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선물' 대세… 매출 되레 늘어

유통업계가 설 대목을 맞아 선물세트 '몸집줄이기'에 나섰다. 백화점·대형마트별로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저가선물세트를 잇따라 선보이는 것. 특히 업체들은 소포장전략, 품목 용량 축소, 수입산 구성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가격대를 맞췄다.


소비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가성비 트렌드에 맞춰 5만원 미만 가격으로 부담없이 선물세트를 구매할 수 있어서다. 지난달부터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판매에 들어간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이 기간 매출이 크게 신장되며 소비자의 지지를 얻었다. 청탁금지법이 외식업계 불황에 한몫했지만 적어도 선물세트시장에서는 '매출효자'인 셈이다.

◆ 설 선물세트 키워드 '수입산·소포장'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은 선물세트 비중에서 수입산 물량을 평균 50% 정도 높였다. 주로 국산품 위주로 구성되던 정육, 갈치, 명란 등의 품목에도 외국산이 등장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추석까지만 하더라도 5만원 미만 선물세트는 멸치, 김, 커피 등에 국한됐지만 올 설은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청탁금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명절이다 보니 비교적 저렴한 수입산 제품으로 5만원 미만 상품군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고기는 대부분 호주산 수입정육이 자리를 차지했으며 굴비, 갈치, 명란 같은 선물도 아르헨티나·칠레산 등으로 대체됐다.

눈에 띄는 변화로는 배송과 포장을 꼽을 수 있다. 고가 선물세트에만 적용되던 무료배송이 5만원 미만 선물군에도 확대된 것. 롯데백화점은 오는 27일까지 설 배송 특별기간에 업계 최초로 3만~5만원 상품을 무료로 배달해주는 'L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 5만원 미만 수요가 늘면서 더이상 유료배송을 고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뉴스1 DB

가격을 낮추기 위해 소포장선물도 확대됐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설 선물 세트를 판매하면서 5만원 미만 '소포장 제품' 상품군을 작년보다 30%가량 늘렸다. 평소 20마리 한묶음이던 영광굴비는 10마리로 줄여 포장된다. 10만원(2.8kg)에 판매되던 호주산 소고기는 1.4kg로 소포장해 판매가가 4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포장규모는 그대로 두고 내용물의 사이즈만 줄여 가격대를 낮춘 상품도 등장했다. 일부 백화점은 굴비 한묶음을 20마리로 유지하면서 사이즈를 중급으로 줄인 5만원짜리 '안심 굴비세트'를 내놨다.

다양한 상품으로 하나의 선물세트를 구성하는 혼합 선물세트도 늘었다. 과일의 개수를 줄이고 차, 조청 등 가공식품을 함께 구성해 가격대를 5만원 미만으로 낮춘 것. 심지어 국산과일과 수입과일이 혼합된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대형마트도 설 선물세트 몸집줄이기에 동참했다. 이마트는 5만원 미만 가격대에 맞춘 ‘499 기프트’ 선물세트를 새로 선보였다. 또 한우 선물세트, 참조기 등의 선물세트는 민어·긴가이석태·부세 등으로 구성한 ‘민어굴비’와 수입조기를 사용한 ‘긴가이석태’ 등으로 대체됐다.

롯데마트는 과일, 채소, 축산 등 전체 신선식품 선물세트 중 절반 이상(54.1%)을 5만원 미만대 가격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통조림 선물세트 등 기존 5만원 미만 주력 선물세트는 지난해 설보다 30% 이상 물량을 추가 확보했다.

롯데마트는 사전예약 판매에서 ‘미국산 냉동 찜갈비 세트’(1kg·2개)를 5만원 미만 가격에 내놓기도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기존 수입육 선물세트의 일반적인 규격은 3kg 이상이지만 이번 설에는 2kg으로 축소했다"면서 "포장재 등도 최소화해 5만원 미만으로 가격을 맞췄다"고 말했다.

◆ 가격 낮아지니 매출 '쑥쑥'

가격대가 낮아지자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은 우려와 달리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5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설 선물 예약판매에서 축산, 수산, 청과, 건강식품 등이 고른 증가세를 기록하며 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35% 증가했다. 신세계도 지난달 15일부터 시작한 예약판매 매출이 40% 이상 신장했다.

지난달 8일부터 시작한 이마트의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5.3% 신장했다. 5만원 미만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대비 173.2% 급증하는 등 매출 비중이 전체의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설(214종)에 비해 품목을 277종으로 늘려 올해 설 사전예약 선물세트 매출 비중이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홈플러스의 설 판매 품목 277종 중 5만원 미만 선물세트는 230여종으로 전체 83%에 달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기존 고가선물세트가 5만원 미만으로 대체되면서 1인당 객단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 전체 매출은 상승했다"면서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설 선물세트 본 판매 매출도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편의점도 새로운 선물세트 구입처로 떠올랐다. 가성비트렌드와 함께 청탁금지법 시행 영향으로 부담없는 선물을 구입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편의점에서 5만원 미만 선물세트를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이에 편의점업계는 올해 5만원 미만 선물세트 라인업을 대폭 확충했다. 230여종에 이르는 CU의 설 선물세트 품목 중 5만원 미만의 상품 비중이 71%를 차지한다. 지난해 설에는 59% 정도였다.

CU 관계자는 "바쁜 현대인을 위해 편의점에서도 백화점 못지않은 선물세트를 구입할 수 있게 5만원 미만 상품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5만원 미만으로 선물금액을 제한한 청탁금지법이 오히려 소비자에게는 실속형 가성비선물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한우, 굴비, 참치 등 획일적이던 선물세트 구성도 가격낮추기 바람이 불면서 더 다양해진 측면이 있어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