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스마트폰 잔혹사’
피처폰 시대 초콜릿폰 등 수많은 히트작을 양산했던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줄곧 고전을 면치 못했다.
LG전자 최초의 안드로이드 모델은 지난 2010년 출시된 ‘안드로원’으로, TFT LCD 터치 디스플레이와 후면 500만 화소 카메라, 쿼티자판을 탑재해 사양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으나 운영체제 업데이트 문제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후 LG전자는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면서 ‘옵티머스’ 시리즈를 내놨다. 첫 작품은 쿼티자판을 탑재한 ‘옵티머스Q’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대결구도를 형성했지만 실패작으로 꼽혔다. 이후 옵티머스Z, 옵티머스 마하 등을 줄줄이 내놨지만 옵티머스 마하의 배터리 폭발 등으로 흑역사만 남겼다.
2011년 ‘옵티머스2X’는 최초의 듀얼코어 CPU가 탑재돼 스마트폰 스펙경쟁에 불을 지폈고 세계시장에 LG전자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LG전자는 다양한 옵티머스 시리즈를 내놨고 ‘옵티머스LTE’로 반짝 빛을 보는 듯 했지만 삼성전자는 커녕 팬택에도 밀려 국내시장 점유율 3위로 밀려나는 처지가 됐다.
자존심에 금이 간 LG전자는 2012년 첫 G시리즈인 ‘옵티머스G’로 분위기를 일신하게 된다. 일명 '회장님폰'으로 불린 옵티머스G는 최고급 사양과 일체형 배터리,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출시 3개월만에 250만대의 판매량을 돌파했고, 그 해 MC사업본부의 흑자를 견인했다.
자신감을 얻은 LG전자는 다음해 ‘G2'를 내놨지만 다시 처참한 실패를 맛봐야 했다. G2는 G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후면전원·볼륨키를 처음으로 탑재했다. 시대를 앞서간 일체형 배터리를 탈착형으로 다시 바꿨고 화면도 4.7인치에서 5.2인치로 키우는 등의 시도를 했지만 MC사업본부는 그 해 하반기 12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5월, LG전자는 5.5인치 디스플레이에 그립감을 강화한 ‘G3'를 출시했다. 당시 LG전자는 G3에 국내최초 Q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카메라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며 글로벌 판매량 1000만대 돌파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G3의 후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4월 출시한 G4가 판매량 500만대에 그치면서 LG전자가 ‘부진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G4는 후면 디자인에 천연 가죽을 채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G4의 판매는 부진했고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자존심을 버리고 출고가 인하라는 강수까지 뒀지만 판매량 감소를 막지 못했다.
LG전자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지난해 10월 G시리즈가 아닌 V시리즈를 출시했다. ‘슈퍼 프리미엄’을 내세운 ‘V10’은 조준호 LG전자 MC사업부장의 사실상 첫 작품으로 당시 ‘조준호폰’으로 불렸다. V10은 조 사장이 제품 기획부터 관여한 모델로 세계 최초 전면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고 비디오·오디오 기능을 강화해 호평 받았지만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조 사장 역시 V10을 두고 ‘중박폰’이라고 일컬었다.
올해 3월 LG전자는 ‘절치부심’의 결과물인 전략 스마트폰 ‘G5'를 내놨다. 세계 최초의 모듈형 조립폰과 스마트폰과 결합할 수 있는 캠플러스·360VR 등 프렌즈 5종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지만 물량 공급 실패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4분기 연속 적자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LG전자는 올 2분기 15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V20' 프리미엄 스마트폰 새로운 기준될까
야심차게 출시한 ‘G5’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LG전자는 지난달 이례적인 MC사업본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직속으로 PMO(Program Management Officer) 조직을 신설하고 ‘G시리즈 PMO', 'V시리즈 PMO'를 나눠 각 모델의 상품기획·개발·생산·마케팅·영업까지 사업전반을 총괄하게 했다.
조 사장은 절벽 끝에 몰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마지막 카드로 V20을 선택했다. LG전자는 V20에 구글 안드로이드OS 최신버전인 ‘누가’가 최초로 탑재된다는 소식을 알리며 반전의 신호탄을 쐈다. 현재까지 공개된 바로는 세계 최초로 잡음을 최고 50%까지 줄이는 '32비트 하이파이 쿼드 DAC'을 탑재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신작에 대한 어떠한 사실도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비디오·오디오 등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제품일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멀티미디어 기능 강화는 공개행사 초청장에서도 드러난다. 남산타워와 이순신 장군 등의 이미지가 담긴 서울 초청장과 금문교와 트램 등이 담긴 샌프란시스코 초청장은 팝업북으로 표현됐다. 이는 V20의 역동적인 멀티미디어 기능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VR)로 이어지는 입체감을 연상케 한다.
특히 V20에 탑재되는 누가는 AR플랫폼 ‘데이드림’을 지원해 이같은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조 사장은 “V20으로 프리미엄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2016년 슬로건은 ‘즐거움과 재미를 만끽하라(Play more)’다. LG전자가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간의 흑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