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JTBC 뉴스룸. 사진은 손석희 앵커. /자료사진=JTBC 제공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가 선거를 앞두고 앞다퉈 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어제(17일) 저녁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는 '시장과 정치인'을 주제로 앵커브리핑을 진행했다.
이날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은 손석희 앵커가 여수 수산시장 화재로 피해를 입은 상인의 한탄을 돌이켜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손 앵커는 "암 것도 안 남고 다 타버렸소"라는 피해 상인의 말을 되뇐 뒤, "설 대목을 앞둔 점포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고 상인들의 마음은 재가 되었다"며 최근 발생한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지난해 11월 대구 서문시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주말에는 설 대목을 앞두고 여수 수산시장에서 불이 나 100여개가 넘는 점포가 피해를 입었다.


손 앵커는 시장의 의미를 돌이키며 이번 사고에 대한 소회를 더했다. 그는 작가 심윤경의 장편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한 구절을 전하며 시장이 가진 의미를 돌이켜봤다.

"식구들의 뺨이 푸석해지고 고기 좀 먹어야 할 것 같은 시기가 오면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시장에 가셨다. 엄마는 생선가게에 들렀다. 언제나 양팔에 토시를 하고 고무장화를 신고 있는 아저씨는 얼음이 서걱서걱한 동태부터 내밀었다."

손 앵커는 이어 "삶과 추억을 오롯이 품고 있는 곳. 오가는 이들의 마음이 전해지고 입과 입이 뒤섞여 출렁이는 곳. 그래서 민심을 훔쳐볼 수도 있고, 잘만하면 민심을 훔칠 수도 있는 곳"이라며 시장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이어 손 앵커의 의문이 제기됐다. 그는 "그래서일까, 시장은 이제 또다시 붐비게 될 것이다. 이미 한 달 전 대통령은 불에 타 재가 되어버린 그곳을 10분 동안 방문했다"며 정치인들의 형식적인 시장 방문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손 앵커는 "특정 시기만 되면 시장통 김 나는 어묵을 입에 물고. 봉지에 담은 콩나물 천원어치를 받아들던 어색한 정치인들의 손과 표정들. 그 모습이 외신기자들의 눈에는 참으로 어색했을 것"이라며 다소 민망하기까지 한 정치인들의 행태를 반추했다.

이어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만 시장에 가는 정치권, 그들은 유권자를 유아 다루듯 한다"며 이같은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행동을 정면 비판했다. 손 앵커는 "사실 관용차로 출퇴근을 하고 고급식당이 일상화되어 있을 그들이 버스요금을 알고, 재래시장을 다닌다는 것은 누가 봐도 보여주기인데"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손 앵커는 이같은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키는 정치인들의 행태도 지적했다. 그는 "익숙지도 않은 무언가를 어떻게든 해보려 애쓰다 오히려 구설에 오른다…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사이, 그들이 정작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는 어제 하루 내내 논란이 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복지시설 수발봉사 문제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손 앵커는 마지막으로 평소에도 대중의 삶에 대한 관심을 충실히 할 것을 요구하며 앵커브리핑을 마쳤다. 그는 "애통한 상인들의 마음처럼. 정치로 인해 상처 입은 시민의 마음을 보듬는 것, 그것은 하루 이틀의 벼락치기 공부로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뜨끈한 온기와 추억과 삶이 비벼지는 곳. 서민의 땀내 가득한 그곳, 시장에 정치인들만은 붐비지 않았으면. 아니면 평소에도 잘 들르든가"라고 뼈아픈 지적을 하며 앵커브리핑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