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화손해보험이 매입한 한화투자증권 빌딩. /사진=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이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수요예측에 성공했다. 흥행이 어려울 것이란 업계의 예상과 달리 오버부킹(공급을 넘어선 수요)을 기록한 것. 한화손보는 이번 성공적인 후순위채 발행으로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손보 후순위채 발행에 기관투자자 수요가 몰린 것은 회사의 안정성 외에도 금리 매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후순위채 발행으로 자본확충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최근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1000억원 모집에 1280억원 규모의 기관수요가 들어왔다. 이에 한화손보 측은 280억원을 증액해 발행할 계획이다. 후순위채란 채권을 발행한 기관이 파산했을 때 가장 나중에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으로 자본금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보험업법상 자기자본의 50%까지 인정 받는다.
한화손보는 희망금리 밴드로 4.15~4.35%를 제시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8개의 기관투자자 중 7개 기관이 4.35%에 몰렸다. 이에 따라 발행금리는 4.35%로 결정됐다. 만기는 2023년 6월까지 7년이다.
보험업계에선 한화손해보험이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재무적 부담을 덜어 RBC비율을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만한 수준의 책임준비금 외에 추가로 자산을 쌓도록 한 제도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RBC비율은 150% 이상이다. RBC비율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게 된다.
한화손보의 RBC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65%다. 사실상 권고수치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2020년 IFRS2 2단계가 보험사에 도입되면 고객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부채가 시가로 평가되고 자본의 평가도 보다 엄격해져 RBC비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화손보는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128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돼 RBC비율이 약 15.1%포인트 올라 179.5%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발행 성공 요인은?
한화손보 후순위채 수요예측 성공 요인으로는 금리 매력이 꼽힌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단기로 자금을 굴리던 기관투자자들도 높은 금리의 후순위채 투자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이 만기 3년 이상 채권에 투자하지 않았지만 시장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후순위채에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화손보의 수익구조와 자산건전성 지표 개선도 흥행 성공 요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후순위채를 인수해 투자상품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다”며 “한화손보의 안정성과 운용능력 등을 다각도로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 들어 신용평가사들은 한화손보의 신용등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월 말 한화손보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IFSR)와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AA-’와 ‘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등급전망도 ‘안정적(Sdiv)’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도 한국신용평가와 같은 평가를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손보의 안정적 수익기반을 마련한 점이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손보의 손해율은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 등 상위 4개사 평균보다 1.5%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영향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5년 뒤 20%씩 자본인정 비율 낮아져
후순위채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형성되면서 한화손보는 올 하반기에도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보험사의 후순위채는 잔존만기 5년 도래시부터 매년 20%씩 자본인정비율이 낮아진다. 한화손보의 경우 10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해 처음엔 1000억원 모두를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잔존만기 5년 도래 시부터 매년 20%씩 자본인정 비율이 낮아진다. 매년 80억원, 60억원씩 순차적으로 자본인정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따른 차환 발행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화손보는 조달자금 1280억원 중 88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400억원은 차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한화손보가 한화투자증권 빌딩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위해 후순위채 발행을 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화손보는 지난달 한화증권이 소유했던 여의도 소재 한화금융센터 빌딩의 소유 토지와 건물을 약 1327억원에 매입했다.
이에 한화손보 관계자는 “건물매입과 후순위채 발행은 관련이 없다”며 “건물매입은 투자수익률 면에서도 운용수익률 이상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결정한 것이고 후순위채 발행은 RBC비율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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