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철강업계가 대내외 악재 속에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철강 수요 업종인 자동차와 조선이 힘을 쓰지 못한 데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무역제재가 본격화된 상황 속 실적이라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 철강업종도 수입규제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 아울러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제품가격인상이 불가피해 관련 기업들이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실적선방 배경은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베스틸 등 주요 철강업체의 올 상반기 실적이 당초 기대치를 웃돌았다.
포스코의 올 2분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14조9444억원, 영업이익 9791억원으로 지난 1분기 대비 각각 0.9%, 28.3% 줄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16.2%, 44.3% 상승한 것. 별도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한 7조134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9% 하락한 5850억원이었다.
포스코 측은 1분기에 원가절감과 제품가격 인상, 수익성 향상 활동 등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2분기는 포항3고로 확장 개수와 열연·후판공장 개선작업으로 조강생산량과 판매량이 줄어든 데다 원료가가 가장 높았던 지난 1분기 생산된 고가 재고의 판매 탓에 영업이익이 줄었다.
긍정적인 지표는 2분기에 최저수준을 경신한 부채비율이다. 연결기준 69.6%로 2010년 이래 최저, 별도기준도 16.3%로 역대 최저수준이다. 이에 매출액을 연초 계획보다 높여 연결기준 4조5000억원 늘어난 59조3000억원, 별도기준 2조8000억원 증가한 28조4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선진국 경제회복세 등으로 철강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재무건전성 확보, 원가절감, WP(월드프리미엄)제품 판매확대 등 수익창출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WP제품의 판매비중은 5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의 올 2분기 매출액은 연결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0%, 지난 1분기 대비 2.6% 늘어난 4조6925억원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8% 감소한 3509억원이며 전분기보다는 0.3% 증가한 수치다.
이는 주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의 중국판매량 감소와 원자재가격 인상분을 제품에 반영하지 못한 점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앞으로 고객사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위기를 넘어설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강재 가격상승과 건설수요 호조에 따른 봉형강류 판매가 늘었고 내진용강재와 초고장력강판 등 고부가제품의 판매확대로 이 같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면서 “제선원료 구매비용 및 물류비 저감으로 1365억원의 원가를 절감한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2분기 연결기준(잠정)으로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14.8% 증가한 1조5101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1.4% 감소한 5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늘었음에도 판재류 부문에서 원료 단가 상승분을 제품에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세아베스틸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7900억원, 영업이익은 21% 늘어난 598억원이라고 밝혔다. 순이익은 4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7% 증가했다.
미국정부의 두터운 비관세 무역장벽에는 업체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3.8%였던 유정용 강관에 대한 미국정부의 반덤핑 관세율이 지난 4월 최종판정에서 2.76%로 낮아졌다. 미국업체를 인수해 현지에서 제품을 가공한 덕분에 지난 7월 판정에서도 해당 관세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4월 같은 제품의 반덤핑 판정에서 현대제철과 넥스틸은 관세율이 각각 13.84%와 24.92%였지만 7월부터 각각 24.92%, 29.76%로 상향조정됐다.
◆난관 도사린 하반기
상반기 고비를 간신히 넘긴 철강업계는 하반기에 도사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세계 조강생산비중의 절반을 차지한 중국과 고부가제품에서 경쟁하는 일본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중국과 일본업체가 원자재가격을 제품에 반영함에 따라 국내업체도 철강재 가격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반기 원자재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현대제철은 하반기에 제품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곧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의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데다 파업 등 변수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가격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자동차강판 등 주요제품의 공급가격을 꾸준히 인상한 포스코는 하반기에 후판가격을 두고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 특히 두 기업의 줄다리기는 다른 업체·업종의 하반기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업계의 관심이 큰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원자재값이 오른 만큼 후판 가격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업계는 “도크가 비어서 문을 닫을 판에 선박 건조 시 핵심제품 가격을 올리는 건 무리”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후판은 선박 건조비용의 25%쯤을 차지한다.
상반기를 무사히 넘긴 철강업체가 하반기 실적을 우려하는 건 국내외 철강수요가 줄어들 전망이어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하반기 철강수요가 내수·수출 모두 부진을 겪으며 지난해보다 4.2%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판재류의 수요가 줄고 상반기 강세를 보인 봉형강도 하반기엔 건설경기 둔화로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무역제재 카드를 꺼내면서 국내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체들도 그동안 구조조정을 이어오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 “특히 해외에서는 각국의 무역장벽에 수출길이 막혀 더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반기 가격협상이 연간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관련업계는 최근 조선사들의 글로벌 수주실적이 개선되는 만큼 해당 선박의 건조시점을 고려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철강업체의 한 관계자는 “철강업체와 조선업체가 협상을 더 해봐야 답이 나오겠지만 지금 당장 큰 폭의 인상은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새로 수주한 선박자재의 주문시점에 맞춰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1호(2017년 8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