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깡패’, ‘보급형 장인’… A5·X400인기

/자료=이미지투데이


#. 직장인 박모씨(37)는 지금까지 한번도 비싼 스마트폰을 사용한 적이 없다. 통화·문자메시지와 기본으로 사용하는 앱만 잘 작동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이 그게 뭐냐”는 핀잔을 들었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숨기기 바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박씨는 “얼마주고 샀냐”는 말과 “스마트폰을 싸게 사는 방법 좀 알려달라”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

#. 자영업자 김모씨(35)는 스마트폰을 수시로 바꾸는 편이다. 항상 최신 기종을 사용해야 직성이 풀리는 김씨는 얼마 전 친구의 스마트폰을 본 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친구의 스마트폰이 보급형 모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김씨는 “생각보다 디자인이 괜찮아서 보급형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큰 부담없이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라고 말했다.


2009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국내 스마트폰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각 제조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성장을 주도했고 보급형 스마트폰은 ‘서자’ 취급을 받았다. 8년이 지난 현재 스마트폰시장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자 상황이달라졌다. 여기에 2014년부터 시행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의 영향으로 비싼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반대로 보급형 스마트폰시장은 성장해 부진에 빠진 이동통신업계에 단비가 됐다. 전세계 스마트폰의 70%가 보급형 제품이라는 점도 제조사들이 보급형모델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든 원인이 됐다. 한때 수익이 나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성화에 어쩔수 없이 만들어야 했던 ‘천덕꾸러기’이자 싸구려폰, 효도폰, 공짜폰으로 놀림 받던 보급형 스마트폰의 반란이다.

◆얼어붙은 통신시장 지킨 '서자'

보급형 스마트폰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등장하는 보급형 스마트폰은 우월한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자료=이미지투데이
올해 출시된 보급형 스마트폰 중 삼성전자의 ‘갤럭시A5 2017’(이하 갤럭시A5)은 단연 돋보인다. 지난 1월19일 국내시장에 출시된 갤럭시A5는 일주일만에 3만대가량 판매됐다. 대목으로 불리는 설연휴 기간에는 최대 5000대 이상 팔리며 겨울잠에 취한 스마트폰시장을 깨웠다. 출시된 지 약 2달의 시간이 흐른 현재도 일평균 2000~3000대의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출고가가 전작 ‘갤럭시A5 2016’보다 약 2만900원 비싼 54만8900원임에도 2.5배 많은 판매량을 보인다.
업계에서는 과거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던 기술을 보급형 스마트폰에도 적용한 것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다고 분석했다.

갤럭시A5는 1600만화소의 고성능카메라를 전후면 모두 탑재했고 갤럭시S7과 같은 IP68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을 도입했다. 여기에 전작에서 호평을 받은 지문인식과 삼성페이 기능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갤노트7사태로 급랭할 수 있었던 통신업계의 생명을 유지시켜준 것이 갤럭시A5”라며 “저렴한 성능에 갖출 것은 다 갖춰 실용적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걸작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갤럭시A5 사용자들도 “플래그십모델과 별 차이를 못느끼겠다”, “디자인도 예전보다 좋아졌고 통화품질도 훌륭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보급형 장인이 만든 수작

LG전자도 지난 2월23일 보급형 스마트폰 ‘X400’을 내놓으며 반란에 동참했다. 그간 LG전자는 ‘보급형 장인’이라는 웃지 못할 애칭으로 불렸다. 소비자들은 이번에 출시한 X400도 ‘장인정신이 가득 담긴 수작’이라 평한다. 한 사용자는 “와이파이상태에서 인터넷과 유튜브를 사용했는데 충전없이 8시간 이상 사용했다”며 “다른 기능은 호불호가 갈릴지 몰라도 배터리만큼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자료=이미지투데이

X400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국제전자박람회(CES) 2017’에서 선보인 K10의 내수형 모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핑거터치’다. 핑거터치 기능은 카메라 촬영 시 후면의 전원키를 손가락으로 한전만 터치해도 자동으로 ‘셀피’를 촬영·저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동영상을 시청할 때 후면 전원키를 두번 터치한 후 손가락을 떼지 않고 유지하면 화면을 캡처할 수 있다.
보급형 스마트폰의 기능이 강화되는 트렌드도 따랐다. LG전자의 보급형모델 가운데 최초로 지문센서로 잠금해제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정확한 판매량은 아직 구체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32만원이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31만9000원)을 무기로 시장에서 선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LG전자 관계자는 “X400의 경우 CES 2017에서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은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서 실용적인 기능을 추가한 보급형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