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SK네트웍스가 면세점 특허획득에 또 한번 실패했다. 지난해 7월과 11월에 이어 벌써 3번째 낙찰 실패다. 국내에서 3회 연속 면세점 입찰에서 실패한 사례는 SK네트웍스가 유일하다. 이쯤 되면 하늘이 원망스러울 법하다.
SK네트웍스는 지난 4월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공고가 뜬 이후부터 최신원 회장의 지시 아래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했다. 신규투자에만 40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두배 가까이 확장해놓은 면세점 공간은 무용지물이 될 처지다.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면세점 부문에서만 220억원의 손실(3분기 누적)을 냈다. 여러모로 특허권 획득 실패의 여파가 뼈아프다. 24년 전통의 워커힐면세점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면세사업 미련 털고 호텔사업 집중?

SK네트웍스는 지난 21일 박상규 호텔총괄을 신임 사장에 임명하는 등 7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호텔총괄을 맡던 박 사장을 수장에 임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의 의중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면세점 사업 미련을 털고 호텔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

SK네트웍스는 이번 인사를 두고 "변화와 성장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라고 밝혔다. 면세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것.


실제로 SK네트웍스는 패션사업 양수를 통해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는 등 이미 선택과 집중을 향한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6100억원을 투자해 동양매직 인수계약을 완료, 렌털사업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SK네트웍스는 자동차 렌털사업 '카 비즈'로 시장을 재편해 국내렌털업계 1위 기업으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신임 박상규 사장의 호텔사업 집중도 기대된다. 워커힐 호텔은 최근 '쉐라톤'과 결별하며 단독 브랜딩 작업이 한창이다. 호텔 내 낙후된 시설의 개보수 등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며 강점을 지닌 리조트사업부문 역량을 활용해 호텔사업을 최대한 살릴 방침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박상규사장은 누구보다 호텔사업 이해도가 높은 분"이라며 "앞으로 관련 사업이 원활하게 잘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워커힐호텔은 과거 '쉐라톤 그랜드' 호텔 시절 2000억원대 연매출을 꾸준히 올렸지만 지난해에는 1500억원대로 감소하는 등 하락세를 겪었다. 면세점사업은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회심의 카드였다.

업계에서는 워커힐호텔이 면세점사업 획득에 실패한 것을 두고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면세점과 호텔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쉐라톤호텔이 최근 매출 하락세를 보이는 건 엔화가치하락으로 인한 일본인관광객 감소 이유도 있지만 중국인관광객을 제대로 유치하지 못한 요인도 있다"면서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호텔사업이 추진됐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네트웍스 복합리조트사업 조감도.

◆'특허권' 다시 도전할까
그렇다면 SK네트웍스는 이대로 면세사업을 포기할까. 기회는 남아 있다. 서울 삼성동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특허권이 내년 12월31일자로 만료되기 때문. 이에 따라 내년 5~6월 새로운 특허공고가 뜰 수 있다. SK네트웍스가 면세사업권을 되찾을 기회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일단 면세사업 준비기간동안 추진한 복합리조트, 스파건설 계획 등을 그대로 추진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면세점 사업자 탈락을 이유로 계획안을 포기하면 앞으로 진행될 특허권 재선정 절차에서 감점 요인이 될 수도 있어서다.

SK네트웍스는 내년까지 수개월이 남은 만큼 그동안 호텔사업에 집중하며 면세사업 재도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발표가 지난주에 났기 때문에 앞으로 전개될 면세사업 계획을 제시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신임 사장 체제에서 이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면세사업 추진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