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심플하게… 어두운 곳에서 '더 빛나는' 차
‘플래그십’(flagship·기함)은 이름처럼 깃발이 걸린 배를 뜻한다. 함대에서 사령부가 설치된 군함을 상징하며, 깃발은 지휘관의 계급을 나타낸다. 해전에서는 일반적으로 플래그십이 선두에 나서 전투를 지휘하기에 위용과 상징성이 남다르다.
요즘엔 제품이나 브랜드 설명에서 ‘플래그십’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주로 ‘최고급’, ‘프리미엄’, ‘럭셔리’ 따위의 수식어가 붙는 제품에 쓴다. 대상은 달라졌지만 의미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BMW의 플래그십은 7시리즈다. 즉, 7시리즈는 BMW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라는 얘기니 이 차의 위상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뉴 7시리즈 중에서도 최정점에 있는 750Li xDrive 모델을 이달 초 시승했다.
BMW 750Li xDrive. /사진제공=BMW
◆뼈대부터 남다른 '7시리즈'
‘7시리즈’는 만드는 곳부터 특별하다. 독일 BMW 딩골핑 공장은 1977년 1세대 모델을 만든 이후 6세대로 이어진 지금까지 BMW의 최상급모델 생산을 맡아왔다. 롤스로이스 일부 모델 알루미늄 차체를 비롯해 다른 지역의 BMW 생산공장에서 사용하는 파워트레인과 섀시 부품도 책임지는 곳이다.
새로운 7시리즈의 핵심은 카본 코어(Carbon Core)라고 부르는 특수차체구조를 통한 경량화다. 구형보다 무려 130kg이나 가벼워졌다. 카본 코어 차체는 BMW전기차 i시리즈를 개발하며 얻은 노하우를 활용한 예다. BMW 뉴 7시리즈는 산업용으로 제작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강철과 알루미늄과 함께 사용한 최초의 자동차로 꼽힌다. 이런 복합구조 차체는 무게를 줄이면서도 강성을 높이고 자동차 무게중심까지 낮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에 시승한 건 롱 휠베이스 모델이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인 휠베이스가 무려 3210mm나 된다. 일반형보다 140mm 더 길다. 그만큼 뒷좌석 공간이 여유롭다. 운전석에서 손을 뻗어도 뒷좌석에 놓인 물건을 집기 어렵다. 길이는 5미터를 훌쩍 넘어 5238mm, 너비는 1902mm, 높이는 1485mm다. BMW가 만든 양산차 중 가장 덩치가 크지만 고유의 비례감은 그대로 유지했다.
BMW 750Li xDrive. /사진제공=BMW
◆구름 위 거닐 듯 부드러운 승차감
‘750Li xDrive’라는 이름만 놓고 보면 배기량 5000cc급 엔진이 탑재됐을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엔진다운사이징이 유행인 요즘엔 그만큼의 성능을 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쉽다. 실제로 배기량 4395cc의 V형8기통 가솔린직접분사엔진에 BMW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2개가 힘을 보탠다.
덩치가 커서 굼뜰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단 4.5초가 필요할 뿐이다. 최고출력은 450마력(@5500~6000rpm), 최대토크는 1800~4500rpm에서 무려 66.3kg·m나 된다.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힘을 쓸 수 있고 급가속할 땐 가슴이 답답해질 만큼 강한 압박을 받는다. 특히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차의 모든 반응이 훨씬 예민해져서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독특한 건 승차감이다. 이토록 강한 힘을 지녔음에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점이 신기하다. 차에 탄 사람 모두 불안감을 느끼기 어렵다. 빠르게 코너를 돌 땐 관성의 법칙을 깨버리는 듯하다. 차가 휘청거리지 않고 안정감을 유지했다.
전자기계식 ‘안티-롤-바’가 코너링 시 뒤뚱거림을 줄이고 액티브 섀시 컨트롤 시스템은 노면에 맞춰 댐퍼의 응답성을 조절한다. 아울러 앞뒤 모두 자동으로 높낮이가 조절되는 에어 서스펜션과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을 적용해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돕는다.
◆어두워야 더 빛나는 매력
어두운 곳에선 낮엔 볼 수 없던 7시리즈의 또 다른 매력이 드러난다. 차에 탈 땐 라이트 카펫(Light Carpet)이 탑승자를 반긴다. 단순히 사이드미러 아래만을 비추던 것을 넘어 뒤쪽 도어 앞까지 넓게 비추는데, 빛나는 카펫을 깔아둔 것처럼 보인다.
차에 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실내는 화려하다기 보다는 단순한 편이다. 특히 파노라마 루프를 비롯한 실내 곳곳은 조명으로 장식됐지만 조잡하지 않다. 취향에 따라 6가지 컬러 조합을 고를 수 있고 밝기도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소재를 더 돋보이게 해 차를 타는 내내 만족도를 높여준다.
운전할 때도 밝은 빛의 도움을 받는다. 최대 조사거리가 600m나 되는 눈부심방지 BMW 레이저라이트(BMW Laserlight)는 부드러우면서도 밝은 빛을 통해 안전운전을 돕는 기술이다. 아울러 스크린 투영 면적이 75% 늘어난 차세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다양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편하다.
BMW 750Li xDrive. /사진제공=BMW
BMW 750Li xDrive. /사진제공=BMW
◆시간 지나도 변함없는 가치
새로운 7시리즈는 시대를 뛰어넘는 첨단기술로 무장했기에 오랜 시간 자랑할 거리가 충분하다.
아직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이지만 요즘 한창 이슈가 된 자율주행기능도 체험할 수 있다. 속도가 빠르건 느리건 간에 주변 차와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운전대를 스스로 돌려주고 차선도 알아서 유지해준다. 여러 안전시스템이 조화를 이뤄야 가능한 기술이다.
차세대 서라운드 뷰(Surround View) 시스템은 차 위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는 화면 외에도 3D합성이미지를 통해 개별적인 시각화 설정이 가능하다. 또 차의 앞뒤 교통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처럼 터치 디스플레이가 달린 키도 뉴 7시리즈만의 특징이다. 차와 통신할 수 있고, 모니터를 통해 차의 여러 정보를 확인 및 설정할 수 있다.
플래그십모델은 쉽게 질리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새로운 7시리즈는 이런 점에서 BMW의 고심이 충분히 느껴지는 차다. 다만 전자기기의 탑재가 늘면서 높은 연령대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넘어야 할 또다른 과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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