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태원과 경리단길 사이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 다른 골목에서 볼 수 없는 콘셉트의 레스토랑이 모이며 미식가의 관심을 끈다. 일명 ‘녹사평역 언덕길’이라 불리는 곳. 녹사평역에서 육교를 건너 이태원 초등학교 정문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 골목은 복잡한 이태원 메인 거리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숨가쁘게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미로처럼 얽힌 골목들이 나타난다. 골목에서 또 다른 골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예상치 못한 레스토랑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높은 지형 덕분에 이태원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루프탑라운지바, 골목 속에 숨어있는 피자&퍼브, 제대로 된 아메리칸 바비큐전문점, 정통 딤섬집까지 다양한 국적의 맛집이 모여있다.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과 함께 지금 당장 들러야 할 녹사평역 골목 EAT 플레이스를 찾아가 보자.

리치몬드. /사진=임한별 기자

◆리치몬드

녹사평역 언덕에 자리 잡은 딤섬전문점으로 캐나다 리치몬드에서 자란 대니 오 셰프의 추억이 담긴 곳이라는 의미에서 상호명을 ‘리치몬드’로 붙였다. 리치몬드는 중국계 이민자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차이나타운으로 유명하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중국식 먹거리를 접했던 오 셰프는 현지에서 요리를 배우려는 열정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를 거쳐 중국에서 유일하게 4년제 조리학과가 있는 양주대학교를 졸업했다. 이곳에서 그는 입학부터 졸업까지 4년 내내 전액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조리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 중국 현지에서 경험을 쌓은 오 셰프는 한국으로 넘어와 이태원의 한골목에 딤섬전문점을 열었다.
딤섬은 7종을 선보이는데 찌는 것이 4종, 튀겨 내는 것이 3종이다. 셰프가 가장 자신있게 권하는 것은 단연 소롱포(샤오롱바오)다. 국내 대부분의 소롱포전문점이 돼지 뒷다리살을 넣는 것과 달리 이곳은 중국 본토방식 그대로 다진 삼겹살을 채워넣고 6~7분가량 찐다. 딤섬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만두피는 24시간가량 숙성시킨 반죽을 사용한다. 숙성과정을 거친 만두피 반죽은 그렇지 않은 반죽보다 식감이 쫄깃쫄깃하고 뽀얀색을 자랑한다.

소롱포는 만드는 방법이 까다로워 조리하는 셰프의 능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온도에 민감해 쌀 때도 손의 온도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난다. 얇은 피 속에 육즙을 품은 소롱포를 움푹 들어간 숟가락 위에 올린 후 살짝 찢어 육즙을 맛본다. 이어 생강채와 흑식초를 곁들여 한입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입안 가득 진한 육즙이 퍼지는 맛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광동식 딤섬인 하교도 많이 찾는 메뉴다. 새우살을 반은 으깨고 반은 으깨지 않은 것을 넣어 탱글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셰프가 직접 개발한 메뉴인 M.B.C 춘권은 으깬 감자, 치즈, 베이컨이 들어간 메뉴로 외국인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 고수를 듬뿍 넣은 중식 면요리인 탄탄면, 중국 가정식덮밥인 까이판, 크림새우는 딤섬과 함께 먹기 좋은 식사 메뉴다. 오늘 저녁 시원한 맥주 한잔에 따끈하게 쪄낸 딤섬을 곁들이는 건 어떨까.

위치 이태원 초등학교 정문에서 언덕으로 올라 코레아노스키친 맞은편 골목
메뉴 소롱포(3pc) 3900원, 게살쇼마이(3pc) 6000원, 하교(3pc) 6000원, 탄탄면 8000원
영업시간 (점심)11:30 ~ 15:30 (저녁)17:40 ~ 24:00 (월요일 휴무)
전화 02-792-9888

매니멀스모크하우스. /사진제공=매니멀스모크하우스

◆매니멀스모크하우스

정통 텍사스스타일에 가까운 바비큐를 선보이는 곳이다. 매장 안에는 텍사스에서 직접 주문하고 제작한 스모커가 있는데 매일 새벽 참나무 장작을 사용해 시즈닝한 고기를 오랜 시간 훈연한다. ‘브리스킷’은 소 차돌 양지 부위를 10시간가량 훈연해 은은한 참나무 향이 감돈다. 4명 이상의 인원이 간다면 ‘매니멀플래터’를 추천한다. 브리스킬, 폴드포크, 치킨, 립, 안두이 소시지, 맥앤치즈, 코울슬로, 메쉬드포테이토, 허니버터 롤빵까지 베스트 메뉴만 모았다. 이태원 상권답게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455-33 2층 / 풀드포크 샌드위치 1만3500원, 돼지등갈비 Half Rack 2만7000원 / (점심)12:00 ~ 16:00 (저녁)17:30 ~ 21:30 / 02-790-6788

페트라. /사진제공=페트라

◆페트라
중동음식 전문점으로 할랄인증을 받은 육류와 신선한 재료만 사용한다. 대표 메뉴는 병아리콩을 으깬 후 동그랗게 튀긴 팔라펠과 채소와 쿠스쿠스를 올리브 오일에 버무린 타볼리 샐러드다. 피타브레드 에팔라펠을 얹고 요구르트소스와 칠리소스, 타볼리 샐러드를 넣어 맛봐야 중동음식의 묘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아랍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 물담배인 시샤도 구비했다. 중동음식 전문점이니만큼 술을 팔지 않으니 주의하자. 조금 색다른 곳에서 색다른 분위기와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552 2층 / 팔라펠 1만1000원, 타볼리샐러드 7000원 / 11:00 ~ 20:00(연중무휴) / 02-594-6282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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