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 취업유발계수/자료=한국은행
수출이 내수에 미치는 파급 영향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31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는 7.7로 드러났다. 취업유발계수는 수출 10억원이 직·간접으로 창출되는 고용자 수를 의미한다.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는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00년의 경우 취업유발계수가 15.0이었지만 지난 2005년 10.1로 떨어졌고 지난 2010년에는 7.6까지 내려갔다.
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도 하락세다. 지난 2000년 0.60이었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지난 2010년에 0.56으로 하락했고 지난 2014년에는 0.55까지 떨어졌다.
2000년까지만 해도 100억원을 수출하면 유발되는 국내 부가가치가 60억원이었지만 지난 2014년에는 100억원을 수출해서 유발되는 국내 부가가치 규모가 55억원으로 축소됐다. '수출 증가 → 생산 및 투자 증경 고용 증가 → 소비 증가'의 연결고리가 약화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대기업들의 해외 현지생산이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2000년대 들어 해외투자가 활발해 지면서 해외 현재생산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 대기업의 주력 품목이 장치산업에 속해 있어 수출 증대에 따른 고용 창출력 역시 약화되고 있다.
수출의 수입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원인이다. 수출 대기업의 성장이 국내 중간재 생산업체의 생산과 고용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반도체 위주의 수출 성장도 고용 증대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 반도체는 업황 호전에 힘입어 상당한 투자가 이뤄졌으나 장치산업 특성상 설비 위주로 투자가 진행되면서 고용 증대 효과는 미미하다.
자동차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자동차 부문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해외 현지생산 확대가 이어지면서 국내 생산과 고용 여력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 역시 생산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고용의 회복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보고서는 반도체 경기는 전방산업 수요 확대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과거 호황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분야 수요가 더욱 확산하면 호황이 장기화될 수 있어서다. 다만 원가 부담으로 호황기가 과거에 비해 길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최근 수출 흐름은 설비투자 확대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 회복에 기여하고 있으나 내수에 미치는 파급 영향은 과거에 비해 약하다"며 "수출에서 내수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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