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사진=미국 워싱턴포스트 캡처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작한 ‘마약 전쟁’으로 50일만에 1779명의 마약 용의자가 재판없이 사살된 것으로 밝혀졌다. 필리핀 상원은 22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열린 ‘마약 전쟁’ 청문회에서 두테르테 정부 들어 사법절차 없이 마약용의자들이 살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7월 1일부터 50여일 동안 마약 용의자 1779명이 사살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중 712명은 경찰 단속 과정에서 사살됐으며 나머지는 자경단의 총에 맞아 죽는 등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였다고 보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전은 물론 후에도 “마약사범은 죽여도 좋다”, “범죄자들을 물고기밥으로 만들겠다”는 등 초법적 조치를 조장하는 발언을 잇따라 해 논란이 됐다. 실제 두테르테 정부가 들어선 후 경찰은 물론 자경단이 마약 용의자들을 살해하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자위권 행사를 넘어선 경찰의 총기 사용은 허용되지 않으며, 자경단의 마약 용의자 사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청문회를 이끌고 있는 필리핀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은 ‘마약 전쟁’을 계기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사법당국과 자경단원들의 살상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 역시 “이건 무정부상태나 마찬가지다. 당신 지켜보는 가운데 계속되고 있는 일”이라며 경찰청장을 비난했다.

두테르테 정부 이후 벌어지고 있는 무차별 인명 살상에 인권단체와 가톨릭교회도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또 해외 인권단체들 역시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등 두테르테 대통령의 사법 대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