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위를 달리는 전기차? 중국 허베이성 친황다오시 베이다이허구 외곽의 한 대형 도로주행 시험장. 일반 도로와 똑같은 300m 구간의 2차선 도로를 만들어 놓은 이곳에 괴상한 차량 한대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바티에'다. 7.5m 길이의 객차 3개를 연결한 바티에는 총 연장이 22m에 달한다.
갑자기 바티에가 미끄러지듯 주행을 시작한다. 이내 자동차 10여대도 함께 달린다. 바로 그때, 자동차들이 바티에 후면을 향해 돌진한다. 충돌사고가 날 정도로 빠른 속도다. 하지만 충돌의 굉음이 들리지 않는다. 4~5초가 지났을까. 바티에 전면부 아래로 자동차들이 쏟아져 나온다. 언뜻 보면 자동차가 바티에 밑을 달린 것인지, 바티에가 자동차 위로 달린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분명한 점은 같은 도로 위로 바티에와 자동차가 전혀 방해받지 않고 함께 주행했다는 것이다.
/사진=바티에과기발전유한공사 제공
◆차원이 다른 발상 '터널 버스' 바티에
영토가 워낙 넓고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중국에서는 교통 시설에서도 기상천외한 장면이 한 둘이 아니다. 친황다오시 정부가 베이다이허구에서 도입할 예정인 바티에가 딱 그렇다. 베이다이허구는 지반이 약해 땅을 파고 지하철을 건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도로 위를 달리는 전철인 바티에를 눈여겨 보게 됐다. 바티에는 수십미터 지하를 달리는 지하철이나 10m가 넘는 전용 고가 철로로 달리는 경전철과는 완전히 다르다. 발상의 차원이 다른 교통수단이다. 자동차들이 다니는 똑같은 도로 위를, 자동차와 똑같은 방향으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이 바티에의 상식을 깨는 매력이다.
비밀은 이렇다. 편도 2차선 일반 도로 양 끝에 1m 깊이로 바티에 전용 레일을 만든다. 바티에는 이 레일 위를 달린다. 이렇기 때문에 바티에는 폭이 7.8m에 달한다. 편도 2차선 도로 위를 바티에가 온전히 다 차지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바티에가 달릴 때 어떻게 해서 자동차와 충돌하지 않는 걸까? 바티에의 별칭인 ‘터널 버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바티에는 아래가 뻥 뚫려 있다.
높이가 4.7m에 달한다. 바티에 객차 부분의 바닥에서 다시 지상까지는 2m가 넘는 공간이 휑하니 비어있다. 그러니까 일반 자동차들은 바티에에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바티에 아래를 무사 통과해 얼마든지 다닐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도로가 아무리 막혀도 바티에는 전혀 구애받지 않고 차량들 위로 속도를 낼 수 있다. 바티에 최고 시속은 60km로 안전을 고려해도 평균 시속이 40km 이상이다.
◆바티에 1대로 버스 수십대 역할 가능
바티에는 수송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4개 객차를 연결한 바티에 1대에는 최대 1200명을 태울 수 있다. 평균 시간당 수송 인원을 800명 정도로 잡더라도 하루 17시간(5:30~22:30) 운행을 가정할 때 1일 1만3600명을 태울 수 있다. 버스 수십대 수송량을 바티에 1대로 커버하는 셈이다.
베이다이허구는 이런 바티에가 시내 교통 체증의 35%를 해결해 줄 것으로 본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매연 같은 공기 오염 걱정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교통수단이라고 해도 건립 비용의 경제성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기특하게도 바티에는 이 문제도 해결해준다. 바티에 1km 공사에 드는 비용은 1억2000만위안 정도로 땅을 파고 구조물을 세워 시공하는 지하철 건립 비용의 20%에 그친다. 지하철 공사기간이 3~4년 걸리는 반면 바티에 역사와 레일을 시공하는데는 1년이면 충분하다. 지하철 공사처럼 지상 위 구간에서 도로가 막히는 일도 훨씬 덜하다.
/사진=바티에과기발전유한공사 제공
◆8000명 고용 효과… 1억위안 투자로 2.6억위안 벌어
바티에의 경제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티에 1억위안 투자로 유발되는 생산 유발 효과는 2억6000만위안에 달한다. 바티에 전 구간이 완성되면 8000명이 넘는 신규 취업도 가능하다. 여기에 바티에 역사 내 상업시설 분양이나 광고 유치 등 손에 잡히는 효과도 만만치 않다. 바티에는 베이다이허구 도심 경제에도 상당한 반향을 몰고올 전망이다. 바티에 역사가 지나는 곳마다 상권이 크게 발전할 수 있고 주택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렇다보니 친황다오시 정부는 바티에 도입에 총력을 기울인다. 친황다오시 베이다이허구는 바티에 운행 구간을 총 120km로 잡았다. 앞으로 2년 내 1단계로 10km 구간에서 바티에를 운행할 계획이다. 오는 8월에는 이 10km 중 2km 구간을 시범 운행한다.
◆자동차 승하차 시 바티에와 충돌 가능성, 안전 우려
그러나 바티에라고 아킬레스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안전성이 걱정이다. 바티에가 실전에 투입되면 어떤 돌발 변수가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무엇보다 바티에 주행 구간에서는 자동차 승하차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승하차시 바티에가 지나가면 인명사고가 날 수 있다.
당장 2km 시범 구간은 영향이 적겠지만 바티에 운행구간이 늘면 늘수록 자동차 승하차 시 불편이나 안전사고가 잇따를 수 있다. 신호등이나 구조물 같은 도로 위 걸림돌은 물론 교차로와 커브 구간에서의 안전
지반이 약해 지하철 공사를 하기 힘들다는 베이다이허구. 이 치명적 단점을 만회하는 차원이 아니라 바티에로 대중교통의 혁신을 연다면 언젠가 중국 전역에서 바티에를 볼 날도 머지 않았다.
☞바티에 개요
총 길이: 6Om (1객차 당 7.5m)
높이: 4.7m( 2층 구조로 1층 높이는 2.2m 이상 비어 있음)
폭: 7.8m
최대 시속: 60km(평균 시속은 40km)
최대 수용 인원: 대당 1200~1400명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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