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경제의 중심 허브도시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로 시작된 인천경제자유구역. 2003년 인천시가 야심차게 첫 삽을 떴지만 13년이 지난 현재도 미완성 상태다. 여의도의 70배에 달하는 경제자유구역의 삼각벨트는 청라국제도시, 영종지구, 송도국제도시다.

각 도시는 지리적 특성에 맞는 핵심산업을 육성한 후 유기적으로 연결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공허한 분위기다. 당초 계획했던 수많은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투자유치에 실패하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는 중이다. 최근 다시 개발사업이 진행된다는 소식에 서서히 훈풍이 불고 있지만 글로벌경제구역 트로이카의 모습은 아직 요원하다.

(사진 위부터) 청라국제도시 ‘경제로’에 건축되고 있는 M아파트. 내년 하반기 준공을 앞둔 청라로봇랜드가 텅 비었다. 청라시티타워가 들어올 부지가 호수공원 가운데 외롭게 떠 있다. /사진=장효원 기자

◆청라국제도시, ‘시티타워’가 가득 채울까
청라국제도시는 2003년 첨단산업과 제조업, 국제금융업무를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신개념 비즈니스타운을 만들기 위해 조성됐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청라국제도시는 베드타운에 머물러 있다.


청라에 도착해 처음 본 풍경은 죽 늘어선 아파트 숲이었다. 기존 도시계획에 따른 업무지구는 찾기 힘들었다. 이왕 베드타운을 만들 것이었다면 회사가 밀집한 서울이나 인천과의 접근성을 고려해 교통이라도 편리해야 하지만 이조차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청라에는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과 인천 2호선 가정(루원시티)역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서 청라까지 가려면 청라국제도시역이 더 수월해 보였다. 여기에서 내리면 주거지역이 있는 청라 중심부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역 앞에서 한참을 지켜봐도 지나다니는 버스는 드물었다.

청라에 사는 배수진씨(28)는 “서울에서 출퇴근할 때 딱 하나 있는 M6118번을 이용하거나 다른 버스로 가정역까지 와서 환승한다”며 “차를 타면 얼마 안 걸리는 거리인데도 청라 곳곳을 돌아다니는 버스가 별로 없고 배차간격도 길어 시내에선 주로 택시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라를 돌아다니는 지선·간선버스는 배차간격이 20~30분으로 매우 긴 편이다. 이에 청라주민들은 청라 중심부를 꿰뚫는 서울지하철 7호선의 연장선을 기대한다. 당초 1차 비용편익분석(B/C)이 0.92로 나와 무산됐지만 인천시는 노선을 조정해 재도전할 예정이다. B/C는 1 이상이 나와야 수익성이 있다는 뜻이다.

결국 유동인구가 중요하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려면 당초 계획했던 청라의 주요 개발사업이 성과를 내야 한다. 인천 로봇랜드도 그중 하나다. 2009년부터 추진한 로봇랜드에는 로봇연구소, 전시관, 테마마크, 상업시설 등이 조성돼 내년 하반기 문을 열 예정이다.

하지만 개장을 1년여 앞둔 곳치고는 부지 내·외부 모두 싸늘했다. 현재 건설 중인 로봇산업지원센터와 로봇연구소는 드넓은 대지의 10분의1도 차지하지 못했다. 나머지 빈 땅에는 마른 갈대만 흔들리고 있었다.

로봇랜드 부지 앞을 지나는 심곡천 너머에도 텅 빈 대지가 계속 이어졌다. 청라 도심 쪽에 서 있는 고층아파트들은 아른거릴 정도로 멀리 보였다. 개장 후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빠른 시일 내에 착공하지 못하면 로봇랜드로 유동인구가 늘어날 일은 없어 보였다.

그나마 최근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청라시티타워의 분위기는 달랐다. 110층 높이의 초고층 시티타워는 호텔, 면세점, 레스토랑, 문화시설 등이 입점할 예정이다. 현재 시티타워가 들어설 청라 호수공원 한가운데 부지는 수년간 사업자를 찾지 못해 외딴섬이 돼버렸다. 하지만 최근 사업후보자가 선정돼 인근 주민들의 기대감이 한껏 달아오른 모양새다.

호수공원 주변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청라에 들어온 회사가 없어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하나금융타운에 이어 시티타워 호재가 나오면서 최근 분양 문의가 조금씩 들어온다”며 “근처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신혼부부 또는 노년부부가 주로 사는데 시티타워가 들어오면 중장년층 수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이 많아지면 7호선 연장선 계획도 탄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위부터) 내년 4월경 1단계 개장을 앞둔 영종파라다이스 시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각종 개발호재로 들썩이는 영종하늘도시. 아직은 텅 빈 부지가 훨씬 더 많은 모습이다. /사진=장효원 기자

◆영종지구, 너무 다른 레저리조트 안과 밖
한국의 관문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답게 가는 길은 시원했다. 슬슬 기어가던 올림픽대로를 지나 왕복 3차로로 뚫린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 진입하니 그 많던 차량이 갑자기 사라졌다. 얼마 못가 도로에 차가 없는 이유를 알아챘다.

영종대교 통행료가 자그마치 6600원이기 때문. 서울에서 충청북도 청주까지 가는 고속도로 요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영종도 주민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가구당 차량 1대, 하루 1회 왕복으로 제한돼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공항철도가 개통된 것이 천만다행으로 여겨졌다.

순댓국 한그릇 값을 길에 던지고 씁쓸한 마음으로 운전하다 보니 어느새 공사가 한창인 영종 파라다이스시티에 도착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5성급 호텔, 쇼핑몰 등을 갖춘 복합리조트단지로 내년 4월께 1차 개관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국제공항과 인접한 이점을 살려 이 주변을 관광·물류산업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그중 하나인 파라다이스시티는 공사 울타리가 있어 안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겉모습은 거의 완공상태였다. 갈색 톤의 외관과 고급스런 분위기는 바로 옆의 그랜드하얏트나 베스트웨스턴호텔과 견줘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파라다이스시티 주변은 이마트와 골프장, 테니스장 등을 제외하면 특별한 곳이 없었다. 관광과 휴양을 즐기러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리조트 안에만 머물 수밖에 없어 보였다.

시내로 나가면 외국인을 위한 시설이 있을 것 같아 운서역 부근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은 영종지구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여러 아파트와 학교가 운집해있다. 상권은 롯데마트 뒤편으로 형성됐지만 여느 신도시와 다를 바 없이 5~6층 건물에 식당이나 노래방, PC방 등이 자리해 외국인관광객의 눈길을 끌 만한 곳은 없었다.

길가에 위치한 한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니 영어나 중국어 안내문도 찾기 힘들었다. 음식사진도 없어 외국인이 메뉴를 주문할 때 난관이 예상됐다. 이곳 반대편 운서역 2번 출구쪽으로도 상업지구가 조성될 예정이지만 아직 텅 빈 상태다.

신도시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구도심을 뒤로한 채 ‘영종하늘도시’로 이동했다. 최근 이곳은 영종경제자유구역 개발호재로 투자수요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는 곳이다. 자동차로 20분가량을 달려 도착한 하늘도시는 허허벌판에 듬성듬성 아파트가 솟아있는 모습이었다. 아파트 사이사이로 타워크레인이 몇개 보였다. 상가건물은 하늘도시의 유일한 대형마트인 진로마트 부근에 있었지만 번화가는 아니었다. 오히려 식당보다 부동산중개업소를 찾기가 쉬울 정도였다.

근처의 한 카페 사장은 “(나는) 하늘도시 초창기에 들어왔는데 예정됐던 개발계획이 다 무산되면서 포기하고 떠난 사람이 많다”며 “요즘 옆에 타워도 올리고 아파트도 새로 짓는데 점점 발전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사진 위부터) 한옥마을이 함께 있는 송도 센트럴파크. 먹자골목과 학원가가 함께 발달한 상권 드림시티. 쇼핑몰, 카페 등이 운집한 NC큐브커넬워크. /사진=장효원 기자

◆송도국제도시, 화려하게 변모… 교통체증 ‘난제’
송도국제도시는 화려하다. 초고층빌딩과 호텔, 주상복합과 아파트까지 한데 어우러져 위용을 자랑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삼각벨트 지역 중 가장 정돈된 모습이다. 송도는 국제 비즈니스도시를 지향하는 만큼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과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등 국제기구가 모여 있다. 최근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송도에 생산시설을 갖고 있다. 송도 주민이 11만명을 돌파하며 삼각벨트 중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도시가 구색을 갖추면서 상권도 살아났다. 송도로 들어가는 관문인 아트센터교를 지나자마자 길게 늘어선 사각형의 NC큐브커넬워크가 눈에 들어왔다. 의류매장과 카페 등이 위치한 이국적 분위기의 커넬워크에는 평일 오후 2시쯤임에도 거리를 거니는 사람이 꽤 많았다.

또 다른 상권인 드림시티는 먹자골목과 학원가가 합쳐진 느낌이다. 이른 시간이라 식당은 한산했지만 거리는 학생을 태우려는 학원버스와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의 차량으로 북적였다.

상업지구 외에 송도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송도컨벤시아다. 이곳은 송도의 주요 추진과제 중 하나인 ‘마이스(MICE) 허브도시’의 핵심장소 중 하나다. 기자가 찾은 지난 16일 이곳에서는 ‘2016 대한민국 건축사대회’가 열렸다. 2000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대회의장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행사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컨벤시아의 일정을 보니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전시장과 회의장이 모두 예약된 상태였다.

송도컨벤시아 관계자는 “올 들어 국내 기업이나 협회, 외국계 기관의 예약이 늘어 지난해보다 업황이 좋은 편”이라며 “송도에는 마이스 얼라이언스가 있어 주변 호텔이나 관광, 항공 등의 상황도 나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스 얼라이언스는 호텔, 의료기관, 쇼핑, 컨벤션 기획사 등 48개 회원사로 구성돼 유기적으로 마이스산업을 관리한다. 컨벤시아 부근 S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연평균 객실점유율이 손익분기점인 70%를 훌쩍 넘었다.

송도국제도시로 외국인 방문이 늘어나는 데 비해 한국의 특색이 묻어있는 관광자원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센트럴파크에 송도한옥마을이 있지만 이곳은 단순한 상가다. 식당과 카페의 인테리어가 한옥으로 꾸며졌을 뿐 외국인이 직접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또 입구의 계단과 돌로 만들어진 길은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객에게 불편해 보였다.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도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들이 입구에서 함께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이 이곳을 찾는 만큼 더 많은 배려가 아쉬웠다.

송도 곳곳을 둘러보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단점을 하나 더 발견했다. 송도에서 경인고속도로까지 연결된 아암대로가 퇴근시간이 지났음에도 양방향 모두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고 있었다. 도로 가운데를 막고 있는 옹암사거리 지하차도 공사 때문이다. 지하차도는 원래 지난해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인천경찰청의 지적으로 2년가량 완공시기가 늦춰졌다. 송도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교통체증을 해소할 인천시의 대책이 절실해 보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