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정작 신용카드사는 울상이다.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결제 소액화가 심해져 체크카드의 수익성이 악화돼서다. 체크카드 발급이 ‘사실상 역마진’이란 말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3월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체크카드 사용액은 150조원이다. 1년 전보다 14.5%(19조원)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11.4%를 기록한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보다 높다. 체크카드 발급 수도 신용카드를 앞섰다. 지난해 체크카드는 전년대비 3.0%(321만장) 증가한 총 1억848만장이 발급됐다. 신용카드 발급 수는 9564만장이었다.


체크카드가 인기를 얻는 것은 소득공제율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 연말정산 시 결제액의 15%를 환급하는 신용카드와 달리 체크카드는 30%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실제 2010년 소득공제율이 확대 시행된 이후 체크카드 발급 수와 사용액은 꾸준히 늘었다. 이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알뜰소비족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가계부채가 증가함에 따라 가계의 자산건전성을 위해 체크카드 사용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결제 소액화에 카드사는 ‘역마진’
이처럼 체크카드 이용량이 늘고 있지만 카드사는 마냥 웃을 수 없다. 체크카드의 수익성이 점점 악화돼서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초 시행된 가맹점수수료 인하다. 체크카드 가맹점수수료는 영세가맹점(연매출 2억원 미만) 0.5%, 중소가맹점(연매출 2억~3억원) 1.0%로 각각 0.5%포인트씩 내렸다. 이는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영세가맹점 0.8%, 중소가맹점 1.3%)보다 낮다.

물론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신용공여 기능이 없어 조달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근 체크카드의 결제 소액화가 심화돼 수수료 수익구조상 역마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결제당 들어가는 각종 비용이 수수료 수입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고객이 영세가맹점에서 체크카드로 1만원을 결제하면 카드사는 가맹점으로부터 50원(가맹점수수료 0.5%)을 받지만 밴(VAN)사에 밴수수료(80~120원)를 내야 한다. 시중은행과 제휴해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전업카드사로선 은행에 정산수수료(결제액의 0.2% 내외)까지 부과해야 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 주 이용고객이 20~30대 젊은층이어서 신용카드보다 상대적으로 결제액이 낮다”며 “또 현금 결제율이 떨어지는 만큼 체크카드 결제 소액화도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체크카드를 포기하지 못한다. 사용고객이 점점 늘어나서다.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중 체크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은데 이들이 앞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같은 회사의 상품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카드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체크카드의 혜택을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