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지난 6월23일(현지시간) 미국 L.A.에 위치한 윌셔 그랜드 센터에서 양사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델타항공과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운영 등의 내용을 담은 협정을 체결했다. (오른쪽 세번째부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에드 바스티안(Ed Bastian)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스티브 시어(Steve Sear)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및 글로벌 세일즈 전무.

대한항공이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에 한발 다가섰다. 한국과 미국정부의 승인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JV가 운영되는데 두 항공사의 발전 동력이 됨은 물론 인천공항의 환승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델타항공과 JV, 거대 성장동력

대한항공은 지난달 23일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JV 운영을 통한 양사간 협력 강화 내용을 담은 협정을 체결했다. 지난 3월 양사가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다.


항공업계의 JV는 지분에 참여하지 않는 선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관계를 뜻한다. 두 회사는 정부인가를 받을 경우 태평양 노선에서 마치 한 회사처럼 공동영업을 하며 수익과 비용을 공유하게 된다.

두 회사는 ▲태평양노선에서의 공동운항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 ▲아시아와 미국시장에서 공동 판매 및 마케팅 확대 ▲핵심 허브공항에서의 시설 재배치 및 공유를 통해 고객들에게 수하물 연결 등 일원화된 서비스 제공 ▲마일리지서비스 혜택 강화 ▲여객기 화물 탑재 공간(Belly Cargo Space)을 이용한 태평양노선 항공화물 협력 강화 등에 합의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이 협력을 통해 비용절감은 물론 외형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인천에서 미국 워싱턴, 뉴욕, 애틀랜타 등 12개 노선을 보유했으며 델타항공은 미국의 시애틀, 디트로이트, LA 등에서 인천, 도쿄, 홍콩으로 나오는 12개 노선을 갖췄다. 양사는 향후 경쟁우위 노선을 확장하고 수요가 부진한 노선은 통합해 노선을 합리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동남아-태평양-미주노선의 환승객 유치를 통한 외형 확장도 용이해질 전망이다. JV가 성사될 경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80여개의 동남아시아 도시에서 290개의 미주도시에 도달하는 다양한 환승편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JV가 성사되면 대한항공은 현재 80% 초반대인 미주노선 탑승률을 80% 중반까지 높일 수 있다”며 “티켓 공동판매와 마케팅 확대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허브공항 시설물 공동사용을 통한 비용 절감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JV는 대한항공의 경쟁력뿐 아니라 동아시아 허브공항 지위를 놓고 일본·중국과 경쟁하는 인천공항에도 큰 도움이 줄 것으로 여겨진다. 델타항공은 현재 일본 나리타공항을 동남아노선 허브공항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양사의 협력이 강화되면 이 수요가 점진적으로 인천공항으로 이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항하면 항공사의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공항 이용수요가 폭등할 수 있다. 제2여객터미널 준공은 오는 9월로 예정돼 있으며 내년 상반기 개항이 예상된다.

◆ 독점우려에 ‘승인’ 쉽지 않을 듯

하지만 우려도 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JV 설립에 미국 중견항공사들의 반대가 거세 미국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JV 설립은 물 건너 간다.

업계에 따르면 하와이안항공과 제트블루항공 등은 최근 미국 항공당국에 대한항공-델타항공의 JV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대한항공-델타항공 JV가 한-미 노선을 독점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해 여객수 기준 한-미 수송실적 점유율은 대한항공 49.5%, 델타항공 7.4%로 5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또 한·미 양국이 승인한 노선 12개 중 대한항공이 4개, 델타항공이 1개의 노선을 단도취항하고 있는데다 두 회사의 점유율 합계가 50%가 넘는 노선도 4개다. JV 설립 시 12개 중 9개 노선을 과점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미국 교통부는 지난해 12월 호주 콴타스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의 JV설립을 독점 문제로 불허한 바 있다. 당시 두 회사의 미국-호주 노선 점유율은 각각 53%와 6%로 모두 59%였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미국-호주 노선과 한국-미주 노선은 허브공항으로서 활용도를 고려할 때 동일선상에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JV가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이 가시적인 만큼 미국정부도 승인해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