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또다시 민영화 작업에 돌입했다. 벌써 5수째다. 정부는 이번엔 기필코 성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존과 달리 민영화의 초점을 공적자금 회수가 아닌 신속한 매각에 뒀다.
또 과점주주의 권한도 강화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24일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지분 30%를 4~8%씩 쪼개서 매각하는 과점주주방식으로 입찰공고를 개시하고 우리은행 지분 4% 이상을 낙찰받은 과점주주는 사외이사 후보 1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수의 과점주주가 은행 지배구조를 구성해 차기 은행장 인선 등 경영전반에 개입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준 셈이다.
따라서 새롭게 등장한 과점주주가 우리은행 민영화 3대 원칙인 ‘금융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정부의 지분 매각을 통해 완전한 민간은행으로 탄생하기 위해선 과점주주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매각공고에도 저점을 유지하는 주가가 오를지 역시 관심거리다. 나아가 주가상승으로 투자자의 구미를 당길 만한 배당수익률을 제시할지도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을 좌우할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적정주가 1만3000원 끌어올릴까
우리은행 민영화의 첫번째 관전포인트는 주가다. 증권업계는 우리은행의 목표주가가 1만3000원까지 올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가가 1만3000원에 못 미치면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 12조7663억원을 회수하기 어려워 되려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은행의 주가는 1만450원(25일 기준)에 불과하다. 증권가가 제시한 적정주가에 한참 못미친다. 문제는 이를 끌어올릴 만한 이슈가 없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우리은행은 전년동기 대비 35.8% 증가한 75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충분한 주가상승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주가는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당기순이익 가운데 1300억원 이상이 충당금 환입 등 일회성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올 하반기엔 일회성 요인마저 기대하기 힘들다.
주식가치를 매기는 우리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36배에 불과하다.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올랐지만 수차례 매각에 실패한 경계감이 주가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해 PBR은 은행업종 평균 0.46배에 못 미친다.
◆지주사 전환, 투자자 구미 당길까
투자자에게 실질수익으로 돌아갈 배당가격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호실적에도 보통주 자본비율이 낮은 부담으로 중간배당을 생략한 바 있다. 이를 위한 해법으론 ‘지주사 전환’이 꼽힌다. 지난 2014년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해체로 자회사를 편입하면서 BIS비율이 낮아졌으나 다시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BIS비율 상승은 물론 주주에게 돌아갈 배당수익률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우리은행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이 경우 국내 금융지주는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 우리금융으로 5개 체제를 갖춘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선두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금융이 업계 3위로서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지분매각으로 경영에 자율성이 생기면 지주사 체계를 갖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소형증권사를 인수하고 종합금융 라이선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갈이되는 사외이사… 갈등 피해야
세번째 관전포인트는 매각 이후다. 앞으로 우리은행을 이끌어 갈 과점주주의 경영능력에 따라 우리은행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일단 과점주주는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만약 과점주주가 우리은행 지분을 4%씩 30%까지 인수하면 이들이 요구한 7~8명의 사외이사가 새롭게 등장한다.
현재 우리은행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 비상무이사(예금보험공사) 1명 등 총 11명이다. 사외이사 6명 중 4명은 내년 3월, 2명은 2018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즉, 2년 후면 기존 사외이사 전원이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를 과점주주 출신이 주도할 수 있다. 특히 이광구 은행장이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새로운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사외이사가 물갈이되면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이 내부갈등 우려다. 과점주주가 특정 국가의 자본이나 사모펀드에 집중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이면약정을 맺으면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갈등이 불가피하다. 또 사외이사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여전히 법적으로 대주주 지위에 있는 정부가 다시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에 흔들리지 않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안착시킬 수 있는 해외투자자가 과점주주로 자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인수합병(M&A)시장에선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할 후보로 올해 지분을 5.01%까지 확대한 국민연금과 해외 국부펀드, 사모펀드 등을 지목했다.
우리은행 측은 “이광구 행장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수요조사와 해외 투자설명회(IR)를 통해 다수 해외투자자의 투자의향을 파악했다”고 귀띔했다. 올 상반기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7.75%까지 올라 해외투자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새로운 이사회는 경영진에게 제 목소리를 못 내던 기존 금융지주 이사회와는 달라야 한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걸맞은 새로운 형태의 지배구조를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