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임 도전’을 선언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권 회장은 지난 9일 “전 임직원과 혼연일체가 돼 협력하고 개혁을 추진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난 3년간 추진한 정책을 마무리하고 남은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회장직 연임 의사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권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자 포스코 이사회는 곧바로 사외이사진으로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권 회장을 단일 후보로 한 자격심사에 돌입했다. 다만 권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놓고 업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사업재편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능력을 입증했지만 최근 온 나라를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추천위는 3년간의 경영성과와 최근 불거진 각종 의혹을 면밀히 살핀다는 방침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진제공=포스코
◆ 경영신화 쓴 연구원
경영성과만 놓고 보면 권 회장의 연임에 걸림돌은 없어보인다. 2년9개월 동안 이룬 경영성과에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다.
권 회장이 취임한 2014년은 ‘그룹 역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평가받았다. 철강산업의 위기 속에 계열사들의 부실마저 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 경영인’이 아닌 ‘연구원’ 출신인 권 회장의 경영에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의 선임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권 회장은 성과로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권오준호 포스코는 과거 정준양 회장 시절 진행된 무분별한 확장기조를 끊어내고 본업인 철강에 집중했다. 당시 포스코의 부실이 비철강부문을 확장하며 내실없는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이란 점을 간파한 권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비대해진 포스코의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권 회장은 취임 이후 38개의 국내외 계열사를 정리했으며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 등 49건의 자산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차입금을 크게 줄였다. 각 계열사를 통해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으며, 올 초에는 그룹 전체 임원 숫자를 30% 줄이는 등 인적 쇄신도 단행했다.
이와 함께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인 철강에 집중했다. 글로벌 철강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권 회장은 다른 먹거리를 찾기보다 ‘철강업 최고’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품질과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솔루션 마케팅’이란 이름의 고객 니즈 맞춤형 경영을 실시한 것. 권 회장 자신이 직접 조선사, 자동차 제조사 등을 방문해 고객의 필요를 파악하고 맞춤형 개발을 추진했다.
권 회장의 솔루션 마케팅은 월드프리미엄(WP)제품 판매 확대로 이어졌다. 취임 직후인 2014년 2분기 32.8%였던 WP제품 판매 비중은 지난 3분기 48.1%까지 늘어났다. 전체 제품 판매량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최고의 기술력’을 십분 활용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혹독한 다이어트와 철강 집중 전략은 포스코의 곳간을 채웠다. 지난 3분기 포스코는 4년만에 매출 1조원대 회사로 다시 돌아왔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3분기 부채비율은 연결회계기준을 도입한 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1기 권오준호의 마지막 성적표인 4분기 실적 역시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권 회장의 '경영 능력'은 큰 무리 없이 재신임 받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눈앞의 숫자 앞에서 권 회장의 성과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성과만 놓고 바라본다면 연임은 당연지사”라고 말했다.
◆ 발목잡는 '최순실 국정농단'
권 회장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연루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외에도 2014년 회장 선임 당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헀다는 의혹이 부각된다.
3년 전 권 회장의 선임은 파격적이었다. 그간 포스코 회장직은 현장경험이 풍부한 이사회 등기이사를 뽑던 것이 관례였는데 권 회장은 이와 거리가 멀었던 것. 이로 인해 그는 구설수에 시달렸다. 권 회장의 부인인 박충선 대구대 교수와 박근혜 대통령이 친분관계에 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런 의혹은 올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며 권 회장의 큰 ‘혹’이 됐다. 최근 국정조사 과정에서도 권 회장이 언급됐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은 “권 회장이 회장으로서 요건을 갖췄느냐”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가 포스코 광고 계열사 포레카의 지분강탈 시도에도 권 회장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해 권 회장은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권 회장은 이 같은 의혹을 정면돌파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후 쏟아지는 의혹이 많다는 질문에 “진실을 이야기하면서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검찰의 중간조사 발표로 의혹이 어느정도 해소됐다고 보고 연임에 도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CEO후보추천위원회의 검증과 별도로 검찰과 특검의 추가 조사에서 정치권 유착 관련 의혹을 벗어야 연임 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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