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겨울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포켓몬 고의 인기가 봄의 문턱에서 주춤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17일 대규모 업데이트에도 폭발적인 유저 유입은 없었다. 앱 조사전문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포켓몬 고의 유저는 2월20일 현재 약 643만3900명으로 전주 대비 7.37% 감소했다. 지난 1월24일 출시 직후 698만5000여명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50만명 수준의 이탈자를 기록한 것. 이에 포켓몬 고 제작사 나이언틱은 지난 2월23일 롯데리아, 세븐일레븐 등과 제휴해 전국에 약 1만여개의 포켓스탑과 체육관을 새로 배치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야외형 AR게임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봄 나들이철을 앞두고 포켓몬 고가 재정비를 추진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투게임이 속속 등장해 세간의 이목을 끈다.
/사진=임한별 기자
◆한·중 게임사 ‘카피캣’ 양산
가장 대표적인 포켓몬 고의 미투게임으로는 <터닝메카드 고>가 꼽힌다. 터닝메카드 고는 장난감 프로모션 이벤트를 위해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로이드 전용 게임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포켓몬 고가 포켓몬세대를 비롯해 전연령을 타깃으로 삼는 점과 달리 터닝메카드 고는 8세 미만의 미취학 아동이 주 타깃이다. ‘터닝메카드 W’라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주된 시청 연령층이다.
터닝메카드 고의 게임 진행 방식은 여러모로 포켓몬 고와 유사하다. 사용자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메카니멀’을 수집한다. 메카니멀은 포켓몬과 같은 캐릭터로 난이도에 따라 능력치가 나뉜다. 메카니멀의 테이밍(Taming)을 위한 도구가 포켓볼이 아닌 카드라는 점이 터닝메카드 고의 특징이다.
포켓몬 고의 체육관·포켓스탑과 유사한 시스템도 갖췄다. 각각 타워와 메카드스탑으로 불리는데 결투로 주인을 가리는 점과 5분에 한번씩 스탑을 돌릴 수 있는 점이 같다. 차이점은 타워와 메카드스탑이 학교와 관공서 위주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콘텐츠만 다를 뿐 포켓몬 고와 게임방식이 완벽하게 비슷한 미투게임이지만 터닝메카드 고에 열광하는 아이와 부모는 많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할 게임”이라며 메카드스탑을 설치해달라는 건의가 줄을 잇는다.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정식버전을 출시했다. 개발사인 일점사인터렉티브 관계자는 “포켓몬 고라는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유저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며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켓몬 고가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중국은 미투게임이 더 흔하다.
‘산해경 고’는 중국에서 만든 대표적 미투게임이다. 중국의 지리, 신, 요괴를 기록한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고서 <산해경>(山海経)에 등장하는 요괴가 포켓몬 대신 등장하는 게임이다. 카메라와 지자기 센서를 이용해 요괴를 테이밍하며 필드를 이동할 때 GPS를 이용하는 등 게임 전반에 걸쳐 포켓몬 고와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중국의 포켓몬 고라 불리는 ‘도시요괴 고’도 있다. 아이폰 전용 게임으로 중국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포켓몬 고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등장한다. 도시요괴 고도 산해경 고와 마찬가지로 포켓몬 고의 판박이다. 하지만 도시요괴 고는 AR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다. 따라서 포켓몬 고처럼 카메라를 통해 실제 화면에서 도시요괴를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위치기반서비스(LBS)시스템을 활용, 실제로 걸어다니면서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점은 같다.
/사진=임한별 기자
◆AR, 만능 흥행열쇠 아니다
포켓몬 고의 미투게임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여름부터 여러 국내 모바일게임업체들이 AR게임 개발을 준비해왔다”며 “포켓몬 고의 인기가 하락하는 시점부터 국산 AR게임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출시를 앞둔 AR게임만 해도 5종이 넘는다.
한빛소프트는 GPS기반의 AR 포획 게임을 올 상반기 중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타이틀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이 게임은 포켓몬 고처럼 거리를 누비며 250여명의 역사적 영웅을 포획한다는 내용이다.
드래곤플라이는 상·하반기 각각 1종씩 AR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드래곤플라이의 대표 FPS게임 스페셜포스의 IP를 활용한 ‘스페셜포스 AR’을, 하반기에는 15세 미만의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는 ‘또봇 AR’을 출시한다. 스페셜포스 AR의 경우 2차 테스트까지 완료된 상태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어린이교육 AR게임 ‘뽀로로 고’, 여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크릿쥬쥬 AR’ 등 다양한 한국형 AR 모바일게임이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AR이 흥행을 여는 만능열쇠는 아니다”며 “섣부른 미투게임 제작은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포켓몬 고는 AR기술과 강력한 IP파워가 시너지를 발휘해 성공한 케이스로 설명된다. ‘인그레스’를 통해 LBS와 AR관련 기술을 축적한 나이언틱과 닌텐도의 포켓몬 IP가 효과적으로 결합했다는 분석이다.
김정태 동양대 테크노공공인재학부 교수(게임공학박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개발된 것이 AR”이라며 “AR보다 진일보한 기술로 승부하거나 과감히 다른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탄하게 다져진 IP를 가졌다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유명한 IP를 사용한 게임이라 하더라도 게임의 재미가 부족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
김정태 동양대 테크노공공인재학부 교수(게임공학박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개발된 것이 AR”이라며 “AR보다 진일보한 기술로 승부하거나 과감히 다른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탄하게 다져진 IP를 가졌다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유명한 IP를 사용한 게임이라 하더라도 게임의 재미가 부족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
김 교수는 “포켓몬 고가 광풍을 일으킨 원인은 AR이라는 독특한 환경과 LBS가 주는 신선한 게임 방식, 포켓몬 캐릭터가 주는 친숙함과 향수의 조합”이라며 “당분간 포켓몬 고의 뒤를 이을 게임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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