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013년부터 펼친 ‘전국호환교통카드’ 사업이 대전에서 5년째 표류하고 있다. 광역시에서 전국호환교통카드사업이 지연된 곳은 대전이 유일하다. 지역사업자의 시장장악을 위한 ‘알력싸움’에 대전시민만 교통편의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시 교통카드 주사업자인 A은행이 다른 교통카드사업자에 ‘시장진입비용’을 요구한다는 것.
전국호환교통카드는 국토부가 ‘원카드 올패스’(One Card All Pass)를 표방하며 내놓은 선·후불교통카드를 말한다. 이를 도입한 지자체는 카드 한장으로 전국 시내버스·지하철·기차·고속도로 요금을 낼 수 있다.
하지만 A은행은 이비카드(캐시비)와 유페이먼트(원패스) 측에 대전시 교통카드 호환시스템 개발 명목으로 4억5000만원가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은행은 대전시 교통카드 주사업자이며 한국스마트카드가 사업 대행을 맡고 있다. 다른 교통카드사업자가 대전에서 사업을 하려면 A은행과 한국스마트카드가 구축한 교통전산망을 이용해야 한다. A은행이 요구한 비용은 이 전산망 이용·개발비용이다.
그런데 <머니S> 취재결과 A은행은 코레일(레일플러스)과 한페이시스(한페이)로부터 개발비용으로 각각 2억원, 1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전국호환교통카드사업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A은행은 2014년 11월 이비카드·유페이먼트와 최초 협상 시 12억5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토부가 A은행이 무리한 개발비용을 요구했다고 판단, 대전시와 A은행 측에 국고를 환수하겠다며 경고한 이후에야 전산이용 비용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2013년 교통단말기, 전산시스템 개선을 위해 전국 지자체에 97억6000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A은행이 최초 요구한 개발비용(12억5000만원)이 3년도 안돼 60% 이상 인하됐지만 교통카드 정책 실무자들은 아직도 ‘거품’이 많다고 본다.
한 지자체 교통정책 주무관은 “다른 지역을 기반으로 둔 교통카드사업자가 새로운 지역에 진입하려면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부 개발비를 부담하는 건 무리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개발비용을 합리적 수준에서 제시해야 하는데 대전시의 경우 (해당은행이 개발비용을) 상식 이상으로 제안하는 것 같다. 사실상 ‘시장진입비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역 교통카드사업자의 무리한 개발비용 요구로 일부 지역시민이 교통카드 이용 역차별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시민은 다른 지역과 달리 교통카드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른 지역의 캐시비나 원패스 사용자는 대전에서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조영석 한국스마트카드 대전지사장은 “대전도시철도 전산망이 오래돼 다른 지자체와 다르게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명했다. 해당은행 관계자는 “진입비가 아니라 개발비용이다. 현재 이비카드·유페이먼트와 긴밀히 협상 중”이라며 “개발비용견적은 이미 국토부와 대전시에 제출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국호환교통카드 사업은 시민의 이동편의를 높이기 위해 국토부가 2013년부터 추진 중인 사업이다. 지난 1일 새로 선임된 맹성규 국토부 2차관이 종합교통정책관으로 재직 시절 만든 사업이기도 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