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글로벌 해운동맹 ‘2M’ 가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M은 세계 1·2위 해운사 머스크(Maersk)와 MSC의 연합으로 글로벌 점유율이 무려 30%에 달한다. 반면 현대상선은 이들의 7분의1 수준인 2%대에 불과해 동맹 가입과 관련한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큰형들 사이에서 막내가 과연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 지난 11월18일 미국의 해운전문지 저널오브커머스(JOC)가 “현대상선의 2M 가입이 무산됐다”고 보도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현대상선은 11월20일 “JOC 보도는 명백한 오보”라며 “기사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기사와 관련해 2M의 머스크는 “머스크의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인 점을 들어 JOC에 직접 정정보도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1월30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M이 화주들의 반발로 인해 현대상선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하는 등 또다시 협상과 관련한 파문이 일었다. 사태가 커지자 12월1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현대상선의 2M 가입협상은 아직 진행중이고 12월10일 전후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사태를 수습했다. 당사자인 현대상선도 이날 "1일 WSJ와 관련한 기사는 현대상선과 2M간의 협상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진제공=현대상선

◆2M 가입, 양면성 고려해야

세계최대 해운동맹 2M. 무조건 가입하는 게 이득일까. 전문가들은 어떻게 가입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2M과의 협상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대상선은 11월 말 협상을 끝내는 게 목표였고 늦어도 12월 초까지 가입을 마칠 계획이다. 현재 각 지역별(미주·구주·남미지역 등)로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고려하며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 중이다. 세부사항에 대한 실무 협의를 마치면 2M 얼라이언스 가입과 함께 상세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협상의 쟁점은 2가지로 ‘컨테이너 적재량(선복량) 제한’과 ‘가입기간’이다. 현대상선은 미주노선 선복량 중 3만~4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요구하는 반면 2M측은 2만TEU만 나눠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는 2M의 양 선사인 머스크와 MSC가 새로운 배를 주문한 상태여서 현대상선의 물량을 제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정부의 해운업계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에 따라 한국선박주식회사 등을 통해 새 배를 주문할 예정이다. 따라서 추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부의 계획도 어긋나게 돼 물량제한 쟁점을 해결하는 게 먼저다.


게다가 2M 측이 가입기간을 10년으로 요구하는 것도 쟁점이다. 머스크와 MSC가 계약기간을 10년으로 정한 만큼 현대상선도 이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영상황 개선이 필요한 현대상선 입장에서 장기계약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고려하면 꽤 훌륭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선복량을 제한하면서 단순히 가입기간만 길게 유지하는 건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게 뻔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현대상선은 가입기간이나 선복량에 옵션을 두고 2M 측을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발전가능성이 없다면 국적 제1선사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 만큼 서로 윈-윈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현대상선

◆2M, 실효성 있나

2M은 해운동맹 중에서 가장 입김이 세다. 양 선사의 위세를 등에 업고 안정적인 영업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은 현대상선에게 큰 이득이다. 특히 2M이 보유한 초대형 선박을 활용해 원가를 절감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게다가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시작하며 새롭게 재편되는 해운동맹에서 소외될 뻔한 점을 생각하면 업계의 큰형이 먼저 내민 손을 거절하기 어렵다. 게다가 현대상선은 2M 가입이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어서 결국 2M을 설득해 원하는 바를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2M이 현대상선에 관심을 보인 건 미주노선과 아시아노선의 확대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2M은 다른 동맹에 비해 해당 노선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내년 초면 해운동맹 재편이 마무리되는데 이미 대부분 업체들은 새로운 동맹을 결성하며 각자의 영역을 굳혔다. 이에 2M은 아직 얼라이언스에 가입하지 않았고 비교적 힘이 약한 현대상선을 파트너로 끌어들여 부족한 노선 보강을 추진한 것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동맹에 무조건 가입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성장성을 계산해야 한다”면서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협상 중이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좋은 성과를 이끌어내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다른 동맹도 대안 될 수 있어

현재 현대상선은 G6 얼라이언스에 가입돼있다. 효력은 내년 3월까지다. 따라서 4월 이전에 반드시 새로운 동맹에 가입해야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

해운동맹은 세계적인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다. 불경기엔 선박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동맹 선사 간 자원을 공유하며 어려움을 보완할 수 있다. 만약 이런 동맹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자체적인 영업망을 구축해야 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만약 2M과의 협상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면 지체할 것 없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해운업계의 시각이다. 새로운 동맹과 협상하는 과정에도 시간이 필요하기에 늦어도 1월 말까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

업계에서 꼽는 대안은 한진해운의 빈자리가 생긴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다. 현대상선 입장에선 현재 가입된 동맹인 ‘G6’의 주요 멤버와 다시 호흡을 맞출 수 있고, 동맹 입장에선 중국계 선사가 중심이 된 ‘오션’보다 점유율이 떨어지는 점을 조금이나마 보완할 수 있어서 서로 이득이다.

물론 현재 업계 1위 ‘2M’과 협상 중인 현대상선이 대안을 언급하는 건 위험한 행동이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준비가 필요하다는 건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M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하지만 정부의 도움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계획하는 단계인 만큼 길게 내다보고 대안을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평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