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임한별 기자
“나쁜 짓은 금융위원회가 더 많이 했는데 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더 많이 먹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명된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이런 말씀을 드려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많이 먹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각 경제부처에서는 김 위원장이 모피아(경제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라고 불리는 경제·금융 관료 출신 집단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학계와 경제 시민단체 출신인 김 위원장은 과거 모피아를 맹비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저서 <종횡무진 한국경제>(2012년)에서 '모피아는 경제를 망치는 좀', '통제받지 않는 모피아는 개혁의 최대 장애물' 등이라는 표현을 썼다. 교수 시절에도 "금융 문제가 산적한데도 모피아 출신 관료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말한 금융위의 '나쁜 짓'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 지연 의혹을 지적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은 은행·금융투자·보험 등 금융권역별로 따로 감독하는 현행 체계를 금융그룹 전체 통합감독으로 바꾸는 것이다. 삼성, 한화 등 재벌기업은 생명·화재·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사실상 불리해진다.


앞서 금융위가 지난 2015년 금융그룹별 감독시스템 도입을 추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해졌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금융위가 삼성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달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합리적인 금산분리 관행을 만들려면 공정위의 사전 규제인 지주회사 제도와 금융위원회의 사후감독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발언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김 위원장이 금융위 전체에 경고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는 해석이다.

금융위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이번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불쾌한 기류가 감지된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새정부에서 금융당국의 역할을 홀대하는 상황인데 우리가 마치 잘못된 조직인 것 마냥 비쳐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