡성군은 양씨가 퇴근 후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한 점을 고려해 순직 신청을 할 예정이다. 곡성군 관계자는 "너무 참담해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한편 사고가 난 아파트 20층에서 발견된 A씨의 가방에서는 A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공무원 시험준비가 괴롭다. 사회적 열등감을 느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광주의 한 국립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었으며, 인근 다른 아파트에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가족들은 양씨의 죽음에 대해 상당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경찰은 이런 안타까운 사실을 모두 고려해 A씨를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물론 A씨가 숨져 공소권이 없지만, (양씨가) 범죄 피해자라는 것이 명백해질 경우 보험이나 순직처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