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자료사진=머니S DB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이 모두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가운데 금호산업 이사회의 상표권 허용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 채권단 제시안, 진일보했지만 반대명분 충분
지난 7일 채권단이 제시한 상표권안에 대해 금호산업은 오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수용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당초 채권단은 지난 13일까지 답변을 요구했지만 금호타이어는 등기이사 6명의 일정을 이유로 이사회 개최를 미뤘다.
일각에서는 금호산업이 고의적으로 결정을 미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호산업의 이사회 운영에 관한 사항에는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모든 이사가 동영상 및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통신수단에 의하여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서다. 빠른 결정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결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이 공식적인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금호산업이 채권단의 상표권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채권단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상표권안이 앞서 더블스타와 체결한 계약안보다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금호산업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금액이어서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가 당초 요구한 0.5%의 요율로 5년간 의무사용하고 의무사용기간 이후 더블스타가 금호 상표권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채권단이 7.5년간 0.3%의 요율을 보장하는 조건을 제안했다.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계약 내용은 그대로 둔 채 채권단이 차액을 보전해주는 형태다. 더블스타는 채권단과 체결한 계약내용대로 상표권을 사용하는 동안 매출의 0.2%만을 지급하고 채권단은 보전금액을 매매계약 종결과 동시에 금호산업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현재매출액(약 3조원)의 0.3%에 해당하는 금액을 12.5년간 지급한다고 계산해 1125억원을 보전금액으로 산정하고 현가율 5%를 적용해 847억원을 매각 종결과 동시에 금호산업에 지급하겠다고 했다.
금호산업 입장에선 보전율 선지금 명목의 할인율을 제외하고 최소 1425억원(상표권을 5년만 사용할 경우)에서 최대 2325억원(상표권을 20년 사용할 경우)까지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당초 금호산업이 제시한 조건(0.5%요율, 20년 의무사용)으로 상표권을 수용했을 경우와 비교하면 50~70% 수준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거래라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 합리적 제안”이라면서도 “금호산업의 요구와는 큰 차이가 있는 만큼 반대할 명분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 “최후의 보루, 쉽게 놓지 않을 것”
재계에선 금호산업 이사회가 채권단의 안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표권을 허용해줄 생각이 있더라도 조금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안을 내 협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매각 불발시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경영권 박탈 등에 대해 언급하는 현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에도 경영권을 잃는 것은 매한가지여서다.
또한 박 회장은 상표권과 관련해 ‘이해당사자’로 분류돼 이사회 의결권이 없으므로 이사회의 결정을 ‘매각 방해행위’로 간주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척을 지는 것은 앞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재계에선 박 회장이 최대한 본인이 개입하지 않는 선에서 매각을 무산시키고 채권단과 물밑 접촉하는 방법을 취할 것으로 본다.
박 회장은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이슈에서 한발 물러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기자들을 만나서도 직접적인 인수의지 언급이나 네거티브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최근 채권단의 경영평가와 관련한 반발도 박 회장이 아닌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 차원에서 이뤄졌다.
또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매각 무산시 유상증자와 중국사업 매각, 우선매수권 포기 후 경쟁입찰 등의 방안을 채권단에 물밑제안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 입장에선 더블스타의 인수를 막을 최후의 보루인 ‘상표권’을 쉽게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호산업 이사회 결의를 통해 간접적인 불수용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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