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바쁘다. 주변을 돌아볼 틈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한번쯤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zoom) 무언가가 있다. ‘한줌뉴스’는 우리 주변에서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풍경을 담아(zoom) 독자에게 전달한다. <편집자주>
/사진=정의식 기자

3미터 높이 외줄 위에서 아슬아슬 묘기를 펼치는 남자. 무형문화재 남사당의 줄꾼 권원태 명인이 거침없이 허공을 걷는다. 수많은 여행객이 바삐 오가는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1층 중앙에 위치한 밀레니엄홀 상설무대. 어떤 안전장치도 없는 외줄 위에서 오늘도 그는 부채 하나로 균형을 잡으며 춤추듯 신묘한 기예를 선보인다. 삼국시대 이래 줄타기는 우리나라 특유의 볼거리였다. 조선시대 중국 사신 영접 행사의 필수요소였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지난해 1~2월 인천공항에서 초연한 후 반응이 좋아 올해 다시 공연이 재개됐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2월1일부터 15일까지 하루 3회 열린다. 대작영화 <왕의 남자>에서도 묘기를 보여줬던 권원태 명인. 그의 아슬아슬한 묘기는 위태로운 대한민국의 현실과 닮았다. 하지만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하다. 줄 위에 오르면 뒤돌아봐선 안된다.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는 있지만 뒤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