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쉐보레 말리부 충돌테스트 장면 /사진=한국지엠 제공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잠시 뒤 ‘쉬이이익’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모습을 드러낸 신형 말리부가 파란색 구조물에 ‘꽝’ 부딪쳤다. 차는 앞부분이 심하게 깨지며 일그러졌고 충돌 당시 충격으로 옆으로 튕겨졌다.
지난달 29일 한국지엠 기술연구소 내 충돌실험실에서 쉐보레 신형 말리부의 충돌테스트가 진행됐다. 이 테스트는 시속 65km로 달려온 차가 충돌체에 왼쪽 앞부분 일부를 들이받는 ‘40% 옵셋 부분 정면 충돌 실험’(40% Offset Crash Test)으로 한국 신차안전도 평가(KNCAP: Kor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와 같은 조건이다.

테스트를 마친 말리부는 앞좌석 에어백이 모두 터졌고 운전석 도어를 열 수 있었다. 부분 정면 충돌테스트에선 탑승자의 측면 충격과 유리깨짐 등을 막아주는 커튼에어백이 터지기도 하지만 말리부는 전면 에어백만 터졌다. 테스트카에 탄 더미인형은 왼쪽 상단 프레임에 머리 정수리 부근을 부딪친 흔적이 있었다.


부평2공장에서 조립 중인 말리부의 프레임 /사진=한국지엠

이에 대해 현장에 있던 한국지엠 연구소 관계자는 “40% 충돌이라 전면충돌과 같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전면에어백만 터졌다”면서 “커튼에어백은 IIHS 테스트처럼 조금 더 협소한 부분충돌 시에 펴진다”고 답했다.
신형 말리부는 차체의 73%에 포스코가 납품하는 고품질의 고장력,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한 고강도 설계를 통해 강성을 높였다. 정교한 아키텍처 설계, 1000만 시간 이상의 시뮬레이션과 2832건의 내부 스펙 검증 등 수많은 검증작업을 진행했다.

신형 말리부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충돌테스트로 알려진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스몰오버랩테스트(Small Overlap Front Test) 등 다섯 개의 충돌 테스트와 전방추돌 방지 부문(Front Crash Prevention)에서 모두 최고 등급을 획득, ‘2016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 +)에 올랐다. 최근엔 우리나라 KNCAP에서도 1등급을 받아 안전성을 입증했다.

한국지엠 SLED테스트 /사진=한국지엠 제공

◆한국지엠 연구소 내 충돌시험장
1995년 문을 연 한국지엠 연구소 충돌시험장은 시속 15km에서 64km까지 테스트가 가능한 길이 180미터 트랙을 갖췄다. 규모는 작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메인 충돌시험장은 16만룩스(lux)의 밝기가 유지된다. 해수욕장에서의 강렬한 햇빛에 버금가는 수치다.


각종 실험을 위해 5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연구실은 모의 충돌 실험인 슬레드 테스트(Sled Test)와 충격의 정도를 기록하는 사람모양의 인형인 더미를 보관하는 더미 웨어 하우스(Dummy Ware House), 에어백 전개 테스트(OOP/Airbag Deployment Test), 차체 강성 및 충격 테스트(Impact & Strength Test), 보행자 안전 테스트(Pedestrian Protection Test) 실험실로 현존하는 모든 테스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곳은 처음엔 야외시설이었지만 눈 비 등 외부요인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5년전 리모델링을 했다.

차 1대를 개발하며 평균 400~500회 충돌테스트를 진행한다. 다른 지역에서 이미 테스트를 한 차라 해도 국내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한다. 동일한 공장이라도 용접점에 차이가 생길 수도 있고 곳곳에 검증이 필요해서다.

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차대차(자동차끼리 정면충돌) 테스트는 2020년 도입 예정이다. 이에 맞춰 새로운 더미도 개발한다.

부평2공장 말리부 조립라인 /사진=한국지엠 제공

◆부평공장 활력 되찾아
신형 말리부의 인기로 한국지엠 부평공장은 활기를 되찾았다. 2공장 조립라인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말리부 덕에 바빠졌지만 더 바빠도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자리잡은 부평공장은 1962년 자동차 조립공장, 1971년 엔진공장이 준공된 국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공장이다. 대우자동차와 GM대우 시절을 거쳐 현재까지 국내 대표 자동차 생산공장 중 하나로 성장했다.

부평공장의 총 면적은 99만1740m²다. 1공장과 2공장으로 나뉘어져 차체, 프레스, 조립, 도색 등 공정 별 공장들로 구성되며 연간 최대 생산량은 총 36만 대 수준이다.

현재 2개 생산라인으로 나뉘며 1공장에서는 소형 세단 아베오와 소형 SUV 트랙스, 2공장에서는 중형 세단 말리부와 SUV 캡티바를 생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