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넷저고리(3개), 손발싸개 (2~3개), 겉싸개 (1~2개), 속싸개 (3개), 면기저귀 (10), 방수요 (2), 신생아모자 (1~2개), 내복 (5개), 수유쿠션, 젖병소독기, 젖병, 젖병브러쉬, 젖병세제, 유축기, 수유패드, 수유브라, 모유저장팩, 세탁세제, 체온계, 아기침대, (흑백)모빌, 물티슈, 욕조, 바디워시, 크림, 회음부방석, 초점책, 아기띠, 유모차, 카시트….”


D-30. 출산 예정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출산용품 리스트 한 장이 기자의 눈앞에 놓였다. “뭐가 이렇게나 많아?” 새 식구를 맞이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혼 준비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신경 쓰고 챙길 것들이 많아 보였다.
“아기가 나오면 끝이야. 아기 돌보느라 쇼핑하고 뭘 사고 챙길 틈이 없어. 미리미리 준비해 둬야지.”


몇 달 전 아기를 출산한 친구의 말이다. 친구의 말은 백번 맞다고 생각했다. 아기를 출산하면 따로 시간 내 쇼핑을 하기란 어려운 일일 수 있으니….

다만 ‘내 첫 아기’라는 욕심이 이성을 앞서 필요하지도 않은 걸 구매하면서까지 내 욕구를 채우고 싶진 않았다. 어떻게 하면 실속 있는 출산 준비가 될 수 있을까. 주변의 사례를 들여다보니 금방 답이 보였다.

◆ 아기방 꾸미기= 엄마의 과시욕(?)


가정주부인 기자의 친구는 아기가 태어나기 6개월 전부터 ‘예쁜방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느 날은 A브랜드의 아기침대가 놓여 졌고 며칠 뒤엔 아기를 위한 서랍장, 기저귀 갈이대 등이 채워졌다. 200만원을 호가하는 B브랜드의 유모차도 방 한자리를 차지했다. 침대 안에는 아기가 태어나면 입을 각종 옷들과 가지고 놀 인형, 모빌 등이 자리 잡았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던 친구의 출산용품 리스트. 친구는 이 장면 장면을 세밀하게 담아 자신의 SNS에 게재해 두었다. “아기방이 너무 예뻐요~”, “저 제품은 어디 브랜드인가요?” 등등 친구가 게재한 아기방 사진 밑으로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기자 선배는 친구와 정 반대였다. 선배는 출산용품 대부분을 구입하지 않았다. 막달까지 주변에서 들어오는 각종 선물들과 이미 육아의 세계에 진출한 지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출산용품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만 일부 구매했을 뿐이다. 그것도 주변에서 꼭 필요하다고 하는 제품만 선별해서 말이다.

가재수건과 내복, 속싸개, 체온계 등 출산용품을 준비하는 데 지불한 비용이 채 20만원이 안들었다. 아기옷세탁은 세탁기의 아기옷 기능을 이용했고, 아기 침대를 따로 두지 않고 한 공간에서 수유와 잠을 동시에 청했다. 아기가 태어난 뒤 6개월 뒤에나 탑승할 수 있는 유모차 역시 미리 구입해 두지 않았다.

‘극과 극’으로 출산용품을 준비한 두 사람. 지금 모습은 어떨까? 전자인 친구는 사용하지 않는 아기물품이 너무 많아 중고 사이트에 처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고, 후자인 선배는 모든 제품을 알뜰하게 사용한 뒤 물려받은 제품을 다른 곳에 기부하거나 필요한 곳에 재선물 하는 데 쓰고 있다.

어느 아기가 더 소중해서, 어느 아기가 덜 소중해서는 아닐 것이다. 개개인적인 사상과 가치관의 차이일 뿐이다. 다만 내 아이라는 욕심과 남에게 보이려는 과시욕이 앞서 불필요한 과소비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문득 수백만원대의 몸값을 자랑하는 유모차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날, 한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도대체 유모차의 승차감은 누가 판단하는 거지?”


출산리스트 준비해 본 선배맘들의 노하우

▶아기 옷은 최소화
“배넷저고리, 내복 등. 아기옷은 1~2달 입히고 못입히는 경우가 많아요. 심지어 2번 입히고 안맞는 경우도 있었죠. 그때그때 최소한의 옷만 준비하는 게 좋아요. 아기 옷 선물이 많이 들어왔다면 큰 옷으로 미리 교환해 두는 것도 일종의 팁이에요!”

▶유모차는 6개월 후에 구입
“유모차는 나오자마자 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따라서 미리 준비할 필요도 없죠. 아기가 나오면 6개월은 방에서만 있게 되는데 아무리 신상품을 샀다고 해도 가격은 떨어지고, 먼지만 쌓이게되죠. 정말 탈 때 사도 늦지 않아요.”

▶아기가구, 유축기는 대여해서
“요즘 초보엄마들 보면 아기침대를 필수적으로 구입하는데 생각보다 효율적이지 않아요. 아이를 눕히고 꺼내는 데 허리도 너무 아프고…. 정 필요하다 싶으면 새제품 구매보다 몇 달 사용할 수 있는 대여를 추천해요. 기저귀갈이대도 마찬가지죠. 오히려 그 돈으로 수납장을 사는게 훨씬 도움돼요” 

“모유수유를 할 경우 유축기는 필수적으로 필요해요. 이것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건소를 이용하면 대여할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모르더라구요. 성능도 꽤 괜찮고 믿을만 한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